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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산(蜜山)기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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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끈질긴 독도야욕에 대처하는 국내의 모습은 너무나 미약하다. ‘독도는 우리땅’이라는 뻔한 구호를 언제까지 되풀이 할 건가. 독도가 자기 땅이라고 교과해설서까지 명기한 이상 새로운 전술과 전략이 필요하다.
밀산에 도착해 호텔에 여장을 풀자 밀산중학의 이금희 선생부부가 찾아왔다. 이선생에게 밀산지역 조선족 역사를 아시는 분을 소개해달라고 연길에서 부탁했었는데, 마침 그런 원로가 계시다는 거였다. 함께 저녁식사를 하면서 밀산의 눈물겨운 이야기를 듣기로 했다. 식당에는 밀산시 부시장을 지낸 고맹군 선생과 수로국장을 지낸 김정득 선생이 나와 있었다. 두분 모두 밀산조선족 백년사 간행에 주도적 역할을 한 밀산조선족사회의 지도층이었다. 김선생은 직접 집필에 참여한 분이었다. 얼마나 반가왔던지 너무 고맙다는 인사를 거듭 전했다. 그분들도 먼 한국에서 밀산의 조선족 초창기 역사에 관심을 가진 사람이 있다는 것이 얼마나 고마운지 모르겠다며 반가워했다. 자신들이 죽으면 조선족 초창기 역사도 잊혀질 것 같아서 구전으로 내려오던 이야기를 고증을 통해 정리한 백년사를 펴냈다는 것이 아닌가. 그것도 작년에 밀산과 한국에 국경을 넘어 4천리나 멀리 떨어져 있었지만 마음이 통했던 것이다. 조국을 사랑한다는 것은 선조들의 삶의 역사를 아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는 진리는 밀산이나 한국이나 마찬가지였다. 백년사 편찬에 관한 어려웠던 저간의 사정에 대해 설명을 듣고, 못 마시는 고량주도 한 컵 마셨다. 그분들을 통해 막혔던 가슴이 꽉 뚫리는 기분이었던 것일까! 밀산지역 사정을 여러모로 나누다가 밤늦게 일어섰다. 내일 아침에 김정득 선생이 길잡이를 해주기로 했다.
아침 일찍 안창호 선생이 개척한 ‘십리와(十里?)’로 먼저 갔다. 끝이 보이지 않는 너른 벌판에 자리잡고 있는 동네였다. 마을이장쯤 되시는 조선족이 나와서 십리와와 옛선조들에 대해 전해온 얘기들을 해주었다. 이 마을이 애초에 건설된 150가구의 마을인지 100가구의 동네인지는 알 수 없었다. 신민회의 해외기지 건설의 꿈이 어려있는 이 십리와에는 5백여가구, 2천여명의 망국노들이 조국광복의 꿈을 안고 몸부림쳤건만 그 어떤 흔적도 남아있지 않았다. 표지석이라도 세웠으면 좋겠다고 했더니 협조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백년사 편찬도 주정부 공식사업이었으니 별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얘기였다. 한국에서 표지석을 세우는 문제를 도산기념사업회측과 협의해봐야겠다고 마음 먹었다.
인근의 ‘홍범도 고랑’이라고 불리는 수로에도 가봤다. 조국광복의 강인한 의지로 춥고 배고픈 수천리길을 건너와 이곳에서 의병들이 땅을 파 수로를 만들었다는 말인가. 그때 판 수로를 조금 넓혀 지금도 사용하고 있다면서 홍범도 장군의 인품을 이 동네사람들이 아직도 칭송하고 있다고 말했다. 필자는 김정득 선생과 함께 홍범도의병부대원들이 판 ‘홍범도 도랑’을 걸으면서 100년 동안 묻혀 있었던 선열들의 한 서린 유적지를 들러보며 가슴이 메었다. 어찌 편안한 마음으로 이 도랑을 걸을 수 있겠는가. 세월이 무심도 하지, 당신들의 고초를 이제껏 못난 후손들이 잊고 있었으니 고개를 들 수 없었다.
백포자고려영을 거쳐 흥개호에 닿았다. 그때 필자는 깜짝 놀라고 말았다. 정말 바다처럼 망망대해의 거대한 호수였다. 바이칼 다음으로 큰 동북아 최대 호수라는 말이 헛말이 아니었다. 호숫가에 서서 조금씩 떨어지는 빗발을 맞으며 건너편쪽 시야에 보이지 않는 러시아지역을 쳐다봤다. 블라디보스톡에서 도산이 이강, 안중근의 동생 안공근과 함께 7백리 길을 마차와 또 걸어서 밀산으로 왔다고 했는데, 그 까마득한 노정이 가슴에 꽉 막혀왔다. 망국노의 치욕을 씻고자 주먹을 불끈 쥐고 밀산의 신천지 건설을 위해 먼 길을 왔던, 그 피눈물의 역사는 흥개호의 어디에 잠들어 있는가. 흥개호를 둘러보며 일본군과 러시아 헌병대에 쫓겨 봉밀산 지역에 세우려 했던 새로운 공화국의 꿈을 키워갈 이곳은 독립운동가들의 근거지가 될 수 있었을까?하는 의문을 떠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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