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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꽃같은 청춘을 추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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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설이 된 명배우의 작품세계와 철학을 조망하는 ‘아이 앰 히스 레저’



[시사뉴스 정춘옥 기자] 히스 레저의 삶과 배우 인생을 포괄적으로 살펴보는 다큐다. 영화는 전성기를 누리던 당시 2008년 뉴욕에 있는 자신의 아파트에서 약물 중독으로 숨진 채 발견되면서 충격적인 슬픔을 안겨준 그를 그리워하는 팬들을 위한 선물이자 청춘에 대한 헌사다.

수많은 할리우드 스타들의 회고

명배우의 요절이 대중의 가슴에 오래 남는 이유는 다시 돌아갈 수 없는 청춘이라는 누구에게나 아련한 삶의 속성이 실체화되기 때문이다. 통념을 넘어서는 내러티브를 통해 독특한 자신만의 배우세계를 구축했던 히스 레저의 인생은 그 자체가 불꽃이었고 청춘이었다.

영화는 그가 출연한 작품들을 분석하면서 예술세계를 집대성한다. 데뷔 초에 출연한 호주 TV 시리즈의 영상부터 예술영화,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역할로 관객들에게 웃음과 감동을 줬던 배우 히스 레저의 모습을 만날 수 있다. 수많은 인터뷰를 통해 엿보는 그의 철학 또한 그의 예술관을 파악하는 단서가 된다.

히스 레저 본인이 직접 들려주는 자신의 이야기들뿐 아니라, 히스 레저와 함께 작업했던 수많은 할리우드 영화인들과 지인들의 독점 인터뷰도 담았다. 삶에 대한 태도나 가치관은 물론, 알려지지 않은 그의 성향과 취향, 뒷이야기 등도 만날 수 있다.

영화 ‘네드 켈리’에 함께 출연해 깊은 우정을 나눴던 할리우드 여배우 나오미 왓츠, 영화 ‘브로크백 마운틴’에서 배우와 감독으로 만났던 이안 감독, 데뷔 초 히스 레저의 멘토를 자청했던 멜 깁슨, 이외에도 친한 배우들인 제이크 질렌할, 웨스 벤틀리, 에밀 허쉬, 미쉘 윌리엄스, 그리고 토드 헤인즈 등 히스 레저와 영화를 함께했던 수많은 할리우드 스타들이 그를 회고했다. 또한, 히스 레저를 위한 음악을 발표하기도 했던 미국 락밴드 본 이베어의 인터뷰도 실렸다. 본 이베어가 그에게 헌정하는 서정적인 음악 ‘퍼스(Perth)’는 이 영화의 OST이기도 하다.

직접 기록한 사진 영상 등 공개

히스 레저가 직접 기록한 사진과 영상 또한 공개된다. 히스 레저는 항상 카메라를 들고 다녔다. 비디오카메라, 폴라로이드 카메라, 필름 카메라까지 자신의 모습과 주변의 모든 걸 기록하려고 했었다. 프로 못지않은 실력으로 촬영하고 그 작품들을 일상의 도구들을 이용해 작품 사진들로 재탄생시켰다. 사진과 영상으로 가장 충실하게 기록했던 것은 본인이 연기하고 캐릭터를 분석, 작품을 준비하는 모습들이었다.

사진뿐 아니라 히스 레저는 다양한 예술에도 관심이 많았다. 특히 음악에 관심이 많았던 그는 자신의 집에 친구들을 초대하고 자신이 좋아하는 DJ용 턴테이블을 이용해 직접 디제잉 한 음악을 들려주기도 했다. 오랜 친구인 가수 엔파 포스터 존스의 ‘Cause An Effect’와 벤 하퍼 ‘Morning Yearning’ 뮤직비디오까지 연출할 정도로 연출에 대한 관심이 남달랐던 히스 레저, 그는 친구인 맷 아마토 감독과 함께 젊은 밴드들과 창작자들을 모아 비밀리에 ‘더 메시스’라는 레이블을 만들었다. 히스 레저는 ‘더 메시스’ 가수들의 뮤직비디오를 제작해주고 호주 가수 그레이스 우드루페 곡의 피처링에 참여하기도 했다.

카메라를 항상 들고 다닌 히스 레저는 처음부터 영화감독이 되길 원했다. 거대 유명 제작사들의 러브콜을 거절하고 독립 프로덕션을 만들고 영화를 준비하던 중 비극을 맞는다. 첫 번째 작품은 그가 어릴 적부터 좋아했던 체스를 소재로 한 영화였다.

도전으로 점철된 연기 인생

독특한 영화적 감수성으로 자신만의 세계를 만든 명배우에 대한 회고 외에도, 이 다큐의 가치는 꿈과 도전이라는 이름의 청춘, 그 자체에 대한 이야기에도 찾을 수 있다. 히스 레저의 삶 자체가 무모한 도전과 열정의 연속이기 때문이다.

그의 화려한 배우로서의 성공 이면에는 매 순간 불투명한 미래와 싸워온 도전이 있었다. “나는 온전한 오늘을 살아요”라는 그의 말처럼 스무살 무작정 할리우드로 떠났던 그는 텅 빈 무대를 전전하면서도 꿈을 잊지 않고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았다.

하이틴 로맨스물 ‘내가 널 사랑할 수 없는 10가지 이유’ 흥행으로 비슷한 류의 로맨틱 코미디 출연 제의가 쏟아졌지만, 반복되는 캐릭터를 연기하면서 하이틴 스타로 남고 싶지 않다며 모두 거절했다. 그런 끈기 덕분에 멜 깁슨과 함께 출연한 영화 ‘패트리어트- 늪 속의 여우’를 통해 평단의 호평과 상업적 성공을 동시에 거둔다. 성공 이후, 블록버스터 영화에 출연시켜 주겠다는 에이전트들의 제안이 많았으나, 이를 거부하고 호주로 돌아간다. 히스 레저가 거절한 역할 중엔 ‘스파이더맨’ 피터 파커도 있었다. 그는 스타가 되기보다는 배우로서 성장하는 것이 우선이었으며 성공에 뒤따를 온갖 기대와 찬사에 부담을 느꼈다고 한다.

다양한 독립영화와 예술영화 등에서 연기 스펙트럼을 넓혀가던 히스 레저는 이안 감독의 러브콜을 받게 된다. 이안 감독의 ‘브로크백 마운틴’에서 어니 역할을 맡은 히스 레저는 훌륭한 연기로 평단과 관객들 모두에게 극찬을 받으며 연기파 배우로서의 입지를 굳힌다. 이후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다크 나이트’의 조커 역으로 영화사에 길이 남을 캐릭터를 만들며 사후 아카데미를 포함 30개가 넘는 영화제에서 상을 휩쓸었다.

그가 하이틴 스타로 안주했다면 나올 수 없었던 결과물이다. 다큐 속에서 그는 이렇게 말한다. “나는 두려워하면서, 그걸 해내는 것이 좋습니다. 장애물을 만들고, 그걸 뛰어넘는 게 너무 좋거든요. 난 작품을 두려워하는 게 좋습니다.” “난 내 경력을 다시 만들어가려고, 내 경력을 파괴했습니다.” 그의 삶은 비극으로 끝났지만, 그가 전하는 메시지는 희망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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