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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의 침식이 곧 ‘얼’의 침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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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서울시내 한글회관 지하강당에서 조촐한 모임이 있었다. 한글지킴이를 자처하시는 각계인사들이 모여 정부, 공기업, 일반 회사, 유치원까지 번지고 있는 영어열풍을 우려하고 개탄하면서 힘을 합쳐 한글날을 국경일로 만들고 한글박물관이 내실 있게 지어지도록 노력하자는 다짐을 나눴다.
그동안 몇 번 영어공용화론에 대한 비판이나 한글국경일 지정 등을 주장하는 글을 써왔던 터라 취지와 내용에 전적으로 공감했다. 뜻과 힘을 모은다면 이 세상에 못할 일은 없다. 하지만 세상사가 다 그렇듯 명분과 뜻이 분명하다고 해서 반드시 좋은 결과를 가져오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현실은 그 반대인 경우가 많다.
겉으로는 정부가 광화문 광장에 세종대왕 동상도 세우고 한글박물관도 짓기 때문에 한글을 존중하는 듯이 보인다. 하지만 그 세종대왕 동상 밑의 길거리 표시는 영어투성이다. 또 정부가 앞장선 공기업의 영어로고와 학교현장에서 국사와 국어무시, 영어중시, 이중 국적의 허용 등 세계화를 위한 환경조성작업도 일사천리로 진행되고 있다. 만약 지금 시점에서 한국지도층이 추진하는 작업이 진행돼 민족정체성을 흔들고 한국인보다 세계인 만들기에 성공할 경우 한국의 미래는 주변국가들에 흡수되는 운명에 처해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세계인의 하나인 사람들에게 제나라의 역사와 문화는 전혀 중요한 것일 수 없고, 더군다나 조국통일의 과제는 남의 일이기 십상이다. 물론 우리 사회에 이런 풍조가 독버섯처럼 퍼져나가는 것은 세계 각국에 공장을 세워 사업을 확대하고 있는 극히 일부 대기업의 움직임과 연관돼 있다. 이들은 한국이나 한국인이라는 것은 내세우고 싶어하지 않고 실제 자신들의 홍보물에서 철저하게 핏줄을 지우고 있다. 지엠이나 르노, 피아트가 자신의 모국을 자랑스럽게 선전하는 자세와 비교된다.
이런 자세는 최근 들어 공직사회, 종교계, 문화계, 심지어 제나라 말과 슬로 살아가는 신문방송까지 앞장서고 있다. 노랑머리 염색 코미디언들의 이색행동이 이제는 일반화됐고, 영어이름을 버젓이 제 이름으로 쓰는가 하면 드라마의 구성원으로 등장해 생활 속으로 파고들고 있다. 참으로 심각한 문화침식이다. 그런데도 누구하나 나서서 따지지 않는다. 그저 대중의 흥미를 끄집어내고, 시청률을 올리기 위한 방송사들의 얄팍한 상업주의를 어쩌겠는가 하고 방관한다. 그런 사이 어린이와 젊은 세대, 국민들의 의식은 좀먹어 얼이 빠진 상태가 아주 자연스런 현상으로 되어가고 있다. 이 흐름의 한복판에는 한국사회 지도층의 태도와 이해관계가 반영돼 있다. 그들이 영어에 목을 매고, 국민들을 고객으로 하는 공기업까지 영어로고를 요란하게 선전하도록 만드는 것은 그들이 진정으로 국민을 위하고, 나라의 발전과 기업의 성장, 국민생활의 안정을 염원하기보다 자신들의 출세에 도움이 되는 미국대학 네트워크와 미국정부의 힘을 더 믿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들의 자식들은 어릴 적부터 미국에 거주하면서 미 국적을 갖고 있고, 우리 말과 글을 아예 모르는 미국민이 되어 있다. 이런 사람들에게 한국사회의 여러 현안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밤새워 씨름하거나 조국의 통일이나 방어를 위해 목숨을 바치는 일은 어리석거나 바보같은 짓이 된다.
이들은 제나라 말과 글을 아끼거나 단군의 역사는 웃기는 신화에 지나지 않으며 국수주의자들의 우상이라고 생각한다. 제나라 역사와 문화에 무지하고, 아무 관심이 없기 때문에 이들은 자연히 외국자본의 이해와 한통속이 되어 있다. IMF 때 한국인들이 금모으기 운동을 펼치자 한국의 알토란 같은 기업들을 먹어삼키려던 외국의 투기자금들은 온갖 수단을 동원해 국수주의적 태도라고 비난하며 중지시켰다. 그런데 미국에서조차 외국기업의 미국기업인수에는 엄격한 제한조치를 취하고 있는데, 이를 국수주의라고 하지는 않는다.
문화의 침식은 곧 ‘얼’의 침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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