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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없는 시대의 종말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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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단화된 인간관계, 욕망과 혐오만 남은 세상에 대한 고찰 <러브리스>



[시사뉴스 정춘옥 기자] 이혼을 준비중인 제냐와 보리스 사이에는 12살 아들 알로샤가 있다. 서로에 대한 증오만 남은데다 각자 새출발을 함께 할 새로운 연인이 있는 이들은 과거 사랑의 증거이자 흔적인 알로샤를 짐으로 여긴다. 자신을 맡지 않으려는 제냐와 보리스의 말다툼을 듣고 눈물을 흘리던 알로샤는 다음 날 실종된다. 러시아 영화계의 거장인 안드레이 즈비아긴체프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싸늘한 시대의 온도

영화는 앙상한 나뭇가지에 눈덮인 러시아의 겨울 풍경으로 시작한다. 그리고 시종일관 모노톤의 건조한 영상으로 춥고 싸늘한 시대의 온도를 보여준다. 이 영화는 제목처럼 사랑이 없다. 가장 보편적인 사랑으로 여겨져왔던 모성이나 부성마저 찾을 수 없다. 부모의 이혼으로 상처받을 알로샤를 걱정하기는커녕 출산의 고통마저 자식에 대한 원망의 요소로 삼을 정도다. 이런 세상에서 내전이나 독재, 근본주의, 종말론의 확산은 어쩌면 당연한 것이다. 그리고 영화는 그 자체가 종말론처럼 보인다. 종말론이 혼탁한 세상에 대한 경고이자 절망이라는 면에서 말이다.

서로에게 연인이 있지만 새로운 관계도 유통기한이 있는 욕망에 불과함을 암시한다. 좋은 직장을 가진 보리스는 어린 마샤를, 아름다운 제냐는 훌쩍 연상인 부유한 사업가 안톤을 만나 행복을 느끼지만 성적 관계와 대사 외에 그들이 서로를 깊이 이해하는 모습은 찾아보기 힘들다. 보리스의 아이를 임신한 마샤는 보리스와의 관계에서 오는 불안감으로 눈물을 흘리고, 미용실에서 외모를 꾸미고 고급 레스토랑에서 데이트를 하는 제냐는 SNS에 올릴 음식 사진 찍기에 여념 없을 뿐이다. 이들의 데이트가 이루어지는 레스토랑 입구에서부터 카메라가 진입하면서 연인과 식사하러 온 젊은 여성이 다른 남성에게 자신의 전화번호를 거리낌없이 알려주는 장면을 넣음으로써 영화는 직설적으로 이해와 책임, 믿음을 전제로한 사랑이 없는 시대를 비판한다.

가짜 사랑과 가짜 행복

사랑 없음은 단지 남녀관계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다. 크리스천 근본주의 직장에 다니는 보리스는 종교적 신념과 현실적 선택에서의 갈등이나 고민이 아닌, 이혼이라는 교리 위배를 위장해 회사에서 해고되지 않을 궁리에만 여념한다. 다른 직장 동료도 회사 행사에서 해체된 가정을 숨기고 가짜 가족을 사서 행복한 가정을 연기했다는 소문을 듣는다. 사주의 개인적 신념이나 취향을 강요하는 직장문화도 극단적이고 이기적이기는 마찬가지다. 자신의 아들 알로샤에 대해 죄책감 없는 제냐처럼, 제냐의 엄마 또한 딸에 대한 사랑이 없다. 제냐는 이런 엄마에 대한 도피처로 보리스를 선택했으니 모든 인간관계는 사랑이 아니라 수단에 불과하다. 모두가 이기적이며 상대만을 증오하고 탓한다.

러시아의 겨울처럼 삭막한 <러브리스>의 세계에서 사랑이란 섹스나 건배사, SNS의 사진 같은 허울로만 존재한다. 그리고 이 사랑없는 관계를 파고드는 것은 물질과 종말론, 전쟁, 형식적 소통과 가짜 세계다. 세상을 지배하는 혐오는 자기중심주의에서 나온다고 영화는 말한다. 사랑으로 포장된 인간관계 조차 수단으로 존재하는 세상. 자신이 생각하거나 필요로하는 존재인 상태로 상대를 소유하려는 욕망은 사랑이 아니다. 사랑을 상징하는 알로샤의 실종은 곧 미래세대의 실종. 세상의 종말을 암시하는 것이다. 영화는 유일하게 희망적 메시지로 아이를 찾는 자원봉사자들의 헌신을 묘사하며 아무런 이해관계가 없는 희생이 사랑이며 그것이 이기심과 물질이라는 비인간적 가치와 싸워야할 인간적 가치라고 역설한다.

<러브리스>는 가족 해체를 통해 러시아가 소중히 여기던 가치가 실종된 ‘말세’에 절망한다. 정치적 사회적 경제적으로 과도기에 위치한 러시아의 가치관 혼란은 갈등의 골을 깊게 만들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는 단지 러시아의 문제가 아님은 분명하다. 사랑의 상실과 상대에 대한 혐오, 상대를 수단화하고 자신의 욕망을 사랑이라 포장하는 시대를 응시하는 영화의 시선이 러시아의 겨울 바람처럼 매섭고 날카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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