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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박근혜 발목잡는 정수장학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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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수장학회의 전신인 부일장학회가 5·16쿠데타 세력의 요구로 헌납됐다는 자료가 공개됨에 따라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의 이사장직에 대한 논란이 한층 뜨거워 질 전망이다. 이에따라 한나라당 안팎에서는 이회창 전 대표가 총풍과 안풍 등으로 인해 대권도전에 실패했듯이 자칫하면 정수장학회가 박근혜 대표의 발목을 잡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섞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기금 208억원·국내 10위권 규모
정수장학회의 재산은 지난 2002년 193억원을 신고했으며 현재 기금은 208억원에 달하고 있을 만 큼 장학재단 규모로는 10번째 안에 들 정도의 큰 규모를 보이고 있다. 구체적인 재산내역으로는 92년 당시 MBC주식 30%와 부산일보주식 100%를 소유하고 있으며 경향신문사 부지(서울 중구 정동) 700여평과 예금 79억원 정도의 재산을 갖고 있다고 지난 94년 발행한 ‘정수장학회 삼십년지’에서 밝히고 있다.

정수장학회는 1962년 7월 당시 군부가 고 김지태(삼화고무 사장)씨로부터 강제몰수한 부일장학회를 재단법인 5·16장학회로 출범한 후 82년 1월 박정희 전 대통령과 부인 육영수 여사의 이름을 따 재단법인 정수장학회로 이름을 바꾼뒤 지금에 이르고 있다. 

정수장학회로부터 장학금 혜택을 받은 전국 고교·대학생은 설립초기부터 지난해까지 모두 3만1000여명에 이르고 있으며 올해와 내년에도 각각 800명에게 25억원을 지급할 계획으로 있다. 정수장학회는 정수장학 범동창회인 상청회와 현재 장학금을 받는 청오회가 있으며 상청회는 1962년부터 배출된 장학생들의 OB모임으로 중앙회와 14개의 지방지회로 조직돼 있다.


인수과정, 언론사주식소유 등이 문제
정수장학회가 국민과 여론의 관심사로 급부상하게 된 것은 우선적으로 62년 5월24일 당시 부산지역의 유력 경제인이었던 고 김지태씨가 자신이 설립했던 부일재단의 재산을 군사정권에 인도하게 됐던 과정의 불법성이 문제가 되고 있다.

열린우리당 정수장학회 진상조사단 소속인 조경태 의원은 고 김지태씨가 5·16쿠데타 세력의 요구로 부일장학회를 헌납했다는 내용의 자필 비망록을 입수·공개했으며 김씨는 이 비망록에서 “물목조차 보지 못하고 있어 그 내용이라도 검토하고 인계해 드리거나 건축을 하거나 계획을 세워야 할 것이 아닌가”라고 밝히고 있어 자신의 의지와도 상관없이 재산을 포기한 것으로 설명되고 있다.

이와함께 정수장학회의 언론사 소유지분도 여론의 도마위에 올라 있다. 부산일보 노조는 “박근혜 이사장이 한나라당 대표로 선출된 이후 부산일보가 4·15총선과 6·5재보선을 거치면서 박 대표와 한나라당에 대한 편향보도 경향을 드러내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수장학회의 MBC지분도 방송구조 개편 논의와 관련해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MBC본사의 자본금은 10억원에 지나지 않지만 토지, 건물, 지방계열사 등 보유주식과 브랜드 가치 등을 자산으로 재평가할 경우 조단위를 훨씬 뛰어넘고 있어 MBC를 민영화 할 경우 정수장학회 지분 30%를 돈으로 환산하게 되면 엄청난 금액을 보상해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해 만일 주식을 환수하지 않는다면 최대 주주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데 있다.


‘박風’ 차단용 카드로 활용
열린우리당은 부일장학회가 장수장학회의 전신인 5·16장학회로 바뀌는 과정에서의 불법성을 집중 규명할 방침이며 이를 위해 정수장학회 진상조사단이 지난 8월2일부터 본격적인 조사에 착수했다. 총선이후 가라않지 않는 ‘박근혜 바람’ 대책 마련에 고심하던 열린우리당은 정수장학회 카드를 호재로 보고 있다. 영남권과 일부 중산층을 중심으로 불고 있는 박 대표의 인기가 박정희 전 대통령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만 큼 이를 사전에 차단하겠다는 전략이다.

진상조사단은 당내 일각에서 박 대표 흠집내기용 정치적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을 의식이라도하듯 “박 대표를 흠집내려는 것이 아니라 정권에 빼앗긴 언론사를 시민에게 돌려주자는 차원에서 10년 전부터 준비돼 왔던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조사결과 장학회 인수과정에 불법적인 요소가 있었음이 발견될 경우 박 대표는 상당한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상황에 따라서는 박정희 대통령 재임기간 중 일어났던 국가 권력에 의한 인권 탄압 등이 쟁점으로 부각될 수도 있으며 이 경우 박 대표가 누려온 지지기반의 모태인 ‘박정희 향수’의 일정 부분이 희석될 수도 있는 확률이 높은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에따라 친일진상규명법 등 과반수 여당이 향후 국회에서 처리할 과거사 관련 법안 처리로 가장 영향을 받을 정치인이 박 대표라는 게 당 안팎의 시각이다.


이사장직 사퇴로 가닥잡아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는 열린우리당의 이같은 공세에 대해 ‘문제가 없는 만 큼 조사에 협조를 하겠지만 정수장학회에서 손을 떼는 시기와 방법은 신중히 검토하겠다는 쪽으로 방향을 선회, 당초 이사장직 고수에서 한발짝 물러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박 대표의 이같은 결정에는 국가 정체성 논란과는 달리 과거사 공방중 하나인 정수장학회 문제를 당과 연관시키지 않으려는 의도가 내포돼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박 대표는 지난 5일 “현재로선 이사장직을 사퇴할 의향이 없다”고 전여옥 대변인을 통해 밝혔으며 이에 대해 전 대변인은 “장학회를 모범적으로 운영해 왔는데 적법한 절차를 거치지 않고 명분없이 물러날 이유가 없다는 것이 박 대표의 뜻”이라고 설명했다. 박 대표가 이처럼 장학회 문제 처리에 시간적 여유를 두는 것에 대해 한 측근은 “정수장학회를 트집잡아 물고 늘어지는 여당의 의도를 박 대표도 잘 알고 있다”며”이같은 여당의 의도에 말려들지 않기 위해 당분간 거취 문제를 밝히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정치권 안팎에서는 박 대표가 지금 당장은 이사장직을 내놓지 않고 있으나 박 대표가 적절한 시기에 장학회 문제를 정리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이 경우 박대표가 선택할 수 있는 것은 이사장직 사퇴, 정수 장학회 국가 헌납, 정수장학회의 언론소유 지분처리 등으로 요약할 수 있으나 국가헌납과 언론지분은 이사장직 단독으로 처리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므로 이사장직 사퇴가 가장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실제로 박 대표도 “시기와 절차가 있지 않겠느냐. 1년에 한번 총회가 있는데 거기서 의논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측근에게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민철기자 chull@sisa-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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