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2025.12.09 (화)

  • 구름많음동두천 4.1℃
  • 맑음강릉 8.3℃
  • 구름많음서울 5.1℃
  • 맑음대전 6.6℃
  • 맑음대구 7.2℃
  • 맑음울산 7.1℃
  • 맑음광주 8.6℃
  • 맑음부산 8.5℃
  • 맑음고창 8.2℃
  • 맑음제주 10.7℃
  • 맑음강화 5.2℃
  • 맑음보은 4.6℃
  • 맑음금산 5.3℃
  • 맑음강진군 9.0℃
  • 맑음경주시 6.4℃
  • 맑음거제 6.5℃
기상청 제공

허연재 칼럼

【허연재의 미술 인문학 칼럼】 윌리엄 모리스의 예술 공예 패턴

URL복사

 

 

[시사뉴스 허연재 강사 · 작가 기자] 여행 길에 오르다 보면 국내에서는 보지 못했던 것들에 시선을 빼앗긴다. 비슷해 보이지만 미묘하게 다른 형태의 가로수 잎들, 도로 위 외국어 간판들, 화려한 색상의 두건으로 틀어 올린 헤어 스타일 등 구경하는 것만으로도 즐겁다. 특히 서양권 나라에 가면 섬유와 건축물의 화려하고 특이한 패턴 문양을 보는 것을 좋아한다. 알록달록한 패턴들은 지루한 일상에 다채로움을 불어 넣어준다.

 


역사적으로 영국은 면직물 공업이 발달했다. 증기 기관 기술이 실을 뽑아내는 방적 기술에 적용이 되며 생산성이 극대화되었다. 18세기 중반부터 영국이 산업화 되어가며 생산성과 실용성에 상당한 중점을 두었다. 그렇다 보니 자연스레 디자인은 부차적인 문제가 되어갔다. 거칠고 투박한 공산품들이 집안을 가득 채우고, 기계들이 수공업을 대체하는 현상이 일어났다. 윌리엄 모리스는 이에 대한 반항이 거세 졌고 이에 대한 반동으로 예술 공예 운동을 펼쳤다. 덕분에 예술성이 짙은 수공예품들이 되살아나기 시작했다.

 

 

윌리엄 모리스는 영국 출생 디자이너, 시인, 소설가였다. 그는 중세 길드들의 수공예 기술을 부활시키며 섬세하고 장식적인 요소들을 강조했다. 시각적 아름다움 자체를 예술의 존재의 이유로 가치 전환을 시켰다. 이들은 우리의 일상생활 속에서 예술이 공존할 수 있도록 가구, 패브릭, 벽지, 조명 등 다양한 인테리어 소품들에 적용시켰다. 특히 불규칙한 곡선의 미를 자랑하는 자연의 존재는 매우 중요한 소재가 되었다. 

 


모리스는 어린 시절부터 자연에 대한 사랑이 남달랐다. 런던에서 각종 신기한 생산품들이 전시되었던 만국 박람회가 열린 날 그는 전시장 입장을 거부했다. 가족들이 박람회를 구경하는 동안 모리스는 기계처럼 차가운 공산품들의 모습에 견디지 못하고 야외 공원으로 뛰쳐나와 혼자만의 시간을 보냈다고 한다. 그는 광활한 자연을 품은 아이슬란드를 여행할 정도로 자연을 사랑했고 인간의 손이 닿지 않은 자연을 탐구하고 싶어했다.


모리스가 디자인한 패턴들은 대부분 자연에서 모티브를 얻었다. 그는 시골길과 정원을 거닐며 식물의 패턴을 찾아냈고 자연을 사실적으로 그대로 옮겨 그린다는 것은 애초부터 불가능에 도전하는 것임을 알았다. 대신 심플하고 평면적인 스타일로 재구성했다. 모리스가 자주 사용한 소재들은 꽃, 덩굴 식물, 새, 토끼 같은 동물들이었다. 부드럽고 섬세한 굴곡으로 디자인되어 자연의 생명들이 평면에서 살아 움직이는 것 처럼 보인다. 이런 패턴들은 벽지, 텍스타일로 옮겨가며, 커튼, 소파, 등 인테리어를 숲이나 정원으로 탈바꿈 시켰다. 

 


패턴의 디테일이 워낙 정교해서 기계로 찍어낸 듯 보이지만 사실 수공예로 모두 제작된다. 나무 판에 디자인한 패턴을 그린 후 조각 칼로 파내어 남은 양각 부분을 염색 안료로 바른다. 나무 판을 종이에 찍어 안료가 골고루 스며들 수 있도록 무게로 누른다. 여러가지 색으로 레이어를 입혀야 하기 때문에 형태에서 색이 벗어나지 않도록 라인을 맞추는 게 상당히 중요하다. 또한 여러 장을 반복적으로 찍어야 하기에 신중하고 고된 과정을 거친다.  


모리스가 디자인한 패턴들을 보면 단순히 눈만 즐겁게 하는 문양이기 보다 감정적인 부분들을 건드리니 그의 심미적 성향이 전달된다. 여행과 모험을 좋아한 모리스의 성격이 투영되어 있는 듯하다. 모리스는 아이슬란드를 “모든 사막 중에 가장 로맨틱한 곳”이라고 감탄했다. 아이슬란드라는 광활한 대지는 그를 얽매이게 하는 당시 예술 양식과 부인인 제인 모리스와의 껄끄러운 관계로부터 탈피할 수 있는 탈출구이기도 했다. 영국에서는 볼 수 없는 세쌍 무지개, 머리 카락 처럼 휘감기는 협곡, 화산 활동으로 들끓는 용암, 아름다운 오로라 등 생경한 광경들을 마주했다. 모리스는 여행을 기회로 삼아 자유롭고 다듬어지지 않은 고대 노르드어 문학과 자연을 탐구하였고 여행 일지인 <아이슬란드의 일기> 와 ‘처음 본 아이슬란드’ 와 같은 시를 남기기도 했다.

 


윌리엄 모리스의 패턴은 요즘 시대에 보아도 촌스러움이 느껴지지 않는다. 보통 꽃을 소재로 한 패턴 디자인은 자칫하면 촌스럽거나 식상하게 느껴질 수 있는데, 그의 패턴은 마치 다른 시공간에 와있는 듯한 느낌을 선사한다. 향이 나지 않는 꽃과 나무 중 이 세상에서 가장 우아함과 아름다움을 자랑하는 것이 있다면 모리스가 남긴 위대한 패턴 디자인 일 것이다. 

 

저작권자 Ⓒ시사뉴스
제보가 세상을 바꿉니다.
sisa3228@hanmail.net





커버&이슈

더보기

정치

더보기
용혜인 기본소득당 대표 “내란전담재판부 법무장관 추천 삭제하면 찬성...법왜곡죄 입법해야”
[시사뉴스 이광효 기자] 기본소득당 당대표인 용혜인 의원(비례대표, 행정안전위원회, 윤석열정부의비상계엄선포를통한내란혐의진상규명국정조사특별위원회, 재선)이 내란전담재판부에 대해선 조건부 찬성, 법왜곡 처벌에 대해선 찬성 입장을 밝혔다. 용혜인 의원은 9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해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법은 조건부로 찬성한다”며 “정당성 훼손 없는 재판부 구성을 위해선 법무부 장관 추천권 삭제가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12·3 윤석열 비상계엄 등에 대한 전담재판부 설치 및 제보자 보호 등에 관한 특별법안’ 제16조(전담재판부후보추천위원회)제1항은 “영장전담법관 후보자 및 전담재판부를 구성할 판사의 후보자(이하 ‘전담재판부후보자’라 한다)를 추천하기 위하여 대법원에 전담재판부후보추천위원회(이하 ‘추천위원회’라 한다)를 둔다”고, 제2항은 “추천위원회는 위원장 1명을 포함한 9명의 위원으로 구성한다”고, 제3항은 “위원은 다음 각 호에 해당하는 사람을 대법원장이 위촉한다. 1. 헌법재판소 사무처장이 추천한 3명. 2. 법무부 장관이 추천한 3명. 3. ‘법원조직법’ 제9조의2에 따른 각급법원의 판사회의가 추천한 3명”이라고, 제4항은 “위원장은 위원 중에서

경제

더보기


문화

더보기

오피니언

더보기
【박성태 칼럼】 또 만지작…전국을 부동산 투기장으로 만들 건가
또 다시 ‘규제 만능주의’의 유령이 나타나려 하고 있다. 지난 10.15 부동산 대책 이후 규제 지역에서 제외되었던 경기도 구리, 화성(동탄), 김포와 세종 등지에서 주택 가격이 급등하자, 정부는 이제 이들 지역을 다시 규제 지역으로 묶을 태세이다. 이는 과거 역대 정부 때 수 차례의 부동산 대책이 낳았던 ‘풍선효과’의 명백한 재현이며, 정부가 정책 실패를 인정하지 않고 땜질식 처방을 반복하겠다는 선언과 다름없다. 규제의 굴레, 풍선효과의 무한 반복 부동산 시장의 불패 신화는 오히려 정부의 규제가 만들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 곳을 묶으면, 규제를 피해 간 옆 동네가 달아오르는 ‘풍선효과’는 이제 부동산 정책의 부작용을 설명하는 고전적인 공식이 되어버리고 말았다. 10.15 부동산대책에서 정부가 서울과 수도권 일부를 규제 지역으로 묶자, 바로 그 옆의 경기도 구리, 화성, 김포가 급등했다. 이들 지역은 서울 접근성이 뛰어나거나, 비교적 규제가 덜한 틈을 타 투기적 수요는 물론 실수요까지 몰리면서 시장 과열을 주도했다. 이들 지역의 아파트 값이 급등세를 보이자 정부는 불이 옮겨붙은 이 지역들마저 다시 규제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만약 이들 지역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