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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양과 항일열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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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밀양은 최근 영화로 널리 알려져 있지만, 아직도 대다수 사람들에겐 숨겨진 도시이다. 개항 초기에는 대구,광주 등과 비슷한 도시규모를 가졌지만, 경제성장 과정에서 소외되면서 현재는 도농복합도시로서 11만명의 소도시이다.
KTX를 타고 밀양역에 내려서 시내 전경을 바라보니, 첫인상이 무척 상큼했다. 고층빌딩이 가로막지 않고, 공장지대에서 뿜어져나오는 매연이 적은 탓도 있다. 아니, 그보다는 천하의 명당터에 자리잡고 있는 밀양의 독특한 지형과 지리산 동쪽 끝 가지산 자락에서 흘러내리는 산바람 때문인지 모른다. 밀양시는 한국에서 드물게도 도심이 인공섬처럼 자연하천에 둘러싸여 있고, 매우 넓은 평야지대를 끼고 있는 곳이다. 그래서 그런지 도시 분위기나 사회적 환경은 매우 보수적이라고 흔히 말한다.
하지만 항일운동에 깊은 지식이 없는 사람들이라 할지라도 일제의 간담을 써늘하게 만들었던 항일운동의 거목들, 약산 김원봉이나 윤세빈 같은 인물들을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항일운동의 최전선에 섰던 의사들이 모두 이 밀양출신들이다. 식민통치기간 동안 일제가 가장 두려워했던 것은 만주에 있는 독립군보다 언제 어느 곳에서 터질지 모르는 의열단의 테러 공격이었다.
이 의열단의 핵심인물들이 두분 이외에도 대부분 이곳에서 항일의식을 키웠다. 보수적이라는 이 밀양에서 자신의 목숨을 헌신짝처럼 벗어던지고 온 몸으로 조국광복 전선에 나섰다면 언뜻 이해되지 않는다. 그러나 그런 판단은 밀양의 역사적 배경을 잘 모른채 보수와 진보라는 현대의 잣대를 들이대기 때문이다.
밀양은 사림파의 종장으로 불리는 김종직의 본향이고, 만인소를 비롯한 영남 남인세력들의 치열한 선비정신과 남명 조식 학파의 의병 기풍이 이어진 곳이었다. 그래서 개화기에도 애국계몽운동의 거점이었던 사립학교들이 설립됐고, 3.1운동당시에는 표충사의 스님들과 기독교의 목사님들이 주도하는 3.1만세운동이 수차례에 걸쳐 일어났다. 이런 강직한 선비의 기풍이 자리잡고 있는 곳이기에 일제의 폭력적 지배에 맞서 적극적인 비타협적 의혈단운동이 잉태되고 꽃피워졌던 것이다.
그 항일의혈의 기록은 다행스럽게도 소규모의 독립운동기념관의 모습으로 현재 드러나있고, 독립서훈을 받은 50여분의 흉상으로 모셔져 있다. 한 소도시 지역에서 이렇게 많은 독립유공자들을 배출한 곳이 많지도 않지만, 그 정신을 잊지 않고 비록 작지만 그래도 그 뜻을 살려 후손들이 배우도록 하려는 자세는 매우 보기에 좋았다. 조금 아쉬운 것도 있다. 의혈단의 책임자이고, 조선의용대의 사령관이자 해외 항일운동의 상징적 인물인 약산 김원봉 선생에 대한 복권이 이뤄지지 않아 독립유공자 서훈 대상에서 제외돼 있다는 점이다. 남북이 분단되는 과정에서 그가 북측을 선택함으로써 한국정부의 서훈 대상에서 빠지게 된 것이다.
이제까지 남쪽의 풍토에서 어쩔 수 없었다 할지라도 일제시대의 추상 같은 항일의 정신을 기리는 것은 문제될 것이 없다. 이곳 향토사를 연구하시는 분들을 중심으로 김원봉선생의 항일운동에 대한 복권을 요청하는 서명을 준비하고 있다고 하니 그 뜻이 하루 빨리 구체화됐으면 좋겠다.
정부도 최근 사면대상을 넓히고 있는 만큼 약산 김원봉 선생의 항일투쟁을 표창하고 서훈하는 것이 타당할 것 같다. 그때쯤 밀양에 의열단 전시관을 제대로 만들어 후세의 교육장소로 삼는 것도 필요한 일이다. 역사적 자료도 집결하고 개개단원들의 활약상을 생생하게 드러내 의열단 운동의 전체상을 복원한다면 훨씬 실감나는 체험이 될 듯 싶다.
강당을 가득 메운 청중들에게 항일운동의 최선봉에 섰던 밀양이었던 만큼 민주화와 통일의 시대에도 선봉에 서달라는 부탁의 말씀을 드리고 도산 안창호 선생을 따르는 몇분과 자리를 함께 해 전문적 식견을 기르고 실천하는 생활태도를 강조했다. 다음에 꼭 다시 와서 며칠 쉬면서 밀양주변을 둘러보자고 마음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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