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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이필재는 58년 개띠다] <제1화> 애비를 욕보이는 야만의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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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7년 초등학교 3학년 때 나는 왕십리의 무학국민학교로 전학했다. 아버지의 직장이 있던 뚝섬에서 가까운 왕십리로 이사했기 때문이었다.

그때까지 나는 영등포구 오류동에서 태어나 줄곧 거기서 살았다. 오래 전 내가 태어난 이 동네를 찾은 적이 있다. 

내가 3학년 1학기까지 다닌 오류국민학교, 내가 자란 오류동교회를 기준점으로 그 시절 하굣길을 되짚어 봤다. 

내가 살던 집은 흔적을 찾기 어려웠다. 서울 사람들은 실향민이다. 고향을 찾아도 이미 옛 모습을 잃었기 때문이다.  

전학한 학교의 우리 반은 100명이 넘었다. 2부제 수업을 했는 데도 그랬다. 말 그대로 콩나물 교실이었다. 지난 여름 인터뷰하기 위해 만났다 우연히 국민학교 7년 선배임을 알게 된 박용기 박사는 자기가 다닐 땐 3부제 수업을 했다고 들려줬다.



그 시절 나는 체구가 작았고 유약한 성품의 내성적인 아이였다. 그러면서도 남들 앞에 서고 싶어 했다. 

우리 반엔 손 아무개라는 아이가 있었다. 공부를 못했고 주목도 못 받는 요즘 말로 ‘찌질이’였다. 나이가 많은 남자 담임은 그 애를 발 아무개라고 불렀다. 막 전학 온 나는 어린 나이에도 그러는 담임이 유치해 보였다. 

한번은 담임이 슬리퍼를 벗어 들어 그 신발로 애의 얼굴을 때리면서 발 아무개라고 모욕했다. 나는 앉은 자리에서 고개를 떨구고 내가 당한 일인 양 모멸감에 몸을 떨었다.

폭력이 일상인 야만의 시대였다. 언어폭력도 심했다. 한영중 3학년 때 나의 담임은 준수한 외모에 머리를 올백으로 빗어 넘긴 중년의 신사였다. 

여의주처럼 생긴 작은 막대기를 들고 다녔는데, 그 막대기로 학생의 머리를 때리기도 했다. 이분은 어쩌다 학생의 행실이 못마땅하면 빈정거리듯이 “니 애비가 그러더냐”라고 말하곤 했다. 나는 그 말이 몹시 거슬렸다. 아들의 행실로 인해 왜 애먼 아버지가 ‘애비’ 소리를 들어야 하나? 

한번은 담임이 반 친구에게 그렇게 말하는 것을 보고 벌떡 일어났다. “선생님, 애비가 뭡니까?” 교실에 긴장감이 돌았다. 그보다 가벼운 저항도 교사가 수틀리면 쥐 잡듯 잡던 시절이었다. 

담임은 아무 소리도 하지 않았다. 어쩌면 내가 직선 학생회장이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이필재는…
‘58년 개띠’로 서울서 태어났다. ‘뺑뺑이’ 1회로 고등학교에 진학, 대학에서 언론을 전공한 후 중앙일보에 들어갔다. 정년퇴직 후 ‘배운 도둑질’을 하는 한편 이런저런 강의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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