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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욱의 동서남북

【김영욱의 동서남북】 전두환氏 심판 날…“5·18 헬기사격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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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사뉴스 김영욱 기자 ]  한 젊은 병사의 눈을 통해 베트남전(戰)을 가차 없이, 그러나 감동적으로 보여주는 <플래툰>(Platoon)은 역사상 가장 강력한 전쟁영화 중 하나다. <플래툰>은 ‘전투소대’라는 뜻이다.


<플래툰>은 1986년 존 달리, 아놀드 코펠슨이 제작하였으며, 올리버 스톤이 감독했다. 찰리 신, 톰 베린저, 조니 뎁, 윌렘 데포 등 할리우드 명배우들이 출연했으며, 상영시간은 120분이다.


<플래툰>은 ‘죽기 전에 꼭 봐야할 영화 100선’에 선정된 터라 많은 이들이 관람했을 것이고 기자도 대학시절 찐한 감동을 받은 터라 굳이 줄거리는 얘기하지 않는 것이 나을 듯하다. 


그러나 불쑥 <플래툰>을 꺼내 들은 연유는 이 영화에서 시종일관 등장하는 미군의 수송 및 공격지원용 ‘UH1H’ 헬기 때문이다.


‘휴이’(huey)라는 별명으로도 불리우는 UH1H 헬기는 1955년 미국에서 개발돼 1976년까지 1만2000여 대가 생산됐다. 이 가운데 절반이 넘는 7000여 대가 베트남 전쟁 중에 만들어져 ‘베트남전 아이콘’으로 불렸다.


이 헬기는 국내에 1967년 미국의 원조로 6대가 처음으로 들어왔다. 1969년부터는 국민들의 방위성금과 국방비로 지금까지 모두 150여 대를 도입, 100여 대가 운영 중이다. 


이 UH1H 헬기가 5·18민주화운동에 투입돼 ‘부끄럽고 수치스러운’ 활동을 한 사실에 대한 재판이 1일 있었다. 당시 광주에서 헬기 사격을 목격했다는 고(故) 조비오 신부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기소된 전두환 씨가 이날 재판에서 유죄 선고를 받았다. 


광주지법은 “1980년 5월 21일 당시 헬기 사격을 충분히 인정할 만하다”며 전씨에게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전씨는 2017년 4월 출간된 회고록에서 “5·18 당시 헬기 사격은 없었던 만큼 조 신부는 파렴치한 거짓말쟁이”라고 비난했다. 그러나 검찰은 광주 전일빌딩에서 발견된 탄흔에 대한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감정 결과 등을 근거로 헬기 사격이 사실이라고 결론 내고 전씨에 대해 징역 1년 6개월을 구형했다. 1심 법원은 검찰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이번 재판의 쟁점은 당시 헬기 사격이 있었는지 여부를 가리는 것이었다. 하지만 살상 의도가 농후한 헬기 사격이 있었다면 사격 유무만 판단하는 선에서 그칠 문제가 아니다. 


사법적 단죄와 별개로 과연 헬기 사격을 한 의도는 무엇이었는지, 이를 지시한 지휘 · 명령 계통은 어떠했는지도 철저히 규명해야 할 것이다. 특히 재판부는 “전씨가 미필적이나마 당시 헬기 사격을 인식했다”고 판단했다.


재판이 시작되고 1심 선고가 나오기까지 2년 7개월 동안 숱한 증언과 증거가 나왔지만 전씨 측은 “헬기 사격설은 비이성적 사회가 만들어낸 허구”라고 일축해왔다. 


게다가 전씨는 알츠하이머 등 지병을 이유로 법정 출석을 거부하면서도 태연하게 골프를 치거나 삭스핀 폭탄주 만찬을 즐기는 장면이 포착돼 비난을 사기도 했다. 진솔한 사과나 반성하는 기색도 전혀 없었다. 


헬기사격 실체를 인정하고 전씨에게 유죄를 내린 재판부의 판결은 당연한 결과다. 다만 그를 법정 구속하지 않은 점은 아쉽다. 그가 보여 온 후안무치를 생각하면 그렇다. 


지난해 3월 32년만에 처음 광주에 모습을 드러낸 그의 첫마디는 “이거 왜이래!”였다. 이번에도 다르지 않았다. 이날 법정 출석을 위해 서울 자택을 나서던 그는 사과를 요구하는 시민을 향해 “말 조심해. 이놈아!”라고 소리쳤다고 한다.


이번 판결은 신군부에 의해 은폐 · 조작되고 보수인사들에 의해 왜곡됐던 헬기사격의 실체가 사법부에 의해 공식적으로 인정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5·18민주화운동은 40년이 지났지만 아직 발포 명령자와 행불자 처리 등의 진실이 드러나지 않고 있다. 당시 신군부가 철저하게 관련 자료 등을 파기했기 때문이다. 40년 동안 뻔뻔하게 역사의 진실을 감추고 왜곡해온 신군부의 수장인 전씨에 대한 엄벌은 당연하다. 이를 통해 역사를 바로세우고 어둠 속에서 진실을 끄집어내야 한다.


첨언. 5·18광주민주화운동을 북한군의 폭동이라고 주장한 세 권짜리 회고록을 펴낸 전씨는 이번 법원의 선고에 어떤 심정일까. 


그는 회고록 서문에서 “광주에서 양민에 대한 국군의 의도적이고 무차별적인 살상 행위는 일어나지 않았고, 무엇보다도 ‘발포명령’은 아예 존재하지도 않았다”고 서술했으니까.


이번 재판은 제대로 된 적폐청산(積幣淸算)만이 역사의 퇴행을 막을 수 있고 5·18민주화운동의 진상규명이 더 철저히 진행되어야 함을 역설하고 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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