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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도르’ 속에 감춰진 여성의 삶과 행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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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 어느 외진 곳에 사는 열세 살 소녀 닐루파(모비나 아예네다르). 부모의 잔심 부름과 가사를 돌보느라 정신이 없지만, 언제나 밝고 명랑하다. 남자 아이들만 학교 교육이 허용되는 게 서운하지만, 우연히 만난 페미니스트 여성으로부터 비밀리에 교육을 받는 그녀.
그러던 어느 날 아버지가 땅을 얻으려는 욕심에 그녀를 지주에게 강제로 결혼시키려 한다. 더욱이 그 지주는 예전에 자신의 딸을 때려 숨지게 한 전력이 있는 인물이었으니.
아버지뻘 되는 남성과 결혼하기가 죽기보다 싫은 그녀는 삼촌의 도움으로 자유와 꿈을 찾고자 탈출을 감행한다. 하지만 만에 하나 잡히는 날에는 목숨을 잃게 되는 상황. 닐루파의 가족과 친척 모두 그녀를 잡으려 혈안이 되고 포위망은 점점 좁혀지는데.. (중략)
영화를 본 첫 느낌은 과연 아직도 이러한 곳이 지구상에 존재하는가하는 낯설음이었다. 하긴 페미니스트들의 표적이 되다시피 한 중동지방에서의 여성인권운동은 아직도 요원하다. 마치 고대시대의 철저한가부장제의 폐해를 보는 듯한 <닐루파>(Niloofar, 2008).
이런 사회에서 여성의 위치는 변할 구석이 없다. 변변한 직업조차 얻을 수 없는 것은 물론이고 기초교육마저 받지 못하는 상황에서, 여성 인권을 논한다는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닐루파 어머니의 직업은 산파이다. 영화에서 그녀는 나름대로 자신의 주관을 피력하지만, 거기에는 한계가 있다. 바로 너무나 고착되어 버린 여성차별의 악습을 혼자만의 힘으론 결코 감당할 수 없다는 현실의 벽이다. 그녀는 자칫하면 사랑하는 딸이 친척들에 의해 살해당할 수 있다는 걸 알면서도 저항할 수 없다.
여기에는 닐루파의 남동생도 예외가 아니다. 그녀가 도망가기 전까지 우애가 깊었던 남동생은 누나에게 강한 적대감을 드러낸다. 즉 그 아이조차 친누나, 아니 한 여성으로서의 자유의 삶에는 관심조차 없다. 오직 가문과 가족에 먹칠을 한 누나를 당장 잡아와야 한다는 일념뿐이다.
그럼 여기서 닐루파의 삼촌이 그녀의 탈출을 도와준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과거 자신과 결혼을 약속한 여성이 집안의 명에 의한 결혼을 거부하고 도망치다가 붙잡혀 살해당했기 때문이다. 즉 자신의 질녀를 지켜줌으로써 예전에 사랑했던 여자를 잃은 데 대한 회한을 다소나마 벗어나려 한 것이다.
한 가지 흥미로운 점은 닐루파가 탈출하려고 정한 목적지가 다름 아닌이란’이라는 것. 이란은 영화 속 무대인 이라크와 오래전부터 앙숙이지만, 이슬람교를 따른다는 점에서는 똑 같다. 그럼에도 이란은 이라크에 비해서 여성의 지위가 상대적으로 높다. 하긴 이 영화가 이란과 레바논 합작으로 제작되었다는 점으로도, 두 나라의 여권(女權)이 이라크보다 상대적으로 낫다는 걸 증명한다.
<그림1>
한편으로 최근 인터넷을 뜨겁게 한 ‘열 살 이혼녀 누주드’의 기사를 포함해서, 현재 중동지역에서 어린 여성을 대상으로 한 조혼은 심각한 상황이다. 영화 속 지주가 닐루파와 결혼하려는 이유가 단지 어린 소녀를 성적 대상으로 삼으려고 했던 반면, 누주드의 경우에는 아홉 살짜리와 결혼하면 복을 받는다는 다소 황당한 믿음이 작용했다고 전한다.
그러나 어떤 이유에서건 간에 어린 소녀와의 결혼의 결과는 한결같이 똑같다. 즉 아동을 상대로 한 성폭행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 사실 이슬람 사회가 조혼의 풍습을 조장하지도 않는데, 어째서 그러한 일들이 너무도 빈번하게 벌어질까.
진정한 남녀평등을 이루기 위해서는 크게 세 가지가 이행되어야 한다고들 말한다. 경제적 독립, 법적인 평등 그리고 인식의 평등(혹은 이중규범의 철폐)이다. 과연 영화 속 무대는 이 세 가지 중에서 단 하나라도 제대로 이행되고 있을까.
만일 그렇지 못하다면, 그에 대한 책임의 상당 부분은 그들의 삶을 지배하는 종교와 정치 지도자들 그리고 이러한 잘못된 사회구조를 방치하거나 고수하는 국민 자신에게 있다고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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