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2025.09.11 (목)

  • 맑음동두천 25.8℃
  • 구름조금강릉 27.3℃
  • 맑음서울 26.6℃
  • 구름많음대전 25.0℃
  • 흐림대구 22.6℃
  • 흐림울산 23.8℃
  • 구름많음광주 24.8℃
  • 흐림부산 27.2℃
  • 구름조금고창 25.2℃
  • 제주 24.5℃
  • 맑음강화 25.7℃
  • 구름많음보은 24.4℃
  • 구름많음금산 25.9℃
  • 구름많음강진군 26.3℃
  • 흐림경주시 22.1℃
  • 구름많음거제 25.3℃
기상청 제공

시네마 돋보기

‘삽’들고 떠나는 세계여행

URL복사

농업을 꿈꾸는 세 청년의 2년간 12개국 35개 농장 투어 ‘파밍 보이즈’



[시사뉴스 정춘옥 기자] 농업을 통해 미래를 꿈꾸던 지황, 대학을 졸업했지만 무엇을 할지 고민인 하석, 아버지의 농사일이 싫어 공대에 진학했던 두현. 이들 세 청년이 2년간 12개국 35개 남짓의 농장을 다니며 농사를 배운다. 무일푼으로 떠난 해외여행 속에서 자신의 능력을 시험하고 희망을 찾는 ‘잉여들의 히치하이킹’ ‘홀리워킹데이’ 등과 맥을 같이 하는 농업세계일주 다큐다.

건강하고 본질적인 삶에 대한 질문과 대답

극심한 청년실업 속에서 공무원 시험에 목을 매는 20대들. 이 팍팍한 현실에서 세 청년은 전혀 다른 도전을 시도했다. 호주 워킹 홀리데이를 시작으로 네팔 이탈리아 프랑스 네덜란드까지 11개국의 커피농장, 과수 채소 연구소, 농군학교 등 다국적 농장 투어라는 독특한 여행으로 실업 탈출과 새로운 삶의 방식을 스스로 창조한 것이다.

이 다큐의 흥미로운 점은 ‘잉여들의 히치하이킹’ ‘홀리워킹데이’에서 볼 수 있었던 것처럼, 두려울 거 없는 청춘의 아름다운 도전 그 자체가 주는 감동이다. 동시에 제도권의 취업 외에 다른 경제활동을 가르쳐주지 못하는 현실에서 사뭇 진보적인 교훈의 메시지도 던진다. 더불어 아름다운 농장의 풍경, 자연 속의 힐링은 이 다큐를 상당한 대중적 힘을 가지게 만든다. 각국의 농장 시스템을 통해 글로벌 농업의 현실과 미래에 대한 생생한 정보도 빼놓을 수 없는 가치다.

세 명의 등장인물들은 마트 청소부터 음식 배달까지 마다않고 1년 동안 호주 워킹 홀리데이를 통해 기본 여행 자금을 모았다. 라오스 가나안 농장 학교에서 돼지를 돌보고, 인도네시아에서 유기농 농사를 배운 후 유럽으로 떠났다.

영화는 의외로 ‘먹방’이기도 하다. 직접 기른 사과나무에서 딴 사과로 만든 음료를 마시고, 직접 짠 양젖으로 유기농 아이스크림을 만들어 먹기도 하며 건강한 먹거리를 바라보는 시각적 즐거움도 준다. 영화는 삶의 건강성과 본질적 삶에 대해 질문을 던진다.

농업의 새로운 모델

‘파밍 보이즈’의 첫 여행지 이탈리아는 한국과 마찬가지로 높은 청년 실업률에 허덕인다. 이탈리아의 청년 농부에게 농사란 투쟁의 모습이다. 정부 소유의 땅을 무단으로 점거해 농사를 짓기 때문이다. 이들에게 농사란 높은 실업률 속에 자급자족의 삶을 찾아 나선 대안이기도 하지만, 정부가 개발 논리와 농지를 기업에 파는 것을 반대하고 환경과 농업을 지키기 위한 수단이기도 하다.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냉소보다 저항을, 절망보다 행동을 선택한 청년들의 모습은 강한 인상을 남긴다.

이에 반해 프랑스는 농사를 짓겠다는 청년에게 초기 자금과 농지를 무상으로 장기대여해주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직접 딸기 농사를 지어 잼과 시럽을 만들어 판매하는 프랑스의 젊은 농부들은 행복해 보인다.

벨기에의 시스템도 농업의 이상적 모델을 제시한다. 농부의 한 해 농사 계획을 소비자들이 보고 선 계약을 맺어 한 해 동안 그 농장에서 생산하는 농작물을 소비한다. 유통업체를 거치지 않는 직거래기 때문에 생산자와 소비자 모두가 안정적이다. 뿐만 아니라, 농장을 방문해 수확할 수도 있어 대리 농장을 즐기면서 자연과 직접적으로 만날 수 있다는 것도 소비자들에게 장점으로 부각되고 있다.

‘6차 산업’ 형태의 네덜란드 농장은 농업이 나아가야할 미래를 보는 것 같다. 농장에서 양을 직접 키우고, 양젖으로 아이스크림을 만든다. 그리고 농장 내에 있는 아이스크림 가게에서 판매까지 한다. 농장주 아니타는 시동생이 양을 돌보며 우울증을 치료한 경험을 바탕으로 정서적 고통을 겪고 있는 사람들을 초대해 양을 통한 치료를 돕는다. 농장은 생명이며 삶의 터전, 가게이자 쉼터이며 병원이기도 하다.

천진한 무모함이 주는 위안

이들의 여행 경험은 한국의 농업 시스템에 대해 돌아보게 만든다. 소비자도 생산자도 불만투성이의 이 농경 환경을 행복하게 바꿀 실마리를 찾게 된다. 동시에 청년 실업 해결법을 여전히 개발에 있다고 신봉할 것인가 의심하게 된다. 꼭 농사를 꿈꾸지 않아도 자급자족의 본질적 삶에 대한 관심이 어느 때보다 높은 시대다. 농지 장기임대 등의 선진국의 국가사업은 다른 어떤 실업 대책보다 생산적이면서도 광범위하게 이득이 돌아가는 정책이 아닐까 싶은 생각도 하게 만든다.

여행을 마친 청년들은 자신의 경험을 밑거름으로 자신들이 원하던 것을 더 명확히 알게 됐고 그것을 실천할 힘도 얻었다. 농업인의 자식으로 태어나 농사를 가까이에서 봐왔던 두현은 고향 산청으로 내려가 딸기 농사를 시작했다. 처음에는 실패를 피할 수 없었지만 3년차가 된 지금은 제법 어엿한 농부가 됐다. 유럽에서 배운 농업 기술을 접목시키는 것이 두현의 목표다.

농작물을 소비자에게 유통하는 일을 꿈꾼 하석은 iCOOP생협 ‘자연드림’ 매장에서 매니저로 일하고 있다. 지황은 자본이 없는 젊은 농부들에게 주거지를 마련해주는 이동식 소형 주택 ‘코부기 1호’를 만들었다.

농지의 도시화로 대표되던 자본주의 근대화는 이제 농업이 희망이 되는 데에까지 이르렀다. 상실한 것들의 회복이 필요한 때라고 이 영화는 말한다. 청년들의 그 천진한 무모함을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위안이 되는 다큐멘터리다.

저작권자 Ⓒ시사뉴스
제보가 세상을 바꿉니다.
sisa3228@hanmail.net





커버&이슈

더보기

정치

더보기


사회

더보기
넷마블문화재단, ‘2025 전국장애학생 e페스티벌’ 성료
[시사뉴스 홍경의 기자] 넷마블문화재단(이사장 방준혁)은 국립특수교육원, 한국콘텐츠진흥원과 함께 주최하고 교육부, 문화체육관광부가 후원하는 ‘2025 전국 장애학생 e페스티벌’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고 11일 밝혔다. 9월 9일과 10일 양일간 펼쳐진 이번 ‘2025 전국 장애학생 e페스티벌’은 지난 6월부터 7월까지 전국에서 약 2,500여 명이 참가한 지역예선을 거쳐 선발된 전국 특수학교(급) 학생, 지도교사, 학부모 등 1,600여 명의 참가자들이 출전해 선의의 경쟁을 펼쳤다. 대회는 e스포츠대회 10종목(마구마구 리마스터, 모두의마블 등), 정보경진대회 18종목 등 총 28종목으로 치러졌으며, 각 종목별 우승팀 총 28팀은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상, 문화체육관광부장관상 등을 수상하는 영예를 안았다. 특히, ‘마구마구 리마스터’는 광주 은혜학교 이민범, 정현 학생이 우승했고 ‘모두의마블’은 경남 완월초등학교 성은서, 이하은 학생이 우승을 차지했다. ‘마구마구 리마스터’ 종목에 참가해 우승을 거둔 이민범, 정현 학생은 “열심히 연습한 만큼, 좋은 결과가 나와서 행복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상이 걸려있는 정보경진대회 결과는 추후 대회 홈

문화

더보기
헬렌 켈러의 삶을 새롭게 재해석한 비언어극 ‘마이 디어, 헬렌’ 공연
[시사뉴스 정춘옥 기자] 부산 극단 ‘배우, 관객 그리고 공간(배·관·공)’이 배리어프리 연극 ‘마이 디어, 헬렌’을 무료로 선보인다. 이번 공연은 한국장애인문화예술원의 장애인 문화예술 향유 지원 사업의 일환으로 마련됐으며, 장애인 관객이 차별 없이 공연을 즐길 수 있도록 기획됐다. 공연은 9월 11일부터 21일까지 부산 북구 창조문화활력센터 소극장 624에서 열리며, 러닝타임은 약 55분이다. 전 연령 관람이 가능하다. ‘마이 디어, 헬렌’은 헬렌 켈러의 삶을 새롭게 재해석한 비언어극으로, 언어를 최소화하고 움직임과 몸짓을 중심으로 구성해 청각, 시각, 언어적 제약이 있는 관객도 불편 없이 이해하고 즐길 수 있도록 했다. 작품은 어린 시절부터 성숙한 사회운동가로서의 삶까지 세 장면으로 펼쳐지며, 장애인 배우가 직접 무대에 올라 비장애인 배우와 호흡을 맞춘다. 자막과 현장 음성 해설을 통해 장애인 관객의 접근성을 높이고, 비장애인 관객에게도 새로운 연극적 체험을 선사한다. 공연 후에는 관객과의 대화가 이어져 창작 과정과 배우들의 이야기를 공유하며 예술의 사회적 의미를 더욱 깊게 나눈다. 이 작품은 2025년 7월 프랑스 아비뇽 오프 페스티벌 공식 초청작으로

오피니언

더보기
【박성태 칼럼】 생성형 AI 활용…결국 사용자의 활용 능력과 방법에 달려 있다
지난 2022년 인공지능 전문 기업인 오픈AI에서 개발한 챗GPT를 비롯해 구글의 Gemini(제미나이), 중국의 AI기업에서 개발한 딥시크, 한국의 AI기업에서 개발한 뤼튼, 미국 캘리포니아에 본사를 두고 있는 중국계 미국기업이 개발한 젠스파크 등 생성형 AI 활용시대가 열리면서 연령층에 상관없이 생성형 AI 활용 열기가 뜨겁다. 몇 시간에서 며칠이 걸려야 할 수 있는 글쓰기, 자료정리, 자료검색, 보고서, 제안서 작성 등이 내용에 따라 10초~1시간이면 뚝딱이니 한번 사용해 본 사람들은 완전 AI 마니아가 되어 모든 것을 AI로 해결하려 한다, 이미 65세를 넘어 70세를 바라보는 필자는 아직도 대학에서 3학점 학점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 2일 개강 첫날 학생들에게 한 학기 동안 글쓰기 과제물을 10회 정도 제출해야 하는데 생성형 AI를 활용해도 좋으나 그대로 퍼오는 것은 안 된다는 지침을 주었다. 그러면서 “교수님이 그대로 퍼오는지 여부를 체크 할수 있다”고 큰소리를 쳤다. 큰소리가 아니라 지난 학기에도 실제 그렇게 점검하고 체크해서 활용 정도에 따라 차등 평가를 실시했다. 이렇게 차등 평가를 할 수 있다는 것은 필자가 생성형 AI 활용 경험이 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