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사뉴스 한지혜 기자]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의 "통화정책시 성장을 함께 보겠다"'는 발언이 기준금리의 속도를 조절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되면서 국고채 금리가 전구간 하락했다. 인사청문회에서 종전에 비해 별다른 매파적(통화정책 긴축선호) 발언을 내놓지 않는 등 전반적으로 중립적이었다는 평가다.
19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이날 서울 채권시장에서 국채 3년물 금리는 전장보다 0.009%포인트 하락한 2.981%를 기록했다. 오전 11시30분께 2.927%까지 내려갔으나 오후 들어 하락폭을 좁혔다. 국채 3년물은 지난 11일 8년 4개월 만에 3%를 돌파한 바 있다. 이후 한은 금통위가 기준금리를 인상한 14일에는 2.878%로 3% 아래로 내려갔다. 당시 기준금리를 인상한 직후, 기자간담회가 열리기 전에만 해도 3년물이 3.004%로 전날보다 소폭 올랐지만 주상영 한은 금통위 의장 직무대행의 비둘기적(통화정책 완화선호) 발언에 채권 시장이 안정세를 보였다.
장기물도 모두 하락세를 보였다. 국채 5년물은 0.015%포인트 하락한 3.212%를 기록했다. 국채 10년물 금리도 전장보다 0.005%포인트 내린 3.350%를 기록했다. 20년물과 30년물 역시 각 0.037%포인트, 0.036%포인트 하락한 3.349%, 3.257%를 기록했다.
이날 국채 시장이 안정세로 돌아선 것은 이창용 한은 총재 후보자가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인사청문회에서 성장 둔화 가능성을 지속적으로 강조하면서 "기준금리 인상시 성장도 함께 고려하겠다"고 한 발언 때문이다. 이를 두고 시장에서는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속도가 조정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 후보자는 "지난 14일 한은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는 아직까지는 경기의 하방 위험 보다 물가의 상방 위험이 더 큰 점을 반영해 기준금리를 연 1.25%에서 연 1.50%로 인상했다"며 "앞으로 통화정책 운용에 있어 높아진 불확실성을 고려해 물가 위험과 경기 위험이 어떻게 전개될지 면밀히 살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성장 모멘텀이 훼손되지 않도록 유의하면서도 물가 안정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통화정책의 완화 정도를 적절한 속도로 조정하고, 이를 통해 가계부채 연착륙 등 금융안정을 도모하겠다"고 말했다. 이는 앞으로 기준금리 결정시 단기적으로는 고물가에 대응하겠지만 장기적으로는 경기 하방 위험까지 함께 보겠다는 뜻이다. 기준금리를 추가 인상하되, 속도는 조정할 필요가 있다는 것을 시사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이 같은 발언은 채권 매수 심리를 자극했다.
또 한미 기준금리 역전에 대비해 우리나라도 긴축 속도를 앞당길 것이냐는 질문에는 "지금 미국의 상황은 우리나라와 비교해 물가가 거의 2배 이상 높은 상황이지만 성장률은 올해 3, 4% 중반으로 예상되고 있어 미국은 금리를 빠르게 올릴 여지가 있다"며 "반면 우리나라는 물가가 4%로 과거보다는 높은 수준이지만 성장률이 미국만큼 그렇게 높은 상황은 아니기 때문에 미국보다는 (기준금리 인상이) 조심스럽다고 봐야 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미국이 기준금리를 한번에 0.5%포인트 올리는 '빅스텝'을 예고한 데 대해서는 "우리는 앞으로 물가가 얼마나 빨리 올라갈지를 보고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14일 금통위에서는 물가 수준이 0.5%포인트 까지 기준금리를 올릴 필요가 없다고 생각해 0.25%포인트를 올린 것"이라며 "5월엔 데이터가 크게 달라지지 않겠지만 7월에는 우크라이나가 어떻게 될지 몰라 물가 수준을 알 수 없고 예단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이 총재의 발언이 전반적으로 중립적인 것으로 평가했다. 비둘기(통화정책 완화선호)는 아니지만, 매파 일색으로 일관했던 이주열 전 총재와 비교해 덜 매파적 이었다는 평가다. 특히 이 후보자가 "통화정책시 성장을 함께 보겠다"고 한 발언으로 기준금리 인상 속도가 조정될 수 있다는 것으로 해석되면서 채권 시장이 안정된 모습을 보였다고 평가했다. 5월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은 상당히 후퇴한 것으로 평가했다.
조용구 신영증권 연구원은 "이 후보자가 인사청문회에서 4월에는 물가를 봤지만 앞으로는 성장까지 균형적으로 보겠다고 한 부분이나, 저상장과 고령화를 언급한 부분 등에서 덜 매파적으로 평가한 것 같다"며 "이로인해 장 초반부터 채권 시장이 안정세를 보였으나 오후 들어 외국인들이 선물을 매도하면서 하락폭이 좁혀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조 연구원은 "이 후보자가 '빅스텝'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5월에는 새로운 데이터가 없겠지만 7월에는 모르겠다고 한 부분 때문에 5월 인상 가능성이 많이 후퇴된 것으로 보인다"며 "그렇다고 크게 후퇴한 것은 아니고 우려를 줄인 정도라 앞으로 채권 금리가 안정세를 이어갈지는 좀 더 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