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박용근 기자] 신생아를 골목길에 버려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된 미혼모에게 징역형의 집행유예가 선고됐다.
인천지법 형사14부(임정택 부장판사)는 24일 아동학대치사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A(26·여)씨에게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했다.
또 40시간의 아동학대 재범예방 강의 수강과 120시간의 사회봉사, 5년간 아동관련에 취업제한을 명령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자신이 양육하고 보호할 의무가 있는 분만 직후의 영아인 피해자를 유기해 숨지게 했다"며 "죄질이 무겁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A씨가 미혼모로 아무런 도움을 받지 못한 채 혼자 출산한 점 등을 고려해 실형을 선고하지 않고 선처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생부로 생각되는 이에게 임신 사실을 알렸으나 아무런 도움을 받지 못했다"며 "가족들로부터 비난받을 게 두려워 임신 사실을 알리지 않은 상황에서 혼자 출산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피고인이 범행 중에도 보육 시설을 검색하고 실제로 보육 시설에 찾아간 점 등을 보면 계획적으로 유기한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며 "미혼인 피고인이 출산 후 정신적 충격으로 이성적인 판단을 하지 못해 범행한 점 등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A씨는 지난해 6월경 평소 알고 지내던 남자와의 사이에서 임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이 아빠로 생각되는 그 남자에게 연락해 "임신했다"고 알렸으나 "내 아이가 아니다"는 무책임한 말만 되돌아왔다.
가족들에게 조차 알리지 못하고 아무런 도움을 받지 못하는 사이 배는 점점 불러갔고 두려움도 함께 밀려왔다.
진통이 부쩍 잦아진 지난 3월 출산이 임박하자 "도저히 혼자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에 부른 배를 부여잡고 인천에 있는 외할머니 집을 찾았다.
외할머니는 외출하고 없었고, 진통은 참을 수 없을 정도로 진통이 더 커졌고 결국 A씨는 외할머니 집 화장실에서 혼자 남자아이를 낳았다.
밖에서 돌아온 외할머니는 깜짝 놀라며 "곧 네 삼촌이 올 텐데 삼촌이 알면 큰일 난다"며 "빨리 나가서 누구한테라도 이야기하라"고 다그치자 갓 태어난 아이를 담요로 감싸 안고 집 밖으로 나와 인천시 미추홀구 한 주택가 화단에 탯줄마저 자르지 못한 아들을 두고 떠났다.
집으로 돌아온 A씨는 밖에서 혼자 떨고 있을 아이 생각에 안절부절 하다가 6시간 뒤 아이를 다시 찾아 안고 동네 인근에 있는 보육 시설에 데려갔으나 밤늦은 시각이어서 문이 닫혀 있었다.
아이를 안고 인근 거리를 배회하던 A씨는 도저히 혼자서는 키울 자신이 없다는 생각 끝에 다시 골목길에 아들을 두고 떠났다.
이후 아이는 한 행인에 의해 다음날 오전 발견돼 경찰에 신고했고 아이는 119구급대에 의해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저체온 증 등으로 끝내 숨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