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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

【인터뷰】 김기훈 서울아산병원 간센터 소장, 국내 최대 규모의 간 치료센터…2019년부터 소장 맡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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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증환자 위한 다학제적 진료시스템 갖춰
급성 간부전 환자 위한 응급진료체계도 마련
간세포 암 복강경간절제 단일센터 사상 세계최다 기록
생체간이식 수술 등 고난도 수술 전문…미국보다 생존율 높아
간암발병 후 좌절하거나 민간요법 금물…의료진 믿어야

우리나라 국민들의 가장 중요한 사망원인은 악성종양(암)으로 가장 왕성한 생산활동 연령층인 40세-59세 사이에서 암 사망원인 1위는 간암이다. 우리나라에서 간암으로 인한 사망자 숫자는 OECD 주요국가들 중에서 압도적으로 1위일 정도다. 간암은 대부분 B형간염으로 인한 간경변증에서 발생하는데, 초기부터 정기적인 진료와 꾸준한 치료를 하면 완치까지 가능하다는 것이 관련 전문의들의 주장이다. 본지는 간질환 환자들을 위해 사단법인 간환우협회의 추천을 받아 B형간염전문의를 소개하는 코너를 마련해 서울아산병원의 임영석 교수, 민트병원의 김영선 원장, 광주 한정렬내과 원장, 세브란스병원의 김도영 교수에 이어 서울아산병원 간센터 김기훈 소장을 소개한다.<편집자 주>

 

 

[시사뉴스 박성태 대기자] 서울아산병원 간센터는 다양한 원인의 간질환 환자들에게 최적의 진료환경에서 맞춤치료를 제공하고자 지난 2010년 11월 개소했다. 올해 개소 13주년을 맞는 서울아산병원 간센터의 김기훈 소장(간이식·간담도외과)을 만났다.

 

“공대를 다니다 반수를 해 의대로 진학했습니다. 고교때부터 의대 지망이 목표였기 때문에 반수 후 의대진학이 어렵지는 않았습니다. 제가 원하는 의대를 온 만큼 나름 열심히 공부를 했는데 운이 좋았던 것은 당시 한국인으로는 정식으로 미국 피츠버그대학병원 등에서 간담췌 및 간이식 외과 트레이닝을 받으시고 미국의 몇 군데 대학에서 교수를 역임하고 고대병원으로 임용된 최상용 교수님을 지도교수로 만난 것이었습니다. 최 교수님 영향으로 간담췌외과를 전공하기로 마음먹었고 1994년 고대구로병원에서 전공의 시절 뇌사자간이식 및 소아 생체 간이식을 처음으로 보게되었습니다. 이후, 1998년 더 많이 배우고자 간담췌 및 간이식 수술을 활발히 하고 있던 서울중앙병원(현 서울아산병원)의 이승규 교수님 팀으로 옮겨 펠로우 트레이닝을 받고 오늘에 이르고 있습니다. 의대진학부터 치면 거의 35년 넘게 의료계에 종사하는 셈인데 의사가 된 것을 한 번도 후회한 적은 없습니다.”

 

원래 실력있는 의사는 이리저리 불려다니기 일쑤인데 특히 서울아산병원의 이승규 교수의 구원투수로 불려와 조수역할을 많이 했던 김기훈 소장은 수술실에 문제가 생겨도, 후배들이 도움을 청해도, 수련의들이 술한잔 하고 싶을때도, 심지어 앰뷸런스 기사가 말썽을 피워도 그는 마치 ‘슈퍼맨’처럼 망토를 날리며 날라 오는 히어로였다.

 

한번은 눈이 많이 내리는 날 새벽에 울산에서 서울로 올라오는데 구급차 운전기사가 졸아 김 소장이 직접 운전대를 잡고 운전해 서울아산병원에 도착, 무사히 간 이식 수술을 진행했다는 일화는 간담체외과 의사들에게는 유명하다. 그만큼 그는 워크홀릭이었고 일 핑계로 결혼이 늦어 유방 외과 전문의인 아내와의 사이에 10살, 8살, 6살 세 아이가 있다고 한다.

 

“하루 종일 환자와 시름하다보면 지칠 때도 있는데 세 아이들이 영양제입니다.” 워크홀릭 김 소장이지만 아이들 얘기에는 천상 부드러운 아빠로 변신한다.

 

 

서울아산병원 간센터를 소개하면

 

서울아산병원 간센터는 국내 최대 규모의 간 치료 센터로, 연간 4만5천 명의 간질환 환자를 진료하고 있습니다. 치료를 위해 처음 찾아오는 환자도 매년 5천 명에 달합니다. 총 6개의 전문 세부센터(△간암센터 △간이식센터 △복강경-로봇간절제수술센터 △급성간부전센터 △지방간센터 △간질환연구센터)로 구성되어 있으며, 간질환과 관련된 여러 진료과(△간이식·간담도외과 △소화기내과 △간담도췌외과 △방사선종양학과 △병리과 △영상의학과 등) 의료진이 전문적으로 협진해 환자를 돌보고 있습니다. 특히 서울아산병원 간센터는 간경변, 말기 간암, 급성간부전 등 중증 간질환 환자의 비율이 높습니다. 빠른 진단과 치료가 필요한 중증 환자에게는 다학제적 시스템에 기반해 당일진료와 당일의뢰 등 최상의 진료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간질환 병동에는 간센터 집중치료실을 운영함으로써 응급 간질환 환자가 합병증 발생 없이 회복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임상진료뿐 아니라 간질환의 본질적인 치료를 위해 연구에도 매진하고 있습니다.

 

 

간암 환자가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는데 치료방법은

 

간암이 진단되면 종양크기, 위치, 침범정도와 환자의 간 기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치료방법을 결정합니다. 암이 비교적 초기에 발견돼 간 기능까지 좋다면 암 병변을 잘라내는 절제술을 시행합니다. 우리 센터에서는 주로 병변을 포함해 암 주변 부위까지 광범위하게 잘라내는 근치적 해부학적 간 절제를 합니다. 외과계에서도 난이도 높은 수술로 꼽히지만 재발 가능성을 낮출 수 있는 가장 근본적이고 효과적인 치료법입니다. 반면 간 기능이 매우 나쁘다면 간을 이식받아야 합니다. 간이식을 받으면 암은 물론 간경변과 간염을 동시에 해결할 수 있습니다.

 

다만 국내에는 뇌사자 간 기증이 많지 않아, 살아있는 사람의 간 일부를 이식하는 생체간이식이 많이 시행되고 있고 서울아산병원이 세계에서 가장 많은 생체간이식 건수와 가장 좋은 수술 후 결과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대사량이 큰 성인 환자를 위해서는 건강한 기증자 두 명의 간 일부를 이식하는 2대1 생체간이식을 하고 있으며, ABO 혈액형 부적합 간이식도 성공적으로 시행하고 있습니다. 이외에도 환자 상태에 따라 비수술적 치료(간동맥 화학색전술, 고주파열치료 등)를 시행하기도 합니다. 간동맥 화학색전술은 간암이 다발성이거나 환자의 간 기능이 절제수술을 견디지 못할 정도로 나쁠 때 주로 시행합니다. 또는, 수술 전 간암의 진행을 늦추거나 많이 진행된 간암에 대해서 절제 범위내로 간암을 줄이기 위해서 시행되기도 합니다. 최근 선호되는 고주파열치료는 전이가 없으며 암 직경이 크지 않을 때 가능하며, 그 밖의 비수술적 치료에는 방사선치료와 면역항암치료 방법 등도 있습니다.

 

 

 

복강경을 이용한 간절제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는데

 

서울아산병원 간센터는 그 동안의 풍부한 개복 수술경험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복강경 간 절제를 안전하게 시행해오고 있습니다. 순수 복강경 기구만으로 간을 절제해낸 사례는 올해로 2천례를 넘어섰습니다. 이 가운데 제가 수술한 간암(간세포암) 복강경 절제는 800례 (2022년 12월 기준)를 넘어서, 단일센터 사상 세계최다 기록입니다. 수술 결과도 매우 우수합니다. 지난 2007년부터 2016년까지 간세포암으로 절제술을 받은 환자의 수술 결과를 분석하니, 복강경 수술 환자(217명)의 합병증 발생률은 6.5%로 개복수술 환자(434명)의 12%보다 현저히 적었고, 5년 생존율도 개복 간절제수술과 동일하여 종양학적으로도 문제가 없음을 확인했습니다.

 

다만, 개복 수술과 달리 복강경 수술은 종양의 크기나 위치 등에 따라 적응증이 있어서 모든 경우를 복강경으로 수술할 수는 없습니다. 간이식 기증자의 간도 복강경을 이용해 안전하게 절제하고 있습니다. 제가 시행한 기증자 복강경 수술 후 합병증 발생율은 0.003% 로 현재 발표된 전세계 간이식 센터의 기록(평균 2-5%)보다 현저히 낮아서 매우 안전하게 수술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저는 2008년 5월 국내 최초, 아시아 태평양 지역 최초로 순수 기증자 복강경 간절제를 했는데 기증자의 간절제술에도 해부학적 변이가 심한 경우는 개복 수술이 더 안전 할 수 있습니다.

 

복강경 간절제술은 복부에 직경 1cm의 구멍 5개를 뚫고 그 안으로 복강경 기구를 넣어 간을 절제한 뒤, 치골상부의 작은 절개를 통해서 절제된 간을 빼내는 수술 방법입니다. 미세침습 방식이어서 환자에게는 상처, 통증, 출혈이 최소화되고 회복기간이 짧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하지만 개복수술처럼 복부 내에 손을 직접 넣을 수 없고 오직 복강경 기구로만 간을 절제해야 하기 때문에 어려운 수술 방법입니다.

 

특히, 간은 우상복부의 깊은 곳에 위치해 있고 우리 몸 속 혈액의 3분의 1을 저장하고 있으며 지나가는 혈관도 많습니다. 이로 인해 한 번 출혈이 생기면 출혈 부위를 찾아 지혈하기가 어렵습니다. 또한, 아무리 간을 잘 절제했다 해도 남아 있는 간 용량이 적거나 제 기능을 못하면 환자가 사망에 이를 수도 있습니다. 그만큼 환자에게는 작은 상처 등으로 많은 장점이 있지만 의료진에게는 어려운 수술 방법입니다. 따라서 복강경 간절제 성공의 가장 중요한 요인은 복강경 수술을 안전하게 시행할 수 있도록 환자를 잘 선별하는 것입니다. 무리하게 복강경 수술을 고집해서는 안됩니다. 간정맥이나 간문부에 종양이 근접해 있으면 개복 절제술이 더 안전할 수 있으므로 전문가와 상담을 통해 수술방법을 결정하는 것이 좋습니다.

 

 

2대1 생체간이식, ABO 혈액형 부적합 간이식 등 고난도 수술에 앞장서는데

 

말기 간질환 환자의 치료법으로 자리잡은 생체간이식 수술은 간암수술을 더욱 발전시키는 밑바탕이 되고 있습니다. 건강한 사람의 간 일부를 간질환 환자에게 떼어주는 생체간이식 수술은 일반 간암절제술보다 훨씬 복잡하고 어렵습니다. 하나의 간을 둘로 나눠 기증자와 환자를 모두 살려야 하는 만큼 최고의 기술이 요구되기 때문입니다. 서울아산병원 간센터가 고난도 간이식 수술을 이끄는 자리에 선 건 풍부한 임상 경험과 고도화된 술기, 그리고 각 진료과의 단단한 협력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 센터의 간이식은 국내에서 이뤄지는 전체 간이식의 36%를 차지합니다. 뇌사자 간이식을 포함하면 현재 총 8,100건 이상의 간이식 기록을 갖고 있습니다.

 

외과수술 가운데 가장 어렵다고 알려진 생체간이식, 2대1 생체간이식, ABO 혈액형 부적합 간이식은 세계최다 수술건수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간이식 환자 선정 및 상담, 수술 전후 관리 등과 이식 전후에서 문제 발생 시 이를 빨리 조정해 환자를 최적의 상태로 유지하고 관리하기 위해서 매일 아침 회의 시간을 갖습니다. 이 모든 과정을 거쳐 높은 수술 성공률을 얻을 수 있었고 간이식 수술을 받은 환자의 생존율은 △1년 97% △3년 89% △5년 88%로, 의료선진국으로 알려진 미국의 △1년 91% △3년 84% △5년 76%를 훨씬 뛰어넘습니다.

 

 

말기 간질환 환자뿐 아니라 급성간부전 환자를 위한 응급시스템도 마련했다고

 

2020년 10월 급성간부전 응급대응팀이 개설됐습니다. 간이 갑자기 손상된 급성간부전 환자들에게 365일 24시간 긴급치료를 제공하기 위해서 입니다. 간질환 전문 의료진으로 구성된 응급대응팀은 진단부터 치료, 그리고 응급 간이식이 필요한 경우 수술까지 원스톱으로 신속하게 진행합니다. 생존율이 절대적으로 낮은 치명적인 질환인 만큼, 간이식을 집도하는 간이식·간담도외과 외에 소화기내과, 감염내과, 영상의학과, 신경과, 장기이식센터, 정신건강의학과 등의 의료진이 하나의 응급대응팀으로 구성되어 환자를 중심으로 긴밀히 협진하고 있습니다. 급성간부전 환자가 응급실로 내원하면 간이식·간담도외과와 소화기내과가 주도해 환자를 진단하고, 신경과에서는 환자에게 간성뇌증 정도와 뇌부종 여부를 감별해냅니다. 만약 긴급수술을 받지 않아도 되는 환자라면, 소화기내과에서 환자 치료를 전담하게 됩니다. 급성간부전으로 인한 합병증은 보다 전문적이고 체계적으로 관리되고 있습니다.

 

 

간질환 환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간질환 중 가장 많은 수를 차지하는 간암은 수술적 치료 이외에도 간동맥 화학색전술, 고주파치료, 방사선치료, 면역항암치료, 알코올주입술 등 치료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부가적인 요법이 개발되어 있습니다. 따라서 간암을 진단받고 미리 좌절하거나 검증되지 않은 민간요법으로 간 건강을 더 악화시키지 말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의료진의 정확한 진단에 기반해 적극적인 치료를 받는 게 중요합니다. 한편 간은 ‘침묵의 장기’ 라고 불리기 때문에 암이 생겨도 증상을 느끼기 어렵습니다. 병에 걸리지 않은 사람도 40세 이상이라면 주기적으로 복부초음파 검사를 받아 간질환을 미리 예방해야 합니다.

 

일상생활에서는 간 기능을 악화시키는 생활습관을 개선할 것을 권장합니다. 가급적 술을 적게 마시고 흡연을 피하는 게 좋습니다. 특히, 바이러스 간염이 있는 사람들은 절대 음주, 흡연을 해서는 안됩니다. 최근에는 당뇨, 비만, 고지혈증 등 대사질환으로 인해 지방간 환자도 많아지고 있습니다. 지방간으로 인한 간암 및 간경변 발생 빈도가 점점 증가하고 있어서 균형 잡힌 식사와 규칙적인 운동, 그리고 적절한 휴식을 통해서 간질환을 예방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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