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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불행한 노마디즘 모자이크… 연극‘불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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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뉴스 이경숙 기자]남산예술센터 드라마센터는 쇤베르크의 '정화된 밤'으로 관객들을 맞이했다. 정문이 아닌 뒷문을 통해 관객들이 극장으로 들어가야 하는 의식에 걸맞는 곡이다.

극단 '무브먼트 당당' 김민정(43) 연출의 연극 '불행'의 시작이다. 대한민국의 민낯이 곳곳에 까발려져 있는 그로테스크한 공연장 분위기에 놀랄 여유도 없이 엄숙해진다. 말러의 딸을 잃은 슬픔이 배어 있는 '죽은 아이를 그리는 노래'의 기운이 스며든다.

관객들은 '불행'에서 구경꾼이 아니다. 유목민이 돼야만 한다. 프로시니엄 무대와 이 무대보다 객석이 높은 원형 공연장 형식의 남산예술센터 드라마센터의 무대와 객석을 뒤섞은 공연장에서 관객은 편안하게 관객이 될 수 없다.

정체성 혼란을 겪는 화자가 황야를 걸으면서 노래하는 루 리드의 '워크 온 더 와일드 사이드(Walk on the Wild Side)'처럼, 거친 길을 걷고 있는 '한국인의 초상'이 전시된다. 동물의 탈을 쓴 배우들, 또는 누군가를 흉내내는 배우들은 지금 대한민국의 현실을 나열한다. 어느 곳에서는 빨갱이라는 외침이 들려오고 한쪽 구석에서는 폐지 줍는 노인이 등장한다.

어느 청부살인 사건을 연상케 하는 공기총을 든 여인, 영화 '베테랑'으로 한 번 회자됐던 갑질 논란이 떠오르는 권투 장갑을 끼고 부하 직원을 때리는 상사 같은 세상을 떠뜰석하게 만든 사건뿐만 아니다. 식탐, 입시 과열, 성매매, 스토커 등 인지는 하되 이제 너무 익숙해서 무감각해진 것들도 계속 나열된다.

편한 연극이 아니다. 행위 예술 또는 설치 미술을 연상케 하는 다양한 배우들의 연기 또는 상황을 스스로 찾아가며 봐야 한다. 진짜 벌어진 일들이 가상으로 눈 앞에서 바로 실제처럼 펼쳐질 때, 그 충격의 무게감은 상당하다. 특정 사건이 한 번 여과돼 다른 장르로 치환될 때 그것을 지켜보는 이들은 감정의 방어선을 구축하게 되는데 사방이 노출된 '불행'의 상황에서 그 저지선은 속절 없이 무너져버린다.

'불행'은 그래서 '불행한 노마디즘 모자이크'의 지위를 획득한다. 특정한 가치와 삶의 방식에 얽매이지 않고 끊임없이 자기를 부정하면서 새로운 자아를 찾아가는 것이 노마디즘, 즉 유목주의다. '불행'에서 유목민처럼 떠도는 관객들은 현실을 부정하며 새로운 자아를 찾기 위해 공간을 옮겨도 또 다른 불행을 잉태한 장면을 목격하게 된다.

남산예술센터 드라마센터의 객석 맨 위에서 그 장면들을 지켜보고 있노라면, 모자이크처럼 대한민국의 불행한 지금 현실이 보인다. 총 80분 동안 절묘하게 선곡된 22곡의 마무리는 말러의 '나는 세상에서 잊혀지고'가 장식한다. '불행'한 현실에서 관객들은 자신을 찾을 수 있을까.

지난해 '제22회 베세토 페스티벌'을 통해 남산예술센터 드라마센터에서 초연한 작품으로 여전히 새롭다. 김민정 연출은 자신이 이끄는 극단 이름처럼 연극의 움직임은 당당하다는 걸 증명한다.

서울문화재단 남산예술센터가 기획한 '2016 시즌 주제기획전- 귀.국.전(歸國展)'의 첫 작품이다. 크리에이티브 바키의 이경성(33) 연출의 '그녀를 말해요'(14~17일), '여기는 당연히, 극장'의 구자혜(34) 연출의 '커머셜, 데피니틀리-마카다미아, 검열, 사과, 그리고 맨스플레인'(21~24일)이 바통을 이어 받는다. 전석 3만원, 청소년·대학생 1만8000원. 서울문화재단 남산예술센터. 02-758-2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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