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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대중문화] ‘강한 여성’ 캐릭터가 말하는 시대 정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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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드라마 ‘여전사’ 줄이어… 사회적 지위 향상, 가부장제의 전복 상징



[시사뉴스 정춘옥 기자] 대중문화계에 오랜만에 ‘강한 여성’들이 몰려오고 있다. ‘거친 남성’이 판을 치던 스크린에 ‘여전사’들이 줄을 잇고, TV 드라마에서도 ‘기센 여성’ 캐릭터들이 등장하고 있다.

남성 세계와 싸우는 정의로운 여성

북미 현지를 비롯해 국내에서도 흥행을 이어가고 있는 히어로물 ‘원더우먼’은 오랜만에 만나는 여성 액션물이다. ‘원더우먼’이라는 전통적 ‘여전사’ 캐릭터를 단독으로 제작한 이 영화는 패티 젱킨스 여성 감독이 연출을 맡는 등 애초부터 여성주의적 성격을 염두에 두고 기획됐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원더우먼’은 부정적인 남성 세계와 싸우는 정의로운 여성 캐릭터를 통해서 히어로물의 여성주의라는 새로운 시도로 눈길을 끌었다.

국내에서는 더욱 드문 여성 액션물의 등장도 주목받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바로 ‘내가 살인범이다’ 등으로 차세대 액션감독으로 손꼽혀온 정병길 연출의 ‘악녀’다. 칸 영화제에 초대되면서 관객의 기대를 모은 ‘악녀’는 소모품으로 이용하기 위해 전사로 키워진 한 여성이 배신을 받으며 잔인하게 복수한다는 내용이다. ‘킬빌’ 등으로 이미 익숙한 아이디어지만, 한국영화에서 남성 전유물로 여겨졌던 하드한 액션 장르에 여성을 주인공으로 배치했다는 점이 독특하다.

MBC ‘파수꾼’의 미혼모 형사 조수지 또한 일종의 ‘여전사’ 캐릭터다. 딸 유나와 엄마 셋이서 살며 밝고 꿋꿋하게 형사 생활을 했던 수지는 딸의 살해를 계기로 변한다. 딸을 살해한 범인이 권력자의 아들이란 이유로 풀려나고 수지는 인생을 건 복수를 준비한다.

tvN ‘비밀의 숲’의 배두나가 연기하는 한여진 또한 부패한 기득권과 싸우는 형사 캐릭터다. 앞서 나열한 작품들처럼 ‘강한 여성’의 상징적 캐릭터라기보다 일상적 인물이기 때문에 극적인 ‘강함’으로 묘사되진 않는다. 하지만 보다 현실적인 ‘강함’을 보여줄 전망이다.

페미니즘과 남성 판타지 사이

‘강한 여성’을 내세운 이들 작품의 흥미로운 지점은 ‘여성주의’다. ‘여전사’는 전혀 새롭지 않지만 ‘여성주의’의 진화는 수많은 ‘여전사’들에게 모두 다른 정체성을 갖게 한다. 이를테면 최근 개봉한 ‘원더우먼’은 한국인에게 원형적 이미지로 각인된 1976년 린다 카터 주연의 미드 ‘원더우먼’과는 전혀 다르다. TV 드라마 ‘원더우먼’은 세계적으로 흥행몰이를 하며 가장 유명한 ‘여전사’ 캐릭터의 원형이 된 것이 사실이지만, 과장된 성적 이미지로 ‘남성 판타지’의 상징이라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센 언니’ 캐릭터는 항상 여성의 지위 향상, 또는 사회 진출의 요구, 가부장제의 전복을 상징해왔다. 린다 카터의 ‘원더우먼’이 엉덩이와 가슴은 크지만 허리는 개미 같이 잘록한 비현실적인 비율의 몸매로 성적 이미지를 연상시키는 시퀀스를 남발했다고 해도 이 같은 상징성을 갖는 것이 사실이다. 단지 그 한계를 함께 지니고 있다는 차이가 있을 뿐이다.

갤 가돗 주연의 ‘원더우먼’은 성적 이미지를 배제하고 페미니즘 물결이 최초 시작되던 ‘1차 세계대전’을 배경으로 1940년대 원작의 페미니즘적 성격을 적극적으로 드러냈다. ‘원더우먼’의 이 같은 변천사는 여성에 대한 시대적 인식을 반영한다. 지금까지 상업영화에서 ‘여전사’ 캐릭터가 대체로 ‘섹스심볼’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점은, 여권 상승에 대한 인식은 존재하지만 여성에 대한 시각이 대상화에서 진전되기는 힘들었던 남성중심 사회의 한계를 무의식적으로 대변한 것이다.

사회인식 수준의 한계

이 같은 지점에서 영화 ‘악녀’는 아쉽다는 평이다. ‘악녀’라는 제목과는 달리 영화는 전혀 여성주의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파수꾼’의 조수지는 드라마로서는 파격적이지만, 결국 그 힘의 원천이 ‘모성’이라는 점에서 ‘여성은 약하지만 엄마는 강하다’는 전통적 가치관과 페미니즘 사이의 타협이 엿보인다.

4월에 종료된 JTBC ‘힘쎈여자 도봉순’은 ‘여성 파워’의 현실을 노골적으로 보여준 드라마다. 괴력을 소유한 도봉순이 힘을 숨기고 살지만, 불의 앞에서 결국 그 힘을 쓴다는 설정은 가부장제에서 힘을 숨겼던 여성의 사회 진출을 은유한 디즈니 애니메이션 ‘겨울왕국’을 떠올리게 한다. 하지만 이 드라마는 여성 히어로물이라는 TV 드라마로서는 보기 드문 파격적 설정에도 불구하고 결국 백마 탄 왕자를 기다리는 공주라는 로맨스의 공식에 함몰되며 페미니즘적 소재로 페미니즘 담론을 제시하지 못하는 한계를 보였다.

그에 반해, 비슷한 소재의 1961년 로맨틱 코미디 ‘언니는 말괄량이’는 가부장적 현실과 강한 여성의 갈등이란 문제를 상업영화의 틀 안에서 효과적으로 풀어냈다. 유도장을 경영하는 아버지를 둔 자매는 엄청난 힘과 기술을 소유한 유단자다. 문제는 전통적 성 역할을 거부하는 언니 순애의 결혼 이후다. 신혼 첫날부터 ‘밥 달라’는 남편을 메다꽂아 버리고 나온 순애. 결국 대련을 통한 힘의 제압으로 순종을 강요하는 아버지에 의해 현모양처로 거듭난다. 시대적 한계를 명확히 보여주는 결론이지만, 이 영화는 젠더 문제에 대한 상징들로 가득하다. 남성중심사회를 넘어설 수 없음을 확인한 순애의 절망, 딸에게 현실 순응을 강제할 수밖에 없는 아버지의 눈물 등 수많은 장치들은 한형모 감독의 사회인식 수준을 가늠하게 한다.

페미니즘은 전 세계 대중문화계의 트렌드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오히려 페미니즘을 상업적으로만 이용하는 겉만 강하고 속은 구시대적으로 의존적인 여성 캐릭터들도 적지 않게 등장하고 있다. 하지만 비록 본질이 아닐지라도, 시대의 한 조각을 어떤 식으로든 반영한다는 면에서 의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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