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선 초 '美점령군' '바지' 돌출발언 후 낮은 자세 모드
이재명 "강함보다 부드러움이 더 세…난 달라졌다"
일각 '사이다' 강점 잃을라 우려…1위 지지율 견조
[시사뉴스 홍경의 기자] 이재명 경기지사가 달라졌다. 과거 즉문즉답의 거침없는 발언을 자랑하던 모습이 무색하게 "김빠진 사이다"라는 비판까지 받으면서도 로키(low key)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대선경선 초반 '미(美) 점령군' '바지' 논란 등 돌출 발언으로 맹공을 받자 한층 자세를 낮추는 모습이다. 경쟁자들의 집중 공세에도 날 선 반격 보다는 낮은 자세를 유지하며 선두 주자의 포용력을 부각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경선 갈등 후유증이 커지면 본선에서 전폭적인 지지를 받지 못할 수 도 있다는 점을 감안한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최근 '이재명 저격수'를 자처하는 박용진 의원은 지난 6일 MBC 주관 3차 TV토론에서 이 지사를 향해 "그 전에는 자신감이 넘쳤는데 부자 몸조심을 하는 건지 김 빠진 사이다 같다"고 비꼬았다.
박 의원이 재차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몸 풀다가 쓰러지지 않을까 걱정되는데 이 지사는 몸 사리다가 주저앉을까 걱정"이라고 시비를 걸었다. 하지만 이 지사는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양승조 충남지사 등이 기본소득 문제를 비판한 것을 반박하면서도 "말할 기회를 줘서 감사하다"고 깍듯한 모습을 보였다.
이 지사는 자신의 변화에 만족하는 분위기다. 7일 열린 민주당 정책 언팩쇼 행사 후 만난 기자들이 스타일이 달라졌다고 지적하자 "내가 좀 많이 바뀌었다. 많이 유연해지고 강한 것보다는 부드러운 것이 더 힘이 세다는 것도 알게 된 것 같다"고 말했다.
과거 2017년 대선경선과는 완전히 달라진 모습인 셈이다. 성남시장이던 이 지사는 문재인 당시 후보의 사드 배치 전략적 모호성, 재벌개혁 후퇴 논란에 맹공을 퍼부었다. 이 지사의 날선 공격이 이어지자 안희정 충남지사가 "동지들에 대한 예의를 서로 지키자"고 자제를 당부하기도 했다.
8일자 오마이뉴스 의뢰 리얼미터 민주당 대선후보 적합도 여론조사에서 이 지사는 32.4%의 지지를 받으며 2위 이낙연 전 대표를 13%포인트 차로 따돌렸다. 민주당 지지층으로 응답자를 한정하면 지지율이 50.3%에 달했다.(6~7일 조사,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참조)
이런 분위기는 압도적 선두를 달리는 상황에서 굳이 경선 단계에서 얼굴을 붉힐 필요는 없다는 이른바 '부자 몸조심 전략'으로 풀이된다. 이 지사 측 관계자는 뉴시스와 통화에서 "이 지사도 산전수전을 다 겪었다"며 "당 내부로 공격은 하지 않고 정책토론을 유도하기 위해서 노력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 지사의 강점을 잃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된다. 거침없이 난타전을 주고 받으며 선명한 메시지로 어필했던 강점이 퇴색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더욱이 경선 초반 사생활 관련 질문에 '바지' 등 불안한 메시지로 실점한 것을 '사이다'로 만회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이 지사도 "계곡에 모난 돌덩이였다가 지금은 흘러흘러 강까지 왔더니 호박돌이 된 것 같다"면서도 "그렇다고 해서 돌멩이의 본질은 변한 게 없다"고 여운을 남겼다. 언제든지 강공으로 전환할 수 있다는 얘기다.
그러나 당 안팎의 맹공을 받으면서도 견조한 지지율을 유지하는 만큼 이 지사는 당분간 '김 빠진 사이다' 전략을 수정하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여기에 오는 11일이면 예비경선(컷오프)이 끝나고 내달 초 전국 순회경선까지 텀이 생기는 데다가, 코로나19 재유행 조짐에 따라 방역에 전념하기 위해 정치일선과 거리를 두게 됐다. 양날의 검인 '메시지' 대신 이 지사의 강점인 행정으로 어필할 공간이 마련된 것이다.
이 지사는 "방역 활동을 최우선 순위에 두고 코로나 대유행 방어에 집중하겠다"며 "당분간 방송 등 비대면 이외의 현장 경선활동을 자제하고, 경선캠프의 운영은 최소화하겠다"고 밝혔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뉴시스와 통화에서 "주류인 친문과 대결해봐야 남는 게 없는 상황의 이 지사로선 지금처럼 그냥 때리면 맞는 수밖에 없다"며 "이 지사 입장에선 국민들에게 피해자 이미지를 주는 것 자체도 나쁘지 않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