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김세권 기자]총선 참패 이후 ‘자숙’ 모드에 들어갔던 새누리당 친박계 의원들이 속속 고개를 들고 있다. 범 친박계로 분류되는 정진석 원내대표 체제가 들어선 이후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갈 채비를 갖추고 있는 것이다.
여기엔 정 원내대표가 친박의 복귀를 위한 분위기를 잡았다는 지적이 있다. 정 원내대표는 지난 12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총선 참패에 대한 친박계 책임론에 대해 “그렇게 덤탱이(덤터기의 사투리) 씌우는 건 옳지 않다”고 주장했다.
정 원내대표는 “친박계가 당내 70~80명 정도 되나. 그 사람들한테 다 책임이 있나? 친박에 지도급 인사는 책임이 있는지 몰라도 이른바 친박으로 분류되는 사람까지 무슨 책임이 있나. 떼로 몰려다니면서 나쁜 짓을 하고 돌아다녔나? 그건 아니잖아”라며 두둔했다.
그는 또 차기 전당대회에 친박 주자들이 출마해선 안된다는 '친박 2선 후퇴론'에 대해서도“친박계가 나와선 안된다? 글쎄, 예를 들어 그건 친박계 전체를 책임론으로 등식화시키는 게 아닌가. '친박=책임' 이런 식의 등식에는 동의하기 어렵다”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정 원내대표는 당직자 인선에서 공동 원내대변인에 청와대 대변인 출신 민경욱 당선자, 공동 원내부대표에 청와대 정무수석실 행정관을 지낸 이양수 당선자와 최경환 의원 비서실장 출신의 강석진 당선자, 최 의원의 대구고 후배 이만희 당선자 등을 선임했다. 친박들의 귀환인 셈이다.
그간 친박계 의원들은 선거 직후 책임론이 제기되자 지역구에서 칩거하며 몸을 낮췄다. 선거 때 텃밭 TK(대구·경북) 지역을 중심으로 이른바 '진박' 후보들을 지원했던 최경환 의원은 지역구에 은거하며 모습을 거의 드러내지 않았다.
그는 또 유기준 의원이 친박계 단일 후보로 원내대표 선거에 나가겠다고 하자 “친박으로 분류된 사람은 이번 원내대표 경선에 안 나가는 게 맞다. 유 의원은 친박계 단일 후보가 아니다”고 자중을 주문하기도 했다.
20대 국회에서 최다선인 8선으로 국회의장 유력 후보였던 친박계 맏형 서청원 전 최고위원도 지난달 26일 열린 당선인 워크숍에서 “야당이 우리에게 국회의장 안 준다. 다 접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나도 훌훌 털어내겠다. 나도 욕심없다”면서 “이 시점에 맞는 우리당 인재가 나서 야당과 대화와 타협을 통해 상생하는 그런 인물로 앞으로 원내대표와 당 대표를 채울 때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고 친박 2선 후퇴론에 무게를 싣는 발언을 했다.
그랬던 친박계가 최근들어 움직임이 심상찮다. 서 전 최고위원은 17일 4선 이상 중진 의원들을 모아 여의도 모 일식당에서 오찬을 갖는다. 19일에는 3선 이상 중진 의원들과 함께 만찬을 할 예정이다. 이를 놓고 당 안팎에서는 서 전 최고위원이 전당대회에 나갈 수도 있다는 설이 나오고 있다.
최 의원도 전당대회 불출마는 아예 언급을 하지 않고 있다. 그러면서 최근에는 서울에 머물며 당내 인사들과 두루 접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8~9월에 치러질 전당대회에서 당 대표로 거론되는 후보를 보면 최경환 이정현 이주영 의원 등 친박계가 다수다. 비박계에서는 정병국 의원 등이 거론되긴 하지만 수적 열세로 인해 친박계 후보를 넘어서기란 쉽지 않아 보인다. 이 경우 원내대표도 범친박계 출신이 된 데다, 전당대회도 친박계가 다수 지도부에 들어갈 가능성이 크다.
총선 참패 후 쇄신과 혁신을 주장하면서 친박에 대한 책임론이 불거졌지만 총선이 한달도 채 지나지 않은 상황에서 그런 이야기는 쑥 들어갔다. 새누리당이 돌고 돌아 다시 친박당이 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상태에서 총선 참패의 원인 규명이나 쇄신 방안 마련이 가능할 것으로 보는 국민은 거의 없다. 그렇게 큰 참패를 당하고도 새누리당은 항상 그 자리에서 변화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