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사뉴스 유한태 기자] 북한이 26일 재입북 탈북민에 의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유입됐다고 주장한 가운데 북한이 코로나19 확산을 차단할 만한 의료체계를 갖췄을지 의문이 제기된다.
북한은 코로나19 확산세가 심각하던 지난 3월부터 평양종합병원을 짓고 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노동당 창건 75주년인 오는 10월10일까지 병원을 완공하라고 지시했다. 공사는 예정대로 진행되지 않고 있다. 김 위원장은 지난 20일 "마구잡이식"이라며 공사 상황에 불만을 토로하는 등 조바심을 냈다.
이처럼 김 위원장이 평양종합병원에 집중하는 것은 그만큼 북한 의료체계가 취약하기 때문이다.
최천운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에 따르면 북한 의료체계는 답보 상태다. 의료시설 개수는 2011년과 2017년에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중앙·도급 병원은 133개에서 135개로 2개 늘었고 군·리 병원은 1575개에서 1694개로 증가했다. 리 진료소와 종합 진료소는 6263개를 유지했다.
각 병원 안에는 코로나19에 대응할 수 있는 음압병동이나 집중 격리치료시설이 부족하는 평이다. 의료시설과 위생환경이 열악하고 주민이 충분한 영양을 공급받지 못해 결핵, 장티푸스, 독감 등 선진국에서 자취를 감춘 질병으로 매년 상당수가 숨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2018년 북한 결핵 환자는 13만1000명이었고 이 가운데 2만명이 사망했다.
최은주 세종연구소 연구위원에 따르면 2017년 기준 북한 보건의료 관련 종사자 규모는 24만2341명이고 그 중 의사는 8만7839명이다. 인구 1만명 당 의사 35.1명이다. 이는 우리나라의 인구 1만명 당 23명에 비해 많은 수준이다.
하지만 숫자만 많을 뿐 질적인 측면에서는 열악하다.
1990년대 고난의 행군 이후 물적·기술적 토대 약화로 공적 보건의료체계가 침체됐다. 재원을 국가 예산으로 조달하다보니 국가 재정이 안정적으로 확보되지 못하면 의료체계 전체가 심각한 타격을 입는 구조다.
고난의 행군 시기를 겪으면서 공장 가동률 하락으로 의약품과 의료소모품 부족 문제가 심화됐다. 의료 전문가들의 임상 경험 부족과 진단 관련 시약·설비 부족 등으로 진단 상 어려움이 발생하고 있다.
북한은 2006년 성홍열을 홍역이나 급성호흡기감염증으로 오진한 결과 통제에 어려움을 겪었고 2007년 홍역을 풍진으로 오진해 조기 확진·치료에 어려움을 겪었다고 최은주 위원은 설명했다.
북한 1차, 2차 의료기관이 안정적으로 처방약들을 제공하지 못해 주민이 각자 약을 조달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아예 공식 의료기관을 이용하지 않고 스스로 진단하거나 증상만으로 비공식적인 방법으로 약품을 구입하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다. 이에 따라 처방받지 않은 약을 남용하는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이날 코로나19 유입을 선언한 것을 계기로 남북 간 의료·보건 협력을 추진해야 한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