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타이 대표, "中, 너무 오래 무역 규범 준수 안 해…동맹과 협력"
[시사뉴스 김성훈 기자] 미 무역대표부(USTR)가 출범 8개월이 지난 조 바이든 행정부의 새로운 대중국 정책 윤곽을 제시했다. 전임 행정부에서 체결한 1단계 무역 합의 준수를 압박하고, 자국 경제 수호를 위해 관세 등 모든 수단을 배제하지 않는다는 방침이다.
캐서린 타이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4일(현지시간) 워싱턴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대담에서 이런 내용을 골자로 한 바이든 행정부 대중국 정책을 소개했다. 타이 대표는 "중국은 너무 오래 세계 무역 규범을 준수하지 않음으로써 미국과 전 세계 번영을 약화시켰다"라고 했다.
그는 특히 "최근 몇 년 동안 중국은 국가 중심의 경제 시스템을 강화했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중국이 미국과 다른 많은 국가가 공통으로 걱정해 온 문제에 관해 의미 있는 개혁을 할 계획이 없다는 점이 점점 더 분명해지고 있다"라며 "해야 할 일이 많다"라고 했다.
이날 연설에서는 중국과의 관계에서 미국 노동자들의 이익을 우선시한다는 바이든 행정부의 기조가 뚜렷이 드러났다. 타이 대표는 바이든 대통령의 대중국 무역 기조를 "노동자 중심의 무역 정책"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우리 노동자들과의 신뢰를 재구축하겠다"라고 했다.
그는 이런 취지로 먼저 "우리는 중국과 1단계 합의하에서의 성과를 논의할 것"이라고 했다. 중국이 1단계 무역 합의 사항을 얼마나 지켰는지를 점검하겠다는 것이다. 그는 1단계 합의가 농업을 포함한 미 산업 영역 일부에 이익을 줬다며 "우리의 경제적 이익을 계속 증진할 것"이라고 했다.
타이 대표는 아울러 이른바 '표적 관세 배제 프로세스(Targeted Tariff Exclusion Process)'를 재개하겠다고 밝혔다. 표적 관세 배제 프로세스는 전임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시절 대중국 고율 관세 부과 당시 오히려 미국 기업이 해를 입는 상황을 방지하기 위해 둔 예외 신청·허가 절차다.
그는 "우리는 기업, 특히 관세로 인해 영향을 받아 온 중·소규모 기업으로부터 듣는 이야기를 중히 여긴다"라며 "그게 우리가 관세 배제 프로세스를 재개하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트럼프 행정부의 고율 관세 부과 근거였던 무역법 301조를 "매우 중요한 수단"이라고 칭했다.
타이 대표는 "우리의 우려를 다루고 미국의 경제적 이익을 수호할 수 있도록 담보하기 위해 가능한 수단을 모두 들여다볼 것"이라고 했다. 향후 대중국 정책 집행 과정에서 전임 트럼프 행정부 시절 무역법 301조에 기반한 고율 관세도 수단으로 활용할 가능성을 열어둔 것이다.
그는 아울러 "1단계 합의에서 다루지 않은 중국의 국가 중심이고 비시장적인 무역 관행을 여전히 심각하게 우려한다"라며 "1단계 합의 이행 관련 업무를 하며, 우리는 보다 광범위한 이 정책적 우려를 제기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우리가 가진 모든 범위의 수단을 사용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동맹과의 협력도 언급했다. 타이 대표는 "21세기의 공정한 무역 규범을 만들기 위해 동맹과 계속 협력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글로벌 무역 시장에서의 경쟁이 민주주의와 시장 경제라는 토대로 이뤄지도록 하겠다는 게 타이 대표가 연설에서 소개한 바이든 행정부의 각오다.
다만 타이 대표는 "우리의 목표는 중국과의 무역 긴장을 악화시키려는 게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미·중 무역과 경제적 관계는 (세계에) 엄청난 영향을 준다"라며 "세계 최대 경제 국가 두 곳으로서 우리의 관계는 두 국가뿐만 아니라 전 세계, 그리고 수십억 명의 노동자에 영향을 준다"라고 했다.
한편 미 고위 당국자는 전날 백악관 익명 브리핑을 통해 이번 연설을 미국 측의 새로운 대중 전략 필요성을 설명하는 차원이라고 했다. 아울러 타이 대표가 조만간 중국 측 카운터파트와 무역 문제에 관해 대화를 시작하리라고도 했었다. 이 기간 대중국 관세는 유지된다는 게 당국자의 설명이다.
타이 대표는 아직 중국과 해결하지 못한 문제가 남았다며 "중국과의 직접 대화 없이 이런 문제를 다룰 방법은 없다고 본다"라고 했다. 이어 향후 대화가 트럼프 행정부 시절 1단계 무역 합의 이행을 중심으로 이뤄지느냐는 질문에는 "그건 시작점(starting point)"이라고 했다.
타이 대표는 1단계 무역 합의를 "현재 우리의 무역 관계 구조물이자 구성 양식"이라며 "어딘가로 가고자 한다면 어딘가에서 시작해야 한다"라고 했다. 다만 향후 구체적인 중국과의 대화, 협상 향방에 관해서는 "대화가 어떻게 흘러가느냐에 달렸다"라며 일단 1단계 합의 성과 점검을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