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2025.06.16 (월)

  • 구름많음동두천 17.6℃
  • 맑음강릉 20.3℃
  • 구름많음서울 18.2℃
  • 맑음대전 18.5℃
  • 맑음대구 19.0℃
  • 맑음울산 20.0℃
  • 맑음광주 18.4℃
  • 맑음부산 19.1℃
  • 맑음고창 18.4℃
  • 맑음제주 21.3℃
  • 구름많음강화 15.3℃
  • 구름조금보은 17.3℃
  • 맑음금산 18.1℃
  • 맑음강진군 18.7℃
  • 구름조금경주시 20.7℃
  • 맑음거제 19.7℃
기상청 제공

시네마 돋보기

로마의 뒷골목, 욕망의 모래성

URL복사

부패한 권력의 파멸 과정을 담은 이탈리아 누아르 ‘수부라 게이트’



[시사뉴스 정춘옥 기자] 이탈리아 정계 마피아 종교계의 이권을 둘러싼 유흥가 재개발을 소재로 한 범죄 누아르다. ‘시카리오’ 후속편의 연출을 맡은 스테파노 솔리마 감독 작품이며, 넷플릭스에서 10부작 드라마로 제작을 확정한 화제작이다.

픽션과 논픽션의 절묘한 배합

2011년 11월 이탈리아는 최악의 상황에 직면한다. 디폴트 위기에도 불구하고 국회는 위기 자체를 부인하며 수부라 유흥 지구의 재개발법을 밀어붙인다. 여당의 정치인은 성매매 도중 미성년 매춘부가 현장에서 마약쇼크로 죽는 사고가 발생한다. 사체 유기에 가담한 마피아는 정치인을 협박하며 재개발 사업의 이권을 요구한다. 수부라 지역을 둘러싸고 정치권 종교계 마피아의 거대한 음모가 진행된다.

‘수부라’는 고대 로마시대 황제의 궁전 뒤편에 존재한 은밀한 권력의 환락가를 지칭한다. 영화 속의 유흥 지구 또한 권력과의 결탁으로 라스베가스에 맞먹는 규모를 청사진으로 내세운 재개발을 추진한다는 점에서 로마시대의 ‘수부라’와 같은 의미의 장소다.

영화는 절대권력 베를루스코니 총리의 실제 퇴임일을 파멸의 날로 설정하고 그로부터 7일 전부터 거꾸로 날짜를 카운트다운하며 각계각층의 인물들이 파멸을 향해 하루하루 다가가는 과정을 그렸다. 베를루스코니 총리 성 추문과 부패, 내부 비리 폭로 이후 이루어진 교황의 생전 퇴위 등의 역사적 사건을 가상의 이야기와 적절하게 배치해 사실감을 더했다.

개봉 전부터 ‘이탈리아판 내부자들’이라는 수식어가 붙었다. 하지만, 거대 권력의 불법적 거래와 폭력으로 얼룩진 국가 시스템의 암울하고 참담한 내면을 묘사한다는 점을 제외하고는 ‘내부자들’과는 전혀 다른 성격의 작품이다. ‘내부자들’이 한국적 정치 감정과 부정의 속성을 그린 사회물의 성격이 더 강조됐다면, ‘수부라 게이트’는 인간의 욕망 등 보다 보편적 정서를 파고드는 정통 누아르에 가깝다. 폭력의 수위도 한국의 비슷한 장르물에 비하면 잔인하지 않고, 부패에 대한 묘사도 풍자적이거나 그로 인한 통쾌한 폭로나 해결 같은 형태로 표현되지 않는다. 선인도 절대 악인도 없으며 생존과 욕망을 위한 전쟁과 거래만 존재한다. 복수는 공허하고 비장할 뿐이다. 하지만 그들에게도 나름대로의 필연적 이유는 존재한다.

매력적인 영상과 음악

비도덕적이고 탐욕적인 권력의 속성이 추악하기는 마찬가지지만, 대부분의 인물이 비겁하거나 충동적이고 연약한 모습도 함께 지니고 있다. 영화는 관련 없던 각각의 개인들이 어떻게 서로 만나고 얽히며 거래가 형성되고 나비효과를 내며 파멸로 향해 가는지 섬세하게 보여준다.

인물들은 각자의 헛된 욕망에 의해서 슬프고 어두운 구렁텅이로 내몰리는 누아르의 공식을 따라간다. 장르의 고전적 향기를 진하게 풍기면서도 현 시대의 감각을 잘 표현한 새로운 형식이 상당한 매력을 자아낸다.

로마 교황청이 검은 돈에 관련돼 있다는 설정은 파격적이다. 이 외에도 종교적 이미지가 영화에 빈번하게 등장하거나 묘하게 공존하면서 아이러니를 만들어낸다. 영화에서 악인일수록 가족에 대한 사랑이 극진한 것으로 표현되는 점 또한 흥미로운데 이 또한 같은 효과다.

모든 인물들이 돈 이외에도 각자의 개인적인 사연과 욕망에 따라 움직이면서 전형성을 벗어난다. 힘의 원리도 일정하지만은 않다. 특히, 이 같은 장르에서 장식물이기 쉬운 정치인을 상대하는 매춘부와 폭력배의 애인인 마약중독자 등의 여성 캐릭터가 살아있으며, 전혀 대상화되지 않았다는 점이 신선하다. 하층 계급으로 어둠의 세계에 기생하는 인물들에 대한 감독의 계층적 인식도 드러난다. 종교인이나 정치인에 비하면 그들은 소모품이며 약자일 수밖에 없다.

매 장면 감각적인 영상미도 보는 재미를 더한다. 천사의 성을 배경으로 마약에 취한 정치인이 고층에서 오줌을 갈기는 장면, 빗방울에 색색의 조명이 퍼지는 창문을 보며 화려한 미래를 꿈꾸는 마피아 등 그림같이 아름다우면서도 강한 상징성을 지닌 씬도 넘쳐난다. 영화 내내 깔리는 몽환적인 음악과 빗소리 등의 효과음들 또한 강렬하다. 배우들의 연기력이 대단한 수준이다.

저작권자 Ⓒ시사뉴스
제보가 세상을 바꿉니다.
sisa3228@hanmail.net





커버&이슈

더보기

정치

더보기

경제

더보기
정부 "이스라엘 이란 공습 수출입 영향 최소화…임시선박 투입 등 추가 지원"
[시사뉴스 홍경의 기자]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으로 중동 지역 긴장 격화된 가운데 정부가 국내경제 영향을 점검하고 대응방향 논의에 나섰다. 중동사태로 국제 유가가 상승하는 등 시장 변동성이 확대되자 정부는 16일 관계기관 합동 비상대응반 회의를 컨퍼런스콜 형식으로 개최해 중동 사태 및 시장 동향과 국내경제 영향 등을 점검했다고 밝혔다. 이번 회의에는 기획재정부, 외교부, 산업통상자원부, 해양수산부, 금융위원회, 한국은행, 금융감독원, 국제금융센터가 참석했다. 지난 13일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 이후 주요국 주가가 하락하고 국제 유가가 상승하는 등 금융·원자재 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됐다. 이에 대해 참석자들은 주말에도 양국 간 무력충돌이 반복되고 향후 사태 전개 양상에 대한 불확실성이 매우 높다고 평가했다. 이번 사태로 인한 금융·실물경제 동향을 면밀히 점검하고 특이동향 발생시 관계기관 간 긴밀한 공조 하에 신속히 대응하기로 했다. 특히 정부는 관계기관 합동 비상대응반을 중심으로 24시간 모니터링 체계를 지속하는 가운데 시장이 우리 경제 '펀더멘털(기초체력)'과 괴리 돼 과도한 변동성을 보일 경우 상황별 대응계획(컨틴전시 플랜)에 따라 즉각적이고 과감하게 조치한다는

사회

더보기
한국마사회, 명예경주마에서 AI 동물복지까지... 말복지 수준 높인다
[시사뉴스 홍경의 기자] 새 정부가 동물보호에서 복지로 패러다임 전환을 예고한 가운데 급성장하고 있는 말산업 규모에 발맞추어 말 복지를 위해 한국마사회(회장 정기환)가 다양한 방식으로 말 복지를 추진하고 나선다. 먼저, 지난 2023년 ‘청담도끼’를 시작으로 지속 추진되어 온 명예경주마 휴양사업이 3년차를 맞이했다. 은퇴 경주마의 복지증진을 위한 동 사업은 ‘당대불패’, ‘클린업조이’, ‘백광’ 등 역대 우수 경주마를 발굴해 은퇴 후에도 팬들과 소통할 수 있는 참여형 복지 모델을 구축해 왔다. 최근 6번째 명예경주마로 선정된 ‘모르피스’는 활동 당시 우수한 성적과 함께 무려 9세까지 노익장을 발휘하며 팬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긴 바 있다. 지난 6일 제주 성이시돌 목장에 입사한 것으로 알려진 ‘모르피스’는 경주마 시절 동료였던 ‘이스트제트’와 한 울타리에서 생활하며 편안한 여생을 보내게 된다. 한편, 첨단 인공지능(AI)을 활용한 K-동물복지 기술 개발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는데, 한국마사회가 국내 기업인 아이싸이랩, 에이아이포펫과 공동 개발해 온 프로젝트가 오는 7월 ‘글로벌 써밋 2025’에 공식 발표 사례로 선정되는 등 국제무대에서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

문화

더보기
책과 콘텐츠, 체험이 어우러지는 복합문화축제 '사람사는세상 책문화제'
[시사뉴스 정춘옥 기자] 노무현재단이 주최하는 ‘제1회 사람사는세상 책문화제’가 오는 6월 27일(금)부터 29일(일)까지 3일간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노무현시민센터에서 열린다. 이번 행사는 고(故) 노무현 대통령의 ‘좋은 책이 사람들의 생각을 바꾼다’는 철학을 바탕으로 기획됐으며, 책과 콘텐츠, 체험이 어우러지는 복합문화축제를 통해 ‘사람사는세상’을 실현하고자 한다. ‘사람사는세상 책문화제’는 단순한 전시·판매 행사에 그치지 않고, 책을 매개로 한 시민 간 소통과 문화적 연결의 장을 목표로 한다. 이곳에서는 사람과 사람, 사람과 문화, 사람과 공간이 만나고 연결되는 진정한 문화의 장이 펼쳐질 예정이다. 행사 기간 동안에는 강연, 토크쇼, 공연, 어린이 체험 프로그램, 공개방송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강연 프로그램에는 강원국 작가가 참여해 ‘삶은 어떻게 책이 되는가’를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고, 김제동이 진행하는 토크쇼 ‘내 말이 그 말이에요’도 마련된다. 공연으로는 이아립의 ‘이응 품은 미음’과 오지은·김사월이 함께하는 ‘내 곁에 사람들’이 준비돼 있어 관객들에게 깊은 감동을 선사할 예정이다. 또한 이번 책문화제에서는 시민들에게 사랑받는 유튜브 및

오피니언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