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정춘옥 기자] 34년간 신문 제작 현장의 최전선에서 기사와 신문 제작을 잇는 가교 역할을 해온 이철호 씨가 가슴속 깊이 간직해 온 짝사랑의 기억과 삶의 궤적을 담은 자서전을 펴냈다.
한겨레신문사 제작국에서 34년을 근무하고 정년퇴임한 이철호 저자의 신간 ‘그해 겨울 첫눈 같은 너에게’(좋은땅출판사)는 서툴렀던 짝사랑의 기억을 삶의 원동력으로 승화시킨 한 남자의 진솔한 고백이다. 이 책은 가난했던 시골 소년 이철호가 어떻게 한 시대를 기록하는 언론인이 됐는지, 그리고 그 과정에서 짝사랑이라는 결핍을 어떻게 인생의 거름으로 삼았는지를 담담하게 보여준다.
책은 중학교 2학년 시절 영어에 자신감이 넘치던 소년 이철호가 ‘영어 웅변반’에서 만난 한 소녀를 향해 품었던 애틋한 짝사랑 이야기로 시작된다. 첫눈처럼 설레었지만 끝내 전하지 못했던 그 시절의 아픈 기억은 소년의 가슴에 남아 인생을 성찰하게 하는 깊은 뿌리가 됐다.
저자는 그 시절의 상처를 삶의 동력으로 삼아 한 가정의 가장으로서 성실히 살아오며 마주한 소소한 기쁨들을 담담하게 기록했다. 특별한 성공 신화가 아니더라도 매일의 일상을 소중히 가꾸며 일궈낸 평범한 행복이 얼마나 가치 있는 것인지를 낮은 목소리로 들려준다.
저자 이철호에게 34년의 신문사 생활은 매일 밤 기사가 신문으로 완성되기까지의 모든 공정을 정교하게 조율하고 현장을 지켜온 치열한 시간이었다. 편집의 창의성과 제작의 기술 사이에서 최적의 접점을 찾아내며 신문의 완성도를 책임져온 그 길 끝에서 그가 꺼내놓은 것은 다름 아닌 중학교 2학년 시절의 짝사랑이다.
당시 영어에 남다른 열정이 있었던 소년 이철호는 선생님의 권유로 들어간 영어 웅변반에서 자신만큼이나 영어를 좋아하고 실력이 뛰어났던 한 소녀를 만났다. 같은 언어를 향한 동경을 공유했지만, 수줍음 많던 소년은 끝내 소녀에게 다가가지 못한 채 가슴앓이로 그 시절을 보냈다. 그는 그 ‘이뤄지지 못한 기억’이 오히려 삶의 굽이마다 자신을 채찍질하고 바로 세우는 힘이 됐다고 회상한다.
저자 이철호는 한겨레신문사 창간 초기의 정신을 몸소 실천하며 제작국에서 34년을 헌신했다. 특히 취재 현장의 열기가 담긴 기사를 한 권의 신문으로 구현해 내는 제작 전반의 핵심 역할을 수행하며, 신문 한 부가 세상에 나오기까지의 모든 보람과 책임을 함께했다.
정년퇴임 후 현재는 출판 홍보대행사 ‘북 PR 미디어’에서 제2의 인생을 살고 있는 그는 이제 타인의 책을 홍보하는 전문가를 넘어 한평생 신문의 언어를 다듬어온 감각으로 자신의 인생 문장을 완성해냈다. 가난과 외로움을 딛고 일어선 그의 이야기는 동시대를 살아온 이들에게는 향수를, 앞날을 고민하는 청년들에게는 묵직한 위로를 전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