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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념 벽 허물고 한총련 다시 설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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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념 벽 허물고 한총련 다시 설까




한총련 합법화 사회적 논의 활발…새로 출범한 11기 “발전적 해체도 검토”




4월
13일 출범한 11기 한총련 지도부가 “조직의 합법화를 위해
발전적 해체까지 고려하고 있다”고 밝히면서 한총련을 둘러싼 논쟁이 한층 가열되고 있다. 수면 위에서 한총련 관련 논의를 할 수 있다는 자체가
과거와 비교해 놀라운 일이다. 한총련은 1997년 5기부터 이적단체로 규정돼, 사회 참여의 장에서 철저히 배제됐다. 사회를 향한 젊은 비판의
목소리가 차단됐다는 것은 국가적인 큰 손실이다. 한총련 합법화를 둘러싼 최근의 논란은 그래서 더욱 중요하다. 사회적 합의를 통해 해묵은
이념논쟁에 종지부를 찍고 한총련이 합법적인 조직으로 다시 태어날 수 있을지 사회의 비상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노 대통령, 한총련 합법화 간접 지시



“한총련은 반국가단체인 북한의 노선과 활동을 찬양, 고무하고 동조하는 행위를 목적으로 하는 단체”. 1998년 8월 제5기 한총련 의장
강위원(32) 씨 사건 공판에서 대법원이 내린 판결이다.

1993년 전대협을 전신으로 출범한 한총련은 1996년 8월 연세대 사태와 1997년 한양대 이석 씨 치사 사건 등을 거치며 우리 사회의
논란거리가 돼 왔다. 출범 당시부터 한총련 산하 일부 조직들에 대한 이적단체 적용을 검토하던 검찰은 이석 씨 사건 이후 한총련 전체를 이적
단체로 규정했다. 따라서 한총련 대의원들은 선출됨과 동시에 수배자가 돼야 했다.

2003년 4월 현재, 우리사회에서 이러한 한총련에 대한 합법화 논의가 그 어느 때보다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불을 붙인 것은 노무현 대통령. 3월17일 청와대 업무보고에서 “한총련을 언제까지 이적단체로 수배할 것인지 답답하다”면서 “검찰도 세상의
변화를 수용해야 한다”고 말해, 간접적으로 문제의 해결을 지시한 것. 이에 호응, 4월15일 법무부장관은 한총련 대책위 관계자와 수배자
가족들을 면담하는 자리에서 “한총련의 현 실정을 파악하고 수배해제 문제 등을 적극 검토하겠다”며 긍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물러섬 없는 보수




그러나 보수층의 비판이 만만치 않다. 이념적 성향으로 볼 때 한총련은 여전히 ‘불온세력’이라는 것이다.

박석균 한국자유총연맹 이사는 한 마디로 “한총련 합법화 논의는 섣부른 것”이라고 말했다. 박 이사는 “한총련이 강령을 완전히 뜯어고치거나
국보법이 개정되기 전에 합법화 운운하는 것은 대통령일지라도 권한을 넘어서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1997년부터 공안검사로 활동하다 지난해 변호사로 개업한 김용철 변호사는 4월22일 국가인권위원회에서 개최된 ‘국가보안법과 남남갈등’ 세미나에서
“한총련은 조직의 투명성이 보이지 않는 이상 이적단체로 남을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김 변호사는 “1998년 한총련 제5기 의장을 구속 수사한 경험이 있는 만큼 한총련의 조직과 구성, 운용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안다”면서
“한총련이 이적단체로 규정된 것이 마치 그들에 대한 탄압으로 비쳐지고 있는데, 그 책임은 전적으로 한총련에 있다”고 말했다.



한총련, “발전적 해소도 고려”




바깥에서의 논의와는 별도로 한총련 내부에서도 합법적 조직으로 거듭나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하고 있다. 4월13일 11기 한총련 의장으로
당선된 정재욱(23·연세대 총학생회장) 씨는 “한총련의 내부 문제점 수정을 통해 합법화를 모색하고 강령과 규약을 더욱 민주적이고 합리적으로
바꾸겠다”고 공언했다. 더 나아가 정 의장은 “운동권·비운동권을 가리지 않고 대학생이라면 누구나 함께 할 수 있는 학생운동으로 전환하기
위해 한총련의 발전적 해체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한총련은 이를 위해 ‘11기 한총련이 국민들에게 드리는 희망의 10대 약속’을 발표했다. 희망의 10대 약속에는 △한총련 홈페이지를 포털화해
일반에 공개 △2003 반전평화 페스티벌 및 2003 대구 반전평화 유니버시아드 개최 등 대중과 함께 하는 반미반전 평화운동 △국호를 KOREA에서
COREA로 바꾸기 통일 페스티벌 개최 △정견과 사상을 초월하는 제 학생운동 단체들의 ‘상설적공동투쟁체’ 결성 등의 내용이 담겨 있다.


한총련의 탈피는 처음이 아니다. 2001년 9기 한총련은 이적단체 규정의 가장 큰 원인이 돼 온 ‘연방제 통일 방안’을 ‘6.15남북공동선언’으로
바꿨다. 2002년 10기 한총련도 ‘미국을 반대하고’라는 부분을 ‘미국을 비롯한 외세의 부당한 정치 군사 경제 문화 등의 지배와 간섭을
막아내고’라고 바꿨다. 그러나 검찰은 “국가보안법 철폐와 반미는 북한의 주장이며, 따라서 한총련은 이적단체”라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검찰은
최근에도 한총련 신임 지도부의 대화요청에 대해 거부하면서 계속 검거할 뜻을 밝힌 바 있다.



“이념투쟁의 시대는
지났다”




서울대 법대 조국 교수는 ‘국가보안법과 남남갈등’ 세미나에서 한총련 합법화와 관련한 논란에 대해 “한총련 이적단체 규정은 인권차원에서 뿐만
아니라 법적으로도 무리가 있다”고 검찰의 주장을 반박했다. 조 교수는 “정치인이 국보법 개정과 폐지를 주장하면 상관없고, 학생들이 주장하면
범죄냐”면서 “그렇다면 한총련을 의사대표로 뽑은 일반 대학생들은 왜 이적단체 구성을 도운 혐의로 처벌을 하지 않는가”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한총련이 강령을 바꾸고 시대의 요구에 부응하는 만큼, 한총련의 활동을 국가에 위해를 가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사회 발전을 위한 목소리로
이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임종석 민주당 의원과 김홍신 한나라당 의원 등 여야 의원 47명은 4월18일 성명을 내고 “한총련이 합법화를 위해 스스로 발전적
해체를 검토하겠다고 밝힌 이상 정부가 용단을 내려야 한다”고 주문했다.

성명서를 낸 이유에 대해 임종석 의원은 “참여의 시대에 학생운동이 할 수 있는 일이 정말 많은데, 이적단체로 묶여 활동을 못 하는 게 너무
안타깝다기 때문”

이라고 밝혔다.

또한 김홍신 의원은 “이념 투쟁의 시대는 지났다”면서 “기득권이 벽을 쌓을 게 아니라 함께 대화하고 소통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덧붙여 “학생운동은 사회변화의 출발점이며, 사회발전의 원동력 중의 하나임을 인정하고 이제는 젊은이들의 순수성을 믿어주자”고 말했다.

김동옥 기자 aeiou@sisa-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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