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사뉴스 한지혜 기자] 한동훈 사법연수원 부원장(검사장)이 혐의를 벗게 된 건 검찰이 그가 채널A 전 기자와 공모했다는 '증거'를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검찰은 증거를 찾기 위해 한 검사장의 휴대전화를 열어보려 했지만 결국 실패했다. 그동안 이 사건에서 가장 큰 논란이 됐던 것이 한 검사장의 휴대전화이기도 했다.
초기 수사팀장은 한 검사장의 휴대전화 유심(USIM)칩을 압수하는 과정에서 물리적 충돌까지 빚었으며, 법무부는 휴대전화 암호를 해제하지 않는 경우 처벌하는 이른바 '한동훈 방지법'을 추진해 사회적 갑론을박이 일어나기도 했다.
6일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부장검사 이선혁)는 강요미수 혐의를 받는 한 검사장을 무혐의 처분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한 검사장이 이동재 전 채널A 기자와 함께 이철 전 밸류인베스트코리아(VIK) 대표에게 유시민 전 노무현재단 이사장 등의 비위를 털어놓도록 강요했다고 볼 만한 증거를 찾기 힘들다고 판단했다.
그동안 검찰은 한 검사장의 휴대전화 등을 압수해 이 전 기자와의 공모 증거를 찾으려 했다. 검찰이 한 검사장의 아이폰 휴대전화를 처음 압수한 건 지난 2020년 6월이었다. 당시 한 검사장이 휴대전화 비밀번호를 알려주지 않아 검찰은 디지털포렌식에 나설 수 없었다.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장이었던 정진웅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은 2020년 7월 자신이 직접 한 검사장이 근무하고 있는 법무연수원 용인분원 사무실에 찾아가 그의 휴대전화 유심칩을 압수하려 했다.
당시 대검찰청 검찰수사심의위원회가 한 검사장 수사를 중단하고 불기소처분하도록 의결한 상황인데, 이 권고를 무시하고 한 검사장에 대한 압수수색을 강행해 논란이 일었다.
압수 과정에서 사상초유의 검사 간 물리적 충돌이 빚어져 수사팀장인 정 연구원이 재판에 넘겨지기도 했다. 정 연구위원은 한 검사장의 팔과 어깨 등을 잡고 소파 아래로 누르는 등 폭행한 혐의가 유죄로 인정돼 1심에서 징역 4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받았다.
이처럼 검찰이 한 검사장의 휴대전화 잠금을 해제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 지속되자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은 2020년 11월 이른바 '한동훈 방지법' 제정을 추진하라고 지시했다. 휴대전화와 같은 디지털 기기의 암호 해제에 협조하지 않으면 사법벙해죄로 처벌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법무부는 지난해 9월 해당 법을 도입하기 위한 연구용역에 착수했고 최근 절차를 마무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현재로선 실제 법안이 추진될지 가늠하기 힘들다. 법조계에선 수사를 받는 사건관계인의 입장에선 자신의 휴대전화 비밀번호를 알려주지 않는 게 일종의 '방어권의 행사'에 해당한다고 보는 시각이 우세하기 때문이다. 방어권 보장은 형사소송법상 보장돼야 하는 피의자의 권리이다.
피의자가 자신의 휴대전화를 직접 버리는 이른바 '자기증거인멸'은 방어권 행사이므로 처벌 대상이 아니다. 같은 차원에서 휴대전화 비밀번호를 알려주지 않는 것 역시 자기증거에 관한 행위이므로 처벌이 가능하겠느냐는 지적이 따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