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2025.10.24 (금)

  • 흐림동두천 15.1℃
  • 흐림강릉 15.7℃
  • 흐림서울 16.5℃
  • 흐림대전 19.4℃
  • 흐림대구 19.1℃
  • 흐림울산 19.5℃
  • 흐림광주 22.1℃
  • 흐림부산 21.7℃
  • 구름많음고창 23.2℃
  • 맑음제주 26.3℃
  • 흐림강화 15.4℃
  • 흐림보은 18.0℃
  • 구름많음금산 19.7℃
  • 흐림강진군 23.0℃
  • 흐림경주시 18.6℃
  • 흐림거제 21.8℃
기상청 제공

강영환 칼럼

【강영환 칼럼】 멸공을 말한다.

URL복사

[시사뉴스 강영환 칼럼니스트] 몇 년 전 일이다. 보수주의 운동을 하는 선배들과 얼큰히 술을 한 잔 하고는 2차로 노래방을 갔다. 돌아가며 트로트에, 7080노래가 연이어지는 속에 성악가 뺨치는 교회성가대 출신의 선배가 마이크를 잡았다. 같이 몇 번 노래방을 다닌 적이 있는지라 정지용작 <향수>를 청한다. 박인수, 이동원이 함께 부르듯 선배는 목청을 달리해서 완벽히 노래를 마친다. 앵콜이 쏟아진다.


멋쩍은 듯한 표정이지만 이내 번호판을 누르고 마이크를 다시 든다. “아름다운 이 강산을~”로 시작되는 <멸공의 횃불>이다. 다들 재미있다는 듯 박수치며, 일어서서 반동을 하며 따라 부른다.

 

군대 생활 후 거의 30년 만에 부른 터라 나도 따라하지만 술이 얼큰한 상태에서도 생각이 복잡해진다. ‘분위기 깨게 왠 멸공의 횃불’ ‘흥겨운 노래방에서 굳이..’의 부정에, ‘그래! 추억의 노래니까 인정’의 긍정까지.

 

그런데 사실 ‘찢기는 가슴 안고 사라졌던’으로 시작되는 <광야에서>또한 비슷한 심경으로 노래방에서 부르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 나로선 오랜만에 듣고 따라부르는 멸공의 노래가 역시 그리 달갑지 않다. 집으로 가는 지하철 안에서도 그 잔상이 남는다. 곰곰 생각하다가도 그런데 어느새 콧노래를 부르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


멸공이 장안에 화제다. 멸공은 올해 초 팔로워 73만 명의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숙취해소제 사진과 함께 “끝까지 살아남을 테다 #멸공!”이라고 올린 게시물을 인스타그램 측이 삭제함으로써 시작되었다. 이에 정 부회장이 항의하자, 인스타그램은 “시스템 오류”라는 해명과 함께 해당 글을 복구했다.

 

이후 멸공논란은 정 부회장의 반격과 팔로워들의 엄호, 그리고 다른 인풀루엔저의 설전으로 확전되었다. 멸공(滅共)은 공산주의자를 멸한다는 뜻이다. 이 두 자의 단어는 장안을 멸공정국으로 만들어버렸다.


멸공은 사실 중국에서의 사업전개에 문제점을 체험한 정 부회장의 공산당 집권 국가에 대한 문제의식에 그의 트렌디한 감각이 결합한 깜짝 아이디어에 가까웠다. 사업하는 사람이 ‘멸공’이라는 다소 이념에 바탕한 도발적 단어를 쓰는 것이 괜찮을까 싶었는데, 2030세대는 이를 하나의 재미있는 ‘표현’으로 받아들였다. 다소의 이념적 태클이 있었지만 정 부회장의 글에는 “표현의 자유를 지지한다”는 등의 댓글 수백 개가 달렸다.


그런데 여기에 불을 지른 것은 사실 조국 전 법무부장관이다. 조 전 장관은 정용진의 멸공을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상기된다고 정치와 연결시켰다. 이에 질세라 윤석열 후보는 정 부회장을 응원하듯 이마트에서 장 보며, 달걀, 파, 멸치, 콩 구매 인증샷과 함께 ‘문파멸콩’으로 현 정부에 대한 비판적 성격으로 확전시켰다.

 

나경원 전 의원과 최재형 전 감사원장의 인증샷이 이어져 정치의 영역으로 전선이 펼쳐지면서 상대당인 더불어민주당에서도 구태적 이념공세라고 맞불을 놓았다. 그리고는 멸공의 불똥은 이마트 등 신세계백화점과 계열사인 스타벅스로 튀어, 불매운동이 조심스레 확산되었다.

 

마치 한·일 갈등 속의 일본계 회사라 알려진 유니클로 보이콧 운동을 연상할 정도로 사회는 <보이콧 정용진 vs 바이콧 정용진>으로 갈라질 지경에 이르렀다. 사태확산을 우려한 정 부회장은 사과를 하고 멸공전선에서 철수했다. 그리고 다시 멸공세상은 어느 정도 수면 아래로 안정을 찾아가는 길이다.


“나의 언어는 나만의 쇼(Show)다”라는 말이 있다. 프레드 쉐피시 감독이 제작한 러브앤아트(원제 Words &Pictures)영화의 한 대사이다. 정용진 부회장의 언어엔 그만의 쇼가 있었다. 그 쇼를 2030세대는 단순한 쇼로 받아들였지만 기성세대와 기존질서는 고정관념으로 해석하려 들었다. 친중이냐 반중이냐로 의미를 부여하였고, 공산주의에 대한 반대를 넘은 멸망까지의 과격한 이념언어로 치부했다.

 

게다가 한일전 대하듯 양극화의 논리로 밀어붙여 2030의 삶의 일부까지 되어버린 스타벅스에 대한 찬반운동까지 불러왔다.


영화대사처럼 “언어도 결국 이미지(Image)”일 수 있다. 멸공에의 열광은 이념이라는 고리타분한 논리가 아니라, 스타벅스 불매의 선동적 궤변이 아니라 2030의 순간적 느낌, 다소 격한 표현, 그리고 키다리아저씨의 통쾌한 한마디에 대한 공감이 담겨있다. 언어에 담긴 쇼를 즐겨라. 더 이상의 해설은 거두어라. 요즘 애들 이야기다

 

[편집자 주 : 외부 칼럼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저작권자 Ⓒ시사뉴스
제보가 세상을 바꿉니다.
sisa3228@hanmail.net





커버&이슈

더보기
투자 유치 플랫폼 '빅웨이브' , 하반기 지원 기업 IR 진행
[시사뉴스 홍경의 기자] 인천광역시와 인천창조경제혁신센터(이하 인천센터)가 함께하는 투자생태계의 대표적 투자 유치 플랫폼 ‘빅웨이브(BiiG WAVE)’가 23일 서울 코엑스에서 올해 하반기 지원 대상으로 선정된 스타트업들의 투자유치 사업계획 발표회(IR)를 성황리에 개최했다. 올해 하반기 빅웨이브는 인천센터의 대기업 파트너들과 협력을 이어온 스타트업들의 투자 유치를 지원하기 위해 마련됐다. 대기업 파트너로는 KT, 대한항공, 카카오모빌리티, 한솔PNS가 참여했고, 이들과 협업을 통해 기술력과 사업성을 검증 받은 스타트업들이 선정됐다. 이번 행사는 실질적 성과를 내고 있는 스타트업을 투자자에게 소개해 후속 투자로 이어질 기회를 제공하는데 초점을 두고 진행됐다. 올해 하반기 지원 대상에 선정된 기업은 ▲어플레이즈(공간 맞춤형 콘텐츠 큐레이션 솔루션) ▲에이아이포펫(AI 활용한 반려동물 실시간 건강 체크) ▲증강지능(항공 매뉴얼의 AI 기반 디지털 혁신) ▲디비디랩(혁신적 리서치 솔루션) ▲인텔리즈(생산라인 결함 검사하는 머신 비전) 등 초격차 분야 5개 기업이다. 이날 행사에는 벤처캐피털(VC)과 액셀러레이터(AC) 등 전문 투자회사와 오픈 이노베이션 등 새로

정치

더보기

경제

더보기

사회

더보기

문화

더보기
남양주 봉선사 ‘2025 반려견과 함께하는 선명상 축제’ 개최
[시사뉴스 정춘옥 기자] 10월 25일(토)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경기도 남양주시에 위치한 대한불교조계종 제25교구본사 봉선사(교구장 호산스님) 경내에서 진행되는 ‘2025 반려견과 함께하는 선명상 축제(주최: 남양주시불교연합회, 주관: 봉선사, 기획·운영: 마인드디자인, 후원:경기도·남양주시·보노몽·미앤펫)’가 하루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예년보다 한층 풍성해진 프로그램이 구성돼 있어 참가자들의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올해로 2회째를 맞이하는 ‘반려견과 함께하는 선명상 축제’는 대한불교조계종(총무원장 진우 스님)이 중점 추진하고 있는 ‘국민 행복(치유) 프로젝트’인 ‘선명상’과 연계, 반려인과 반려견이 함께 명상·요가·강연·체험 등에 참여할 수 있는 복합 힐링 페스티벌이다. 지난해 열린 첫 행사 당시 1500여 명의 반려인과 시민이 참여하며 높은 호응을 이끌어냈다. ‘선명상’은 ‘선명상을 통한 마음의 평안, 세계평화’를 주제로 불교의 ‘선(禪)’과 서양의 명상과학을 융합해 스트레스와 갈등에 시달리는 국민들에게 바로 마음 평안을 주고자 하는 취지로 기획된 명상 치유 프로그램이다. 올해는 ‘생명 중심의 공존’이라는 새로운 철학 아래 걷기명상 및 도그요가

오피니언

더보기
【박성태 칼럼】 스포트라이트 받는 주인공 뒤에 숨은 조력자를 기억하자
지난 14일 서울 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한국과 파라과이의 축구 평가전에서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선수는 단연 오현규였다. 그는 후반 30분 승리에 쐐기를 박는 결정적인 골을 넣으며 언론의 헤드라인을 장식했다. 그러나 그 골의 배후에는 수비수 두 명을 제치는 현란한 드리블 후 냉정히 경기의 흐름을 읽고 찬스를 만들어낸 또 다른 주인공이 있었다. 바로 이강인이다. 그는 전방으로 빠르게 침투한 오현규에게 정확한 타이밍의 패스를 연결해 골의 90%를 만들어 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경기가 끝난 후 조명은 오직 골을 넣은 선수에게만 쏟아졌고, 이강인의 이름은 짤막이 언급되었다. 지난 21일 한국프로야구 2025 플레이오프 한화 대 삼성의 3차전에서 한화가 5대4로 역전승을 거둔 뒤, 단연 승리의 주역으로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선수는 구원투수로 나와 4이닝 무실점으로 역투한 문동주였다. 그런데 사실 한화가 역전승을 할 수 있었던 것은 상대적으로 어린 문동주를 노련한 투수 리드로 이끌어간 최재훈 포수가 있었기 때문이다. 경기가 끝난 후 역투한 문동주와 역전 투런 홈런을 친 노시환만 승리의 주역으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고 최재훈의 이름은 언급조차 없다. 이러한 장면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