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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일본은 지금 ‘우향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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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대 총선에서는 민주노동당의 최초 국회입성과 거대야당으로 거듭난 열린우리당의 대약진으로 향후 한국사회의 사상적 스펙트럼이 그 어느 때보다도 ‘왼쪽’ 방향으로 굴절할 가능성이 커졌다. 그렇다면 일본은 지금 어떨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한국과는 정반대다. ‘우향앞으로’ 향하려는 일련의 움직임은 정치계는 물론, 사회전반에 걸쳐 감지되고 있기 때문이다.


극우익 잡지 사피오 인기







'적화통일조선' 이란 헤드라인과 함께 고이즈미 망언을 규탄하는 한국인들의 시위모습을 담은 일본의 극보수 잡지 '사피오'의 5월 12일자 표지 사진

일본에는 사피오(SAPIO)라는 잡지가 있다. 그런데 이 잡지의 최근 인기도가 급상승하고 있다는 것이다. 일본출판협회에 따르면 사피오는 12만부의 판매부수를 자랑하며, 꾸준한 상승세를 타고 있다고 한다. 실제로 필자는 한국의 홍익매점에 해당하는 지하철 가판대 키오스크(kiosk) 몇 군데에 판매현황을 물어 보았다. 그랬더니 점원에게서 되돌아오는 대답은 한결같이 “사피오요? 요즘 잘 나갑니다”라는 말이었다. 있을 것은 다 있는 잡지천국 일본에서 그 틈새시장 노리기가 여간 어렵지 않을텐데,
이 잡지의 인기 비결은 과연 무엇일까? 그것은 이 잡지가 철저하게 지향하고 있는 ‘우익성’에서 그 원인을 찾아야 할 것이다. 한 권에 400엔(약 4,000원) 하는 이 잡지는 일본내의 대표적 우익 성향의 격주간지로 알 사람은 다 안다. 보기에도 섬뜩할 정도로 강렬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선정적인 표지사진은 두 말할 필요도 없거니와, 헤드라인과 기사내용을 보면 그야말로 ‘할 말은 하는’ 잡지라는 것을 금방 알 수 있다.

구체적으로는, 사피오가 △일본의 헌법개정과 재군비 강조 △일본의 아시아 침략에 대한 긍정평가 △일본의 핵무장 찬성이라는 일본내 우익세력이 끊임없이 주장하고 있는 3대 이슈들을 그 주된 테마로 다루기 때문. 일본인 납치문제와 핵문제 때문에 ‘북한 때리기’ 기사는 사피오에 거의 단골메뉴로 등장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노무현 정권 비판’에도 열을 올리고 있다. 그 일례로, 사피오는 5월 일자 잡지 커버스토리로 “현 노무현 정권에는 친북좌익 세력들이 곳곳에 포진하고 있으며, 노무현 대통령이 탄핵공방에서 복권하면 적화통일에 대한 시나리오를 슬슬 진행시킬 것”이라며 노무현 정권을 좌파적 친북정권으로 매도하고 있다.


기미가요 제창 히노마루 기립 강요







이라크에 파견되는 일본 자위대 대원들이 히노마루를 흔들며 가족들과 작별을 나누고 있다.

또 하나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일본의 국기 및 국가에 대한 논란이다. 일본은 1945년 패전하기 전까지만 해도 아시아 침략을 위한 전시국의 사상적 지주로서 ‘히노마루’와 ‘기미가요’를 각각 일본의 국기와 국가로 사용해 왔다. 패전 후에는 국기와 국가에 대한 내용을 법적으로 명문화하지 않은채, 올림픽 등 공식행사에서는 히노마루와 기미가요를 암묵적으로 국기와 국가 대용으로 사용해 왔다. 그러다가, 자민당을 중심으로 하는 연립여당과 우익세력들의 압력으로 1999년 8월13일에 ‘국기 및 국가에 관한 법률(국기국가법)’을 공포 시행함으로써 히노마루와 기미가요가 일본의 공식 국기와 국가로 법제화하게 됐다.

최근 이 히노마루와 기미가요 때문에 말썽이 많다. 국공립학교의 졸업식이나 입학식 등 학교 공식행사에서 기미가요 제창과 히노마루에 대한 기립이 의무화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거부하는 양심적인 교사들이 속출하고 있기 때문. 이로 인해 각 지자체 교육위원회와 각 학교 교장 선생님이 주축이 되는 지도측과 일선의 일부 평교사들과의 신경전이 날로 치열해지고 있다. 특히, 도쿄도의 경우는 그 도를 넘고 있는 양상이다. 도쿄도 교육위원회는 졸업식과 입학식 시즌인 지난 3, 4월에 “일부 교사들이 학교장의 직무명령에 해당하는 일장기를 향한 기립과 기미가요 제창을 행하지 않았다”는 점을 들어 일선교사 190여명에 대해 무더기 경고처분을 내렸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몰래 감시조를 각 학교에 파견까지 하는 정성을 보였다. 이러한 도쿄도의 반강제 행위의 이면에는 현재 도쿄도지사인 이시하라 신타로 씨가 있음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이시하라는 이미 재일한인을 포함한 일본내 소수민족을 거의 범죄자 취급하는 ‘산코쿠진(三國人)’ 발언으로 알려진 대표적 우익 인사다. 도쿄 근교에 위치한 치바(千葉)현의 한 사립고에서 교편을 잡고 있는 익명의 선생님도 “이러한 공식행사 때는 일단 기립은 하되, 기미가요 제창시에는 입만 뻥긋거리며 부르는 흉내만 낸다”고 하면서 “자기처럼 하고 있는 선생님들이 주위에 많다”고 필자에게 귀띔했다.


‘평화헌법’ 개헌 여론 높아







최근 일본 극우단체 회원들이 소형선박을 이용해 독도 상륙을 시도해 논란이 됐다.

이러한 일본의 ‘우향우’ 현상을 단적으로 읽을 수 있는 부분이 바로 ‘헌법개정’에 대한 여론이다. 제2차 대전을 일으킨 전범국 일본이 다시는 전쟁을 일으키지 못하도록, 한편 자국 방위 이외의 목적으로는 군사력 행사를 하지 못하도록 규정된 이른바 ‘평화헌법(특히 제 9조)’에 대한 법적 정비문제가 일본 국회을 비롯한 사회 전반에서 활발히 논의되고 있다. 특히, 지난 5월3일 일본의 헌법기념일을 전후로 발표된 개헌에 대한 각종 여론조사에서 호헌보다는 개헌에 대한 지지가 훨씬 높게 나타나고 있음은 현재 일본내 분위기를 뒷받침해 준다.

언론에서는 대표적 양대 우익성향인 산케이와 요미우리가 개헌파로, 중립 혹은 좌파 성향인 마이니치와 아사히가 호헌파로 분류되고 있다. 또한 정당별로는 각론에서 다소의 차이는 있지만, 집권여당인 자민당(改憲파), 공동여당인 공명당(加憲파), 그리고 작년 11월 중의원 선거의 대약진으로 거대 제1야당으로 거듭난 민주당(創憲파)이 개헌파로, 최근 들어 그 세가 급속히 위축된 일본공산당과 사민당은 호헌파로 개헌저지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이처럼 평화헌법 개정을 둘러싸고 국가적 여론이 둘로 첨예하게 양분되고 있는 가운데, 오른쪽으로 기울고 있는 전반적인 사회여론, 그리고 (극우)보수세력을 등에 업은 호헌파쪽으로 그 힘이 쏠리고 있는 형국이다.

고이즈미 일본수상의 보수성 및 우편향적 성향도 일본의 이러한 ‘우향앞으로’ 현상에 단단히 한몫하고 있다. 그 일례로, 해당국들의 비난에도 아랑곳 않고, 2001년 이래로 매년 한 차례 이상씩 2차 세계대전의 A급 전범들이 합사된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해 온 것만 보아도 그렇다. 또한, 미일동맹을 강조하며 부시 정권과 밀월을 즐기고 있는 고이즈미 정권은 이념적으로 ‘네오콘(신보수주의, neo-conservertive)’ 내각이라 정의할 수 있을 것이다. 때문에 이와는 그 궤를 달리하는 한국의 노무현 정권과는 영 ‘코드’가 맞지 않음을 지적하는 일본내 식자들이 많다. 겉으로는 친한 척하는 이른바 ‘다테마에’를 쓰고 있지만, 우성향의 고이즈미가 갖는 ‘혼네(본심)’는 노무현 정권을 좌파적 정권으로 규정, 카운터파트로서 그리 썩 탐탁치 않게 인식하고 있다는 점은 향후 한일관계를 불투명하게 하는 요소다. 이와 같은 고이즈미의 거칠 것 없는 우편향적 강성 발언과 행동 전범국 국민이라는 굴레와 원죄의식에서 주눅들어 왔던 일본인에게 정신적 카타르시스를 안겨다 주는 동시에, 암암리에 그들을 ‘오른쪽’으로 향하도록 세뇌하고 있다.


군국주의로 회귀 우려

일본의 대표적 명문사학이자,’히다리(왼쪽, 左派)’성향이 강한 와세다(早稻田)대조차도 최근에는 ‘미기(오른쪽, 右派)’로 흐르고 있지 않느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학내외를 막론하고 나올 정도다. 이 밖에도 역사교과서 왜곡문제, 정치인들의 집단적 야스쿠니 신사 참배, 우익단체의 독도기습 시도 등등 이루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우향우’에 대한 일본내의 ‘정중동’의 움직임은 많다.

그다지 이웃나라 일에 왈가왈부할 생각은 없다. 하지만, 일본의 경우는 그 처지가 다르다. 이러한 일본의 우익화는 밖에서 보면, 특히 식민지라는 뼈아픈 과거사를 가지고 있는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여러 나라들에는 “또다시 일본이 군국주의로 회귀할 지 모른다”는 것 때문에 상당히 민감한 사항, 더나아가 위협으로 받아들여지기에 충분하기 때문이다.

동경통신원 라경수 rhasoo@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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