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2026.04.30 (목)

  • 맑음동두천 21.7℃
  • 맑음강릉 20.8℃
  • 맑음서울 21.9℃
  • 맑음대전 21.0℃
  • 흐림대구 18.8℃
  • 흐림울산 16.2℃
  • 흐림광주 19.2℃
  • 흐림부산 18.7℃
  • 구름많음고창 18.0℃
  • 흐림제주 14.7℃
  • 맑음강화 19.9℃
  • 구름많음보은 19.6℃
  • 구름많음금산 20.0℃
  • 흐림강진군 18.4℃
  • 흐림경주시 18.6℃
  • 흐림거제 16.6℃
기상청 제공

문화

불행한 노마디즘 모자이크… 연극‘불행’

URL복사

[시사뉴스 이경숙 기자]남산예술센터 드라마센터는 쇤베르크의 '정화된 밤'으로 관객들을 맞이했다. 정문이 아닌 뒷문을 통해 관객들이 극장으로 들어가야 하는 의식에 걸맞는 곡이다.

극단 '무브먼트 당당' 김민정(43) 연출의 연극 '불행'의 시작이다. 대한민국의 민낯이 곳곳에 까발려져 있는 그로테스크한 공연장 분위기에 놀랄 여유도 없이 엄숙해진다. 말러의 딸을 잃은 슬픔이 배어 있는 '죽은 아이를 그리는 노래'의 기운이 스며든다.

관객들은 '불행'에서 구경꾼이 아니다. 유목민이 돼야만 한다. 프로시니엄 무대와 이 무대보다 객석이 높은 원형 공연장 형식의 남산예술센터 드라마센터의 무대와 객석을 뒤섞은 공연장에서 관객은 편안하게 관객이 될 수 없다.

정체성 혼란을 겪는 화자가 황야를 걸으면서 노래하는 루 리드의 '워크 온 더 와일드 사이드(Walk on the Wild Side)'처럼, 거친 길을 걷고 있는 '한국인의 초상'이 전시된다. 동물의 탈을 쓴 배우들, 또는 누군가를 흉내내는 배우들은 지금 대한민국의 현실을 나열한다. 어느 곳에서는 빨갱이라는 외침이 들려오고 한쪽 구석에서는 폐지 줍는 노인이 등장한다.

어느 청부살인 사건을 연상케 하는 공기총을 든 여인, 영화 '베테랑'으로 한 번 회자됐던 갑질 논란이 떠오르는 권투 장갑을 끼고 부하 직원을 때리는 상사 같은 세상을 떠뜰석하게 만든 사건뿐만 아니다. 식탐, 입시 과열, 성매매, 스토커 등 인지는 하되 이제 너무 익숙해서 무감각해진 것들도 계속 나열된다.

편한 연극이 아니다. 행위 예술 또는 설치 미술을 연상케 하는 다양한 배우들의 연기 또는 상황을 스스로 찾아가며 봐야 한다. 진짜 벌어진 일들이 가상으로 눈 앞에서 바로 실제처럼 펼쳐질 때, 그 충격의 무게감은 상당하다. 특정 사건이 한 번 여과돼 다른 장르로 치환될 때 그것을 지켜보는 이들은 감정의 방어선을 구축하게 되는데 사방이 노출된 '불행'의 상황에서 그 저지선은 속절 없이 무너져버린다.

'불행'은 그래서 '불행한 노마디즘 모자이크'의 지위를 획득한다. 특정한 가치와 삶의 방식에 얽매이지 않고 끊임없이 자기를 부정하면서 새로운 자아를 찾아가는 것이 노마디즘, 즉 유목주의다. '불행'에서 유목민처럼 떠도는 관객들은 현실을 부정하며 새로운 자아를 찾기 위해 공간을 옮겨도 또 다른 불행을 잉태한 장면을 목격하게 된다.

남산예술센터 드라마센터의 객석 맨 위에서 그 장면들을 지켜보고 있노라면, 모자이크처럼 대한민국의 불행한 지금 현실이 보인다. 총 80분 동안 절묘하게 선곡된 22곡의 마무리는 말러의 '나는 세상에서 잊혀지고'가 장식한다. '불행'한 현실에서 관객들은 자신을 찾을 수 있을까.

지난해 '제22회 베세토 페스티벌'을 통해 남산예술센터 드라마센터에서 초연한 작품으로 여전히 새롭다. 김민정 연출은 자신이 이끄는 극단 이름처럼 연극의 움직임은 당당하다는 걸 증명한다.

서울문화재단 남산예술센터가 기획한 '2016 시즌 주제기획전- 귀.국.전(歸國展)'의 첫 작품이다. 크리에이티브 바키의 이경성(33) 연출의 '그녀를 말해요'(14~17일), '여기는 당연히, 극장'의 구자혜(34) 연출의 '커머셜, 데피니틀리-마카다미아, 검열, 사과, 그리고 맨스플레인'(21~24일)이 바통을 이어 받는다. 전석 3만원, 청소년·대학생 1만8000원. 서울문화재단 남산예술센터. 02-758-2150

저작권자 Ⓒ시사뉴스
제보가 세상을 바꿉니다.
sisa3228@hanmail.net





커버&이슈

더보기

정치

더보기
이광재, ‘경기도 하남시갑’ 국회의원 보궐선거 출마 선언...“정치적 운명 걸겠다”
[시사뉴스 이광효 기자] 추미애 전 의원의 경기도지사 출마로 실시되는 ‘경기도 하남시갑’ 선거구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더불어민주당 후보자로 전략공천된 이광재 전 강원특별자치도지사가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이광재 전 강원특별자치도지사는 30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해 “저는 하남갑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에 도전하겠다. 저는 하남에 일을 하러 왔다”며 “하남의 성적표가 곧 정치인 이광재의 성적표가 될 것이다. 하남의 성공에 저의 정치적 운명을 걸겠다”고 말했다. 이광재 전 강원특별자치도지사는 “저 이광재는 하남과 함께 가겠다. 지역구는 표밭이 아니고 일터다. 말로만 하는 정치는 끝내야 한다”며 “사랑한다고 말하지만 능력이 없으면 사랑이 아니다. 지역의 현안부터 해결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어 “하남의 철도와 교통 문제, 정말 오래됐다. 하남시 전체 면적의 무려 71%가 그린벨트로 묶여 있다. 하남의 학부모님들은 학군이 다르다는 이유로 길 건너 학교에 아이들을 보내지 못해 발을 구른다”며 “짧게는 5년, 길게는 10년, 20년 동안 같은 말이 되풀이되고 있다. 이제는 해결해야 할 때가 왔다. 문제를 해결하려면 실력이 있어야 한다”며 지지를 호소했다. 이에 앞서 더불

경제

더보기

사회

더보기

문화

더보기

오피니언

더보기
【박성태 칼럼】 삼성전자 총파업만은 안된다. 노사 손잡고 세계1위 기업 만들어 내길
대한민국 반도체 산업의 심장부인 삼성전자가 창사 이래 최대의 위기 국면에 직면했다. 오는 5월 21일부터 예고된 총파업은 단순히 노사 간의 임금 협상을 넘어, 글로벌 반도체 패권 경쟁이 격화되는 시점에서 국가 경제의 근간을 흔들 수 있는 중대한 변곡점이 되고 있다. 지난 23일 평택캠퍼스에 집결한 4만여 명의 조합원이 외친 성과급 제도 투명화와 상한제 폐지는 단순한 금전적 요구를 넘어선, 조직 내 뿌리 깊은 ‘불신’의 발로라는 점에서 사태의 엄중함이 크다. “사측에 무리하게 돈을 달라는 것이 아니라, 성과급이 어떻게 책정되는지 투명하게 알기를 원한다”는 노조의 핵심 요구사항은 공정한 보상 시스템에 대한 정당한 권리 주장이라는 측면에서 나름의 타당성을 지닌다. 특히 경쟁사인 SK하이닉스가 영업이익의 10%를 성과급 재원으로 고정하고 상한을 폐지하며 산정 기준을 단순화한 사례는 삼성전자 직원들에게 뼈아픈 상대적 박탈감을 안겨주었고 결국 노조 총파업이라는 강수를 두게 되었다. 하지만 파업이라는 수단이 가져올 결과는 노사 모두에게 가혹하다. 업계와 학계는 삼성전자 노조의 파업이 현실화될 경우 단순한 생산 차질을 넘어 글로벌 공급망과 시장 지위까지 흔들릴 수 있다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