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옅어진 치열함, 짙어진 브로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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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설의 탈옥기... 원작에 대한 다른 접근, 시대정신의 차이 <빠삐용>



[시사뉴스 정춘옥 기자] 탈옥물의 바이블인 1973년 영화 <빠삐용> 이후 앙리 샤리에르 동명소설이 두 번째로 영화화됐다. 마이클 노어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고, 억울하게 살인 누명을 쓴 금고털이범 ‘빠삐’ 역은 <퍼시픽 림> <잃어버린 도시 Z>의 찰리 허냄이, 백만장자 국채위조범 ‘드가’는 ‘보헤미안 랩소디’로 주목받은 라미 말렉이 연기했다.

전체주의에 대한 저항

살인 누명을 쓰고 종신형을 선고받은 한 남자가 비인권적 시스템을 견디며 죽음을 각오하고 악명의 수용소를 탈출하는 내용을 담은 <빠삐용>은 1968년 출간 돼 전 세계 30개국, 1300만 부 이상 판매된 앙리 샤리에르의 자전소설이다. 이 원작을 바탕으로 1973년 거장 프랭클린 J. 샤프너 감독이 연출하고, 스티브 매퀸과 더스틴 호프먼이 주연을 맡은 영화가 개봉하며 원작의 명성은 더 높아졌다. 샤프너 감독의 <빠삐용>은 전 세계적인 흥행과 함께 영화사의 걸작으로 남았다.

전작의 명성이 너무 높다보니 <빠삐용>을 다시 만든다는 것은 큰 도전이라고 할 수 있다. 마이클 노어 감독은 고전적이고 정통적인 연출 스타일로 충실하고 무난하게 원작소설을 재현해냈다. 73년작이 인물의 처절한 처지와 그에 대비되는 자유에 대한 열망을 절박하고 강렬하게 그린데 비해 이번에 개봉한 <빠삐용>은 ‘빠삐’와 ‘드가’의 브로맨스에 더 초점이 맞춰진 느낌이다. 두 인물의 감정이 끈끈해지는 과정은 생존의 위기 상황에서 더 빛나는 인간적 가치로 부각된다.

현대적 편집으로 전작에 비해 호흡이 빠르지만, 캐릭터의 고통에 대한 동질감은 약하다. 잔인한 장면은 전작과 달리 제법 많은데도 불구하고 73년 작의 현실이 더 잔인해 보이는 것은 아이러니다.

73년 작 <빠삐용>은 시대정신이 잘 표현된 영화다. 30년대 사건을 다룬 원작 소설을 처음 영화할 시기에 이 원작의 내용은 대중들에게 그리 먼 시기가 아니다.

자신의 경험을 소설화했다고 주장하는 원작자가 영화에 참여할 정도였으니 이 사건은 당시만해도 ‘살아있는’ ‘가까운’ 과거였다.

소설의 내용 또한 한 남자의 특별한 경험이지만 보편성을 띄는 지점이 있었는데 바로 전체주의에 대한 집단 기억이었다. 70년대는 비인권적이고 권위적인 전체주의라는 과거 체제에 대한 저항이 극에 달했던 시기고 단순한 생존을 넘어 개인의 자유를 최고의 가치로 추구하는 사상이 널리 퍼졌던 상황이다.

영화 <빠삐용>은 감옥에서 탈출을 거듭하는 한 남자를 통해 당대 대중들의 자유의지와 공감하고 불을 지피는 시너지를 이룬 트렌디한 영화였던 셈이다. 물론, 자유의 숭고함이라는 보편적 주제는 지금도 여전히 유효한 고전이지만, 오늘날 만들어지는 <빠삐용>이 이 같은 철학에 간절함을 가지기에는 시대적 가치가 너무 변했다.

뜨거운 감정 빠진 흥미로운 재현

그래서 이번에 개봉한 <빠삐용>은 30년대에 이런 시스템과 사건도 있었고 이런 사람도 있었다라는 것을 전하는데 더 큰 의의를 두는 느낌이다. 73년과는 달리 이 시대에 30년대 탈옥기는 어쩔 수 없이 신기한 옛날 이야기에 가까워진 탓이라고 생각된다.

이 같은 점을 가장 극명하게 보여주는 대목은 마지막 장면이다. 73년 작 <빠삐용>의 결말은 실패가 거의 확실한 탈옥, 죽음이 예상되는 상황을 무릎쓰고 바다에 뛰어드는 ‘빠삐’와 체념과 안주를 선택하고 섬에 남기로 한 ‘드가’를 대비시키며 드라마틱하고 여운이 강한 마무리를 선택한다. 하지만, 이 시대의 <빠삐용>은 탈출에 성공하고 자신의 이야기를 소설로 출간하는 모습, 역사적으로 존재했던 형무소의 자료 등을 보여주면서 끝난다.

<빠삐용>이 실화라지만, 사실 이에 대해서는 논란이 많다. 앙리 샤리에르는 70%가 자신이 직접 경험한 이야기로 소설이 이루어졌다고 말했지만, 여러 검증에서 이는 사실이 아니라는 의혹이 적지 않다. 그가 누명을 쓴 것인지 진범인지에 대해서도 밝혀진 바가 없다. 하지만, 수용시설과 운영방식은 실제했던 것이니만큼, 원작자가 들은 이야기와 경험한 이야기를 짜깁기 해서 썼을 것이라는 추측이 합리적이라고 할 수 있다.

영화는 영리하게도 “이 모든 것이 진짜 당신이 경험한 것이냐”는 출판사의 질문에 “많은 사람이 경험한 것”이라는 모호한 대답으로 처리했다. 물론, 이는 개인적 경험을 넘어서 시대적 현실이었음을 말하는 것이지만, 논란에서 피해가는 방법이기도 하다.

이번에 개봉한 <빠삐용>은 요즘 영화의 유행이기도 한, 실화라는 점이 가장 강점인 작품이다. 하지만, 73년작 <빠삐용>은 이것이 실화이든 아니든, 심지어 누명이든 진짜 범인이든 상관없이 의미있는 영화다. 같은 원작에 대한 이 같은 다른 감성은 인간의 존엄성과 자유에 대한 열망이 치열했던 70년대와 달리 이 시대에 그런 것들이 이미 어느 정도 확보됐음을 새삼 깨닫게 한다.

찰리 허냄과 라미 말렉의 <빠삐용>은 매끄럽고 재미있는 영화지만, 스티브 매퀸과 더스틴 호프먼의 <빠삐용>이 가진 뜨거운 감정과 인생에 대한 깊은 성찰에는 미치지 못한다. 하지만, 두 배우의 브로맨스는 또 다른 매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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