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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과사람] 하층계급은 왜 분노하는가? 《가난 사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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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 포르노에 반대한다

 

 

[시사뉴스 정춘옥 기자] 가난을 겪는 사람들의 마음속에선 어떤 일이 일어나는가? 스코틀랜드 빈민지역에서 자란 래퍼이자 칼럼니스트인 대런 맥가비가 자신의 성장 경험, 아동·청소년 대상 활동과 교도소 재소자 대상 랩 워크숍 등을 하면서 만난 하층계급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가난과 학대, 중독과 폭력에 노출된 사람들의 마음풍경을 신랄하고 위트 넘치게 담아내며 좌우파 모두에 이의를 제기한다. 

 

 

잠깐 체험하는 ‘서민 코스프레’


 이 책은 2017년에 영국 그렌펠타워에서 발생한 화재 이야기로 시작한다. 맥가비는 끔찍한 인명 손실을 불러온 이 사건에 관한 사람들의 관심을 ‘가난 사파리’라고 부른다. 이곳에 살던 하층계급 사람들의 존재는 오랫동안 보이지 않고 목소리 또한 들리지 않았지만, 이 화재를 계기로 이곳 사람들의 삶을 들여다보는 진열창이 열렸다. 처음에 그 뜻은 고귀했을지 모르지만,  ‘진열창 앞 안전한 거리에서 원주민을 잠시 둘러보는 사파리가 끝나고 나면 모두가 그에 대해 서서히 잊어버리고 만다’고 맥가비는 적었다. 그러므로 ‘가난 사파리’는 ‘서민 코스프레’를 하고 잠깐 체험하는 ‘가난 포르노’의 다른 이름이다. 


 맥가비는 이렇게 볼거리로 전시되는 사람들의 감정과 관심사에 목소리를 부여하기 위해 이 책을 썼다. 그는 다시 한 번 독자들을 일종의 사파리에 초대한다. 그러나 이곳엔 미학적 대상이 돼버린 가난의 풍경, 통계를 통해 추상화된 가난의 숫자, 또는 전문 정책가·연구자들이 채집한 가난의 유물이 없다. 그는 가난한 사람들이 왜 이렇게 분노하는지에 관해, ‘제대로 이해받지 못하고 아무도 귀 기울여주지 않는다고 느끼는 사람들에 공명’하고자, 독자들을 가난이라는 경험 내부로 깊숙이 데려간다. 

 


가슴 시린 성장담과 신랄한 사회비평


 저자는 알코올 중독증이 있는 폴록의 가정에서 자라 뮤지션을 꿈꾸던 아버지, 영국에서 폭력의 대명사로 알려진 고블스의 고층 아파트에서 성장한 어머니 사이에서 1984년에 태어났다. 그는 어린 시절을 글래스고 남부의 빈곤지역 폴록에서 보냈는데, 알코올과 약물 중독에 정서적으로 불안정한 엄마뿐만 아니라 동네와 학교의 폭력적인 분위기에서 극심한 정신적 고통을 겪었다. 맥가비는 열아홉 살에 어머니의 죽음을 겪은 이후에 더 큰 고통과 우울증과 정신이상에 시달렸으며, 오랫동안 약물과 알코올 중독자로 지냈다.


 이 책에는 엄마를 향한 미움과 분노가, 엄마의 죽음 이후에 슬픔과 자기혐오로, 다시 엄마에 대한 깊은 이해로 나아가는 개인의 자기고백이 담겨 있다. 동시에, 그는 예민한 지성과 침착한 감성으로, 자신이 경험한 가난, 학대, 폭력, 중독, 고통, 나아가 이를 둘러싼 사회 상황과 자신에게 영향을 끼친 사람들, 가난과 계급을 둘러싼 추정과 편견들, 자신이 세상에 가졌던 믿음과 좌우파의 입장, ‘빈곤산업’에 이르기까지 가난을 구성하는 이 모든 것들을 하나하나 뜯어보고 철저히 분석해내며, 현재로부터 근본적인 변화를 이끌어내는 나름의 해법을 제시한다.   맥가비는 자기연민, 무기력, 좌절감, 고립감을 떨쳐내고, 끝없는 자기의심이 다른 국면에 진입하는 순간, 개인의 힘을 신뢰하게 되는 순간을 때로는 통렬하게, 때로는 담백하게, 때로는 위트 넘치게 랩의 리듬과 속도감에 담아낸다. 32장으로 구성된 글들은 유기적으로 연결되지만, 마음에 드는 글을 하나만 골라 읽어도 되게끔 각 글이 완결성을 지니고 있으며, 각 장엔 ‘죄와 벌’(도스토예프스키), ‘1984’(조지 오웰), ‘트레인스포팅’(어빈 웰시), ‘급진주의자를 위한 규칙’(사울 D. 알린스키)처럼 관련된 책 제목이 붙었다. 

 


‘계급은 거대한 상처다’


 코로나19와 같은 바이러스는 인종, 성별, 국적 등을 가리지 않고 전파된다는 점에서 무차별적으로 보이지만, 실질적으로 감염자들은 사회 취약계층이 많다는 통계가 있다. 이들은 감염되기 쉬운 환경에 노출돼 있지만, 이들의 목소리는 재난 상황에서 잘 들리지 않기 때문이다. 계급이 구분선이 돼 가난한 사람들이 배제되는 상황은 질병뿐만 아니라 정치, 미디어, 주류문화, 예술 등을 포괄한다. 이 책에서 저자는 ‘계급은 거대한 상처’라고 단호히 말한다. 


 자신이 십대 시절부터 사회주의자였다고 밝히는 맥가비는 가난을 이야기하는 방식, 좌우파 모두의 입장에 이의를 제기한다. 가난은 개인의 책임이며 가난은 개인의 노력으로 극복해야 한다는 우파는 물론, ‘보이지 않는 힘이나 구조, 체제 또는 모호하게 규정된 엘리트들’에게 책임을 돌리는 좌파에 문제를 제기한다. 물론 좌파가 지적하는 것들이 문제의 일부라는 점은 의심의 여지가 없지만, ‘모든 문제가 보통 사람이 가진 정도의 전문적 식견을 넘어서는 일인 듯이 논의’된다는 점에서 우리의 역할과 개인의 힘을 간과하며, ‘기층에 있는 사람들이 겪는 가난의 세세한 내용도 설명해주지 못한다’는 것이다. 맥가비는 문제를 설정하고 그것을 해결하는 능력이 우리 자신에게 있다는 생각이 우파에 넘어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급진적일 수 있다고 주장한다. 


 맥가비가 안내하는 사파리 여행의 가장 큰 미덕 중 하나는 정직함,  ‘도덕적이고 합리적인 관찰자’의 자리에서 벗어나 자기 안으로 비판적 시선을 돌리는 태도다. <가난 사파리>는 가난과 불평등에 대한 새로운 시각뿐만 아니라, 다른 집단을 향한 편견과 추정과 혐오가 가득한 우리 사회에 일종의 해독제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청소년 도서 구매 증가
집콕 생활 길어지면서 학습서 교재 아닌
소설 등 자발적 독서 늘어

 

 

코로나19 여파로 초·중·고 개학과 집콕 생활이 길어지면서 서점가에는 청소년 문학도서 판매량이 2배 이상 늘었다. 학습서나 교재가 아닌 소설을 통한 청소년들의 자발적 독서가 늘었다는 분석이다.


교보문고를 기준으로 살펴보면 3월 1일부터 4월 20일까지 청소년 문학도서 판매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08%를 넘었다. 청소년들은 개학이 미뤄진데다 학원까지 휴원하면서 소설을 많이 읽은 것으로 추정된다. 청소년 문학 판매량이 늘어나면서 청소년 분야 전체 판매량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82% 올랐다.


이 기간 가장 많이 팔린 책은 손원평 작가의 <아몬드>였다. 다음으로 더글러스 케네디의 <마음을 읽는 아이>, 김선영의 <시간을 파는 상점>, 황영미의 <체리새우 : 비밀 글입니다>, 이희영의 <페인트> 등이 뒤따랐다. 


김현정 교보문고 베스트셀러 담당은 “청소년층이 교재나 참고서 등 학습을 위한 도서 구매가 아닌 재미와 교양을 위해 소설을 선택했고 비자발적 독서가 아닌 자발적 독서로 독서시장에 새로 유입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평가했다. 


각 가정에서 부모와 아이가 함께 하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자녀교육에 관한 책들의 판매량 증가도 두드러졌다. 자녀교육서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36% 늘었다. 이로 인해 자녀교육서가 포함된 가정생활 분야 도서 판매량도 16%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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