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진성 시인 극단선택 암시글 페이스북에 올리고 잠적..이틀째 행적묘연
"매년 10월 '성폭력 의혹'이란 거대한 그림자, 정수리부터 발바닥까지.."
"온갖 통증, 신체 핥는 느낌. 정말 지겹고 고통스러워”
[시사뉴스 홍정원 기자] '거짓 미투 피해'로 성폭력 의혹을 받았다가 무혐의 판정을 받은 박진성 시인이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 극단적 선택을 암시하는 글을 게재한 후 잠적했다. 사실상 실종 상태다.
박진성 시인은 지난 14일 오후 10시 45분쯤 페이스북에 "저는, 제가 점 찍어 둔 방식으로 아무에게도 해가 끼치지 않게 조용히 삶을 마감하겠다"고 적었다.
박 시인은 지난 2016년 여성 습작생 성폭력 의혹을 받았지만 이후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하지만 혐의를 벗기 전까지 많은 비난을 받으면서 지인들에게 힘든 상황을 토로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 시인은 언론에 정정 보도 신청과 함께 소송을 냈다.
그는 페이스북에 "2016년 그 사건 이후 다시 10월이다. 그날 이후 저는 '성폭력 의혹'이라는 거대한 그림자를 끌고 다니는 것 같다"며 "매년 10월만 되면 정수리부터 장기를 관통해서 발바닥까지 온갖 통증이 저의 신체를 핥는 느낌이다. 정말 지겹고 고통스럽다"고 토로했다.
이어 "저의 돈을 들여 아무도 읽지 않는 시집을 출판도 해 봤다. 죽고 싶을 때마다 꾹꾹, 시도 눌러 써 봤다"며 "그런 게 다 무슨 소용일까 싶다. 살려고 발버둥 칠수록 수렁은 더 깊더라"고 말했다.

또 "비트겐슈타인의 말이 생각난다. 평생을 자살 충동에 시달리던 철학자는 암 선고를 받고서야 비로소 그 충동에서 벗어났다고 한다. 지금 제 심정이 그렇다"며 "제 자신이 선택한 죽음을 목전에 두고 시집 복간, 문단으로의 복귀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들과의 살부빔, 그런 것들이 다 무슨 소용인가 싶다"고 강조했다.
박진성 시인은 "단지 성폭력 의혹에 휘말렸다는 이유만으로 모든 것을 잃는 사태가 저에게서 끝났으면 좋겠다. 다만 어떤 의혹과 의심과 불신만으로 한 사람이 20년 가까이 했던 일을 못하게 하는 풍토는 사라져야 한다. 꼭 그랬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박 시인은 "다음 세상에서는 저의 시집 '식물의 밤'이 부당하게 감옥에 갇히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다음 세상에서는 저의 시집 계약이 부당하게, '단지 의혹만으로' 파기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고 소망했다.
경찰은 지난 13일 밤 '박진성 시인이 극단적 선택을 암시했다'는 112 신고를 받은 뒤 소재 파악에 나섰지만 아직까지 파악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