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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

[인터뷰] 서울아산병원 임영석 교수, 의료 빅데이터 활용 선두주자… 간 질환 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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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 사망원인 1위는 간암… OECD 주요국가 중에서도 압도적 1위
간경화증과 간암이 가장 많이 발생하는 연령대 50대 이후
간질환자 민간요법이나 건강기능식품 혹은 생약제제의 섭취는 절대 안돼
B형, C형 간염 발견되면 항바이러스제 투약해야
항바이러스제 건강보험 급여기준 완화로 간암예방 나서야

 

[시사뉴스 박성태 대기자] "고등학교때부터 과학자가 되고 싶어 세계적인 과학전문 잡지인 ‘사이언스’를 탐독했고 목표도 서울대 물리학과 였습니다. 그런데 당시 체력장 시험에서 너무 긴장한 나머지 그 전날 잠을 설치고 20점 만점에 17점 밖에 못 받았습니다. 학력고사 점수까지 고려해보니 서울대 물리학과는 자칫하면 떨어질 수도 있어서 결국 의예과를 가게 됐습니다. 당시 서울대 물리학과는 의예과보다 커트라인이 조금 더 높았었어요. 1, 2점 차이지만 떨어지면 재수에 대한 부담도 생기고, 아버님이 말씀은 안하셔도 내심 의대 진학을 바라시는 것 같아 의대를 가게 된 것입니다. 


이해하시기 어렵겠지만 원하지 않는 의대에 진학하다보니 적응이 잘 안되었고 방황도 했습니다. 그러다가 본과 3학년 때 서울대병원에 첫 실습을 나갔는데 소아과에서 병명도 모르는 소아환자의 진단을 찾아내는 과정에서 의료행위도 과학의 영역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때부터 공부를 열심히 하게 되었고 그전 4년간 좋지 않았던 성적을 많이 끌어올렸습니다.  1993년부터 1996년까지 내과 전공의 과정을 거치면서 내과에 입원한 환자의 거의 절반 정도가 간경변 합병증에 시달리고 있었고, 본인은 물론 가족들까지 인간의 존엄성이 극심하게 훼손되는 상황을 바라보면서, 자연스럽게 이런 문제들을 어떻게 극복해낼 수 있을지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였고, 결국 그것이 지금까지 평생의 목표가 되었습니다. 특히 1993년 3월에 전공의 1년차로서 처음으로 담당하게 되었던 두 분의 환자들은 아직도 기억에 생생히 남아 있습니다. 정말 착한환자들이였는데 심혈을 기울여 돌봐드렸지만 심한 복수, 황달, 간성뇌증 등으로 말할 수 없이 시달리다가 결국 두달여만에  아쉽게 운명하시는 것을 보고 정말 ‘간 전문 의사로서의 소명’을 다하고자 다짐에 다짐을 했습니다. 


항상 진단과 치료에 있어서 과학적으로 접근하고자 노력했습니다. 전공의 시절에 간경변증 합병증인 복수를 어떻게 더 과학적으로 조절할 수 있을지를 연구해서 그 결과를 석사학위 논문으로 쓰고 국제학술지에도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그 연구 결과는 지금도 진료에 이용하고 있습니다.


나름 제가 간암, 간질환 전문가로 평가받게 된 것은 ‘다약제 내성 B형간염’ 치료 방법을 크게 개선하여 거의 완전히 해결할 방법을 연구하고 발표해 국제 학계와 의료계로부터 주목받기 시작한 2013년께부터입니다. 


아마도 제가 의료 빅데이터 활용 연구의 1세대인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 병원들에 잘 구축되어 있는 전자의무기록으로부터 연구에 필요한 빅데이터 자료를 추출하고 분석함으로써 세상에서 아무도 알지 못했던 새로운 발견을 많이 하고 있고 그 결과들을 국제저널에 268편의 논문으로 발표했습니다. 특히, B형간염에서 간암 발생을 예방하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결정적인 발견을 하고 있습니다. "


평생의 경력을 온전히 간질환, 특히 만성 B형간염 극복을 위한 연구에 매진하고 있는 임영석 교수를 만나 간질환 환우들에게 하고 싶은 얘기를 들어봤다.

 

우리나라 간질환의 현황은 어떤가요?


사회의 질병부담을 나타내는 가장 중요한 지표는 그 질병으로 인한 사망률입니다. 우리나라 국민들의 가장 중요한 사망원인은 악성종양(암)입니다. 그런데, 가장 왕성한 생산활동 연령층인 40세-59세 사이에서 암 사망원인 1위는 간암입니다. 안타깝게도 우리나라에서 간암으로 인한 사망자 숫자는 OECD 주요국가들 중에서 압도적으로 1위입니다. 간암은 대부분 간경변증(혹은 간경화증)에서 발생하는데, 간암과 간경변증으로 사망하는 국민의 숫자는 인구 10만명중 60대 연령층에서 연간 약 70여명, 50대 연령층에서 약 50여명으로 매우 높습니다. 보통 인구 10만명당 특정 질병으로 사망하는 사람의 숫자가 10명을 넘으면 그 질병의 부담이 상당히 크다고 간주하는 점을 고려하면 우리나라에서 간암과 간경변증의 질병 부담이 얼마나 큰지 가늠할 수 있습니다. 특히 간경변증과 간암은 여성보다 남성에서 훨씬 더 많이 생기기 때문에, 결국 중년 남성이 조기에 사망함으로써 가정과 사회에 얼마나 큰 손실이 발생하는지 짐작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진료현장에서는 자녀들이 중·고등학교에 다니고 있는 상태에서 돌아가시는 환자분들을 많이 보게되어서 매우 안타깝습니다.

 

 

 

우리나라 간질환 환자 중에 가장 많은 B형간염 환자가 얼마나 되는지요? 그중에 정기검진을 받는 분은 얼마나 되는지요?


우리나라에서 이렇게 간암과 간경화증으로 인한 질병부담이 큰 이유는 그 원인 질환인 만성 B형간염의 유병률이 여전히 높기 때문입니다. 만성 B형간염은 B형간염 바이러스에 감염되어 발생하는데, 대부분의 환자들은 태어날 때 어머니로부터 전염되었습니다. 이를 모자(母子)간 수직감염이라고 부릅니다. B형간염에 대한 효과적인 예방백신을 신생아들에게 본격적으로 접종하기 시작한 것은 1990년대 초반으로써, 그 이전에 태어난 세대, 즉 현재 30세 이상 연령층은 백신의 효과를 보지 못했기 때문에 유병률이 약 4%로 여전히 높습니다. 그런데, 간경화증과 간암이 가장 많이 발생하는 연령대는 50대 이후로서, 앞으로도 약 20여년간은 만성 B형간염으로 인한 질병부담이 지속될 것이라는 것을 쉽게 짐작할 수 있습니다. 현재 만성 B형간염을 앓고 있는 국민은 약 140만명으로 추정됩니다. 그 중 B형간염에 대한 치료제인 항바이러스제를 복용하고 있는 환자는 약 26만명, 즉 약 18.6%로 추산됩니다. 이는 전세계적으로 약 10%의 만성 B형간염 환자들이 치료약제를 복용하고 있는데 비해서는 다소 높은 수치지만, 여전히 절대적으로 낮습니다. 최근에 저희 연구팀은 만성 B형간염 치료 개시 기준을 완화해서 치료받는 환자의 비율을 높인다면 간암 발생 위험을 현저히 낮출 수 있다는 새로운 근거를 속속 확인해서 국제 의학 저널에 발표하고 있습니다.

 

 

 

B형간염은 완치약이 없다고 들었습니다 그럼 어떻게 관리를 해야 하는지요?


만성 B형간염의 완치는 혈액검사에서 s항원이 음성으로 전환되는 경우를 말합니다. 현재 치료약제들을 장기간 사용해도 연간 완치율은 약 0.3%에 불과합니다. 하지만, 비록 B형간염 완치는 어렵다 하더라도 이런 약제들을 장기간 복용하신다면 간경변증 발생률을 최소 70% 이상, 간암 발생률을 약 50%이상 예방할 수 있다는 점을 중요하게 고려하셔야 합니다. 더구나, 현재 약제들은 장기간 사용하더라도 매우 안전하며 내성이 발생하지 않습니다. 더욱 중요한 것은 현재 B형간염 완치를 목표로하는 혁신적인 신약들이 매우 활발하게 개발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아마도 10여년 이내에는 새로운 신약이 승인, 도입되어 쉽게 완치가 가능한 시대가 열릴 것으로 전망됩니다. 따라서, “B형간염 약은 평생 복용해야 한다”라는 말은 현재 의학 수준으로는 맞겠지만, 10여년 후에는 그렇지 않게 될 것입니다. 그 때까지 간의 상태를 가장 좋게 잘 유지하기 위해서는 필요한 경우 현재 이용가능한 항바이러스제를 잘 복용하셔야 합니다.

 

간암발병률 통계를 비교해 보면 항바이러스제를 안하는 분들의 간암발병률이 미국이나 유럽에 비해 월등히 높은 것으로 나와 있습니다. 그렇게 된 이유가 무엇인지요?


만성 B형간염 바이러스는 그 유전자형이 6가지 있는데, 우리나라 환자들의 약 98%는 간암 발생률이 가장 높은 유전자형 C에 감염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모자간 수직감염이 가장 중요한 전염 경로이기 때문에 감염 기간이 환자분의 나이만큼 길다는 것도 원인입니다. 마지막으로, 다른 나라 환자들에 비해서 음주량이 많은 것도 무시할 수 없는 이유인 것 같습니다.

 

항바이러스제를 조기에 복용을 시작하면 간암발병률이 줄어든다고 자료에 나와 있는데 그럼 일찍 복용을 시작 하면 되지 않나요? 이유가 있는지요?


만성 B형간염에 대한 항바이러스제는 1998년 라미부딘 이후로 약 8가지가 도입되어 있습니다. 라미부딘을 비롯한 초기 약제들은 효과가 좋지 않았고 내성이 많이 발생했었기 때문에, 각종 진료 가이드라인들에서는 꼭 필요한 경우에만 투약을 개시하도록 권고하였습니다. 하지만, 약 10여년전부터는 효과가 크게 개선되고 내성이 전혀 생기지 않으며 부작용도 거의 없는 매우 안전한 약들이 속속 개발되어 왔습니다. 또한, 약제의 가격도 점진적으로 낮아지고 있습니다. 따라서, 지금은 예전보다 항바이러스제 투약을 더 일찍 시작하는 것이 상당히 타당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각종 진료 가이드라인과 건강보험 급여 기준은 의학의 발전을 아직 따라가지 못하는 안타까운 상황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저희 연구팀을 비롯해서 전 세계적으로 많은 전문가들이 조기 투약 타당성의 근거를 제공하는 중요한 연구 결과들을 속속 발표하고 있기 때문에, 수년내로 각종 진료 가이드라인들과 급여 기준이 전향적으로 개선될 것으로 낙관합니다.

 

우리나라 정상간수치가 미국등에 비해 높다고 합니다. 2018년 B형간염 진료가이드라인에 의하면 정상간수치가 ALT 남자 34,여자 30으로 낮추어졌는데 아직까지 정상 간수치 40으로 처방기준이 되고 있습니다. 아직도 적용이 안되는 이유가 무엇인지요?


위에 설명드린 이유로 과거에는 매우 복잡한 기준을 적용해서 ‘꼭 필요한 환자들에게만’ 항바이러스제 처방을 허용해 왔습니다. 그 ‘꼭 필요한 기준’중에 간효소수치인 ALT가 핵심적으로 자리잡고 있습니다. 그런데, 치료가 필요한 ALT 수치가 얼마인지에 대해서 아직도 전문가들 사이에 일치된 기준이 없고, 더구나 ALT 자체의 한계로 인해서 이 수치가 정상이어도 간경변증이나 간암으로 진행하는 환자들이 상당히 많다는 심각한 문제가 있습니다. 따라서, 저희가 연구한 결과 항바이러스제 치료의 필요성을 결정하는데 있어서 ALT 기준은 더 이상 사용하지 않는 것이 타당한 것으로 확인되고 있습니다. 이런 연구 결과는 기존의 학설과 치료 기준을 매우 크게 변경하는 것이어서 학계와 건강보험 심사평가원 등에서 수용하는데 시간이 다소 소요될 것입니다.

 

간암발병을 조금이라도 줄일수 있게 하려면 어떻게 관리를 해야 하는지요?


당연한 이야기지만, 간암발병을 줄이기 위해서는 그 원인을 차단해야 합니다. 간암의 원인 중 가장 중요한 것은 만성 B형간염 감염이며, 만성 C형간염, 과도한 알콜 섭취, 그리고 비알콜성 지방간질환이 4대 원인으로 포함됩니다. 따라서, 정기 검진을 통해서 B형간염 및 C형간염에 걸려 있지는 않은지 반드시 확인하시고 필요한 경우 바이러스 치료제를 복용하셔야 합니다. 다음으로는 과도한 음주를 삼가시고, 복부비만이 발생하지 않도록 식습관과 생활습관을 교정하셔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그 자체로 간독성 위험이 높고 기존의 간질환을 악화시킬 수도 있는 각종 생약제제, 민간요법, 건강기능식품의 섭취는 절대로 삼가셔야 합니다.


이렇게 예방을 위해서 최선의 노력을 하면 간암 발생을 절반 이하로 줄일 수 있습니다. 다만, 그렇게 하더라도 간암 발생을 완전히 막을 수는 없기 때문에, 다음으로는 간암이 발생하더라도 조기에 발견하기 위한 감시검사(영상검사 + 혈액검사)를 6개월마다 꼭 받으셔야 한다는 것입니다. 간암을 조기에 진단한다면 수술이나 국소치료요법 등으로 쉽게 완치를 시킬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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