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박용근 기자] 평소 알고 지내던 50대 여성을 살해한 후 시신을 유기하고, 유기를 도운 공범까지 살해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권재찬(52)씨가 일부 혐의를 부인했다.
인천지법 형사15부(이규훈 판사) 심리로 열린 10일 첫 공판에서 강도살인 및 사체유기, 특수절도 등 혐의로 구속 기소된 권씨는 “사체유기 및 특수절도 미수 등의 혐의에 대해서는 인정한다”면서도 “강도살인 혐의의 경우 ‘살인’에 대해서는 인정하나 ‘강도’ 부분에 대해서는 받아드릴 수 없다”고 밝혔다.
권씨의 변호인은 “권씨가 일부 (범죄와 관련된)단어들을 직접 찾은 것이 아닌 연관 검색어로 올라온 단어 등을 검색한 것”이라며 “강도 혐의에 대한 공소사실을 인정 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검찰은 당시 권씨가 9000만원의 도박 빚을 갚지 못해 사기죄로 고소를 당해 신용불량자로 경제적 어려움을 겪었고, 범행을 저지르기 전 ‘복면강도’, ‘ATM 강도’ 등을 검색한 점 등을 고려해 강도 혐의를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권씨의 다음 공판기일에서는 증인 신문이 진행될 예정이다.
권씨는 지난해 12월 4일 오전 인천 미추홀구 한 건물에서 A(50대·여)씨의 목을 졸라 살해하고 유기한 뒤, A씨의 체크카드 등을 이용해 현금 수백만원을 인출한 혐의를 받고 있다.
그는 다음날인 5일 오후 중구 을왕리 인근 야산에서 공범 B(40대)씨를 살해한 혐의도 받고 있다.
권씨는 범행과정에서 A씨에게 수면제를 먹인 뒤 폭행해 그의 체크카드 비밀번호를 알아낸 것으로 알려졌다.
인천경찰청은 당시 신상공개심의위원회를 열고, 이번 살인사건에 대해 법률상 특정강력범죄에 해당하고 수법이 잔인해 권씨의 신상을 공개했다.
앞서 경찰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으로부터 A씨의 사인에 대해 “질식으로 숨진 것으로 추정되고, 외력에 의한 다수의 골절도 확인된다”는 내용의 소견을 전달받았다.
또 A씨의 시신을 유기하는 것을 도운 뒤 살해 당한 공범 B씨에 대해서도 “머리 부위 등을 흉기에 맞아 숨진 것으로 추정된다"는 소견을 받았다.
권씨는 A씨를 살해하기 전 공범 B씨에게 "A씨의 시신이 부패할 수 있으니 야산에 땅을 파러 가자"며 을왕리 인근 야산으로 유인한 뒤 살해한 것으로 조사됐다.
권씨는 경찰에서 "우발적으로 범행을 저질렀다"며 "A씨의 시신을 유기한 뒤 금전문제로 다투다 B씨가 경찰에 신고하겠다고 해 둔기로 때려 살해했다"는 취지의 진술했다.
그러나 경찰은 권씨가 A씨를 살해하기 전 체크카드 비밀번호를 미리 알아낸 점과 1100여만원 상당의 귀금속까지 빼앗은 점 등을 토대로 사전 계획 하에 금품을 노린 계획적 범죄로 판단했다. 또 권씨가 범행을 은폐하기 위해 공범도 살해한 것으로 조사됐다. 실제로 권씨는 초기 경찰 진술에서 B씨가 A씨를 죽였다고 거짓 진술하기도 했다.
한편 권씨는 18년 전인 2003년에도 전당포 업주를 살해한 뒤 부산에서 밀항선을 타고 일본으로 밀항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당시 경찰은 권씨의 밀항사실을 확인하고 일본 인터폴에 공조수사를 의뢰했다. 권씨는 같은 달 7일 불법체류 및 여권 미소지 혐의로 일본 수사기관에 붙잡혀 한국으로 강제 송환돼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항소심에서 감형을 받아 징역 15년을 복역하고 지난 2018년 출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