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원필환 기자]주요국 증시 폭락과 북한의 미사일 발사 등 대외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한국 금융시장에서의 자금 이탈 속도가 눈에 띄게 빨라졌다.
기획재정부는 지난 12일 최근 한국 경제 상황에 대해 "중국 금융시장 불안 및 실물경기 둔화, 미국 금리인상, 유가하락, 북한 리스크 등 대외 위험요인이 확대됐다"고 평가했다.
이에 따라 외국 자금이 한국을 빠져나가는, 이른바 한국 '엑소더스'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특히 저유가에 타격 입은 중동에 이어 최근 은행 시스템 리스크가 부각된 유럽계 자금까지 시장을 빠른 속도로 빠져나가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외국인은 지난해 12월2일부터 지난 1월26일까지 37거래일 연속으로 매도행진을 이어가며 최장 연속 순매도 기록을 세웠다.
특히 지난해 12월에는 증권 시장에서 산유국인 사우디아라비아가 전월(3083억)에 이어 7730억원을 매도하는 등 중동계 자금 유출이 가시화했다.
엑소더스 현상은 올해에도 이어지면서 1월에만 외국 자금 3조6000원이 한국을 빠져나갔다. 특히 도이치뱅크를 포함한 유럽 은행의 리스크가 확대되면서 유럽도 '셀 코리아'에 동참했다.
지난달 국내 주식시장에서 영국이 1조1658억원, 중국과 케이맨아일랜드가 각각 4762억원, 3439억원을 팔아치웠다. 영국 외에도 아일랜드(3350억원), 독일(3140억원), 스위스(1580억원) 등 유럽 자금의 유출이 부각됐다.
이 같은 자금 유출 흐름은 한국 증시에 직접적으로 반영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코스피지수는 지난달 중국 증시가 급락하며 1900선이 무너지고 외국인과 기관의 대량 매도에 1850선마저 내주는 등 연초부터 급락세를 보였다.
이후 4일 유가가 급등하며 1900선을 회복했던 코스피지수는 전날(11일) 1861.54로 장을 마감하며 1860선으로 주저앉았다. 이어서 12일에는 장중 1820선마저 붕괴했다가 1835.28로 장을 마감했다.
연초 680을 웃도는 등 670선을 지키던 코스닥지수는 12일 600선이 붕괴, 장중 8% 이상 폭락한 후 608.45를 기록했다.
이날 한국거래소는 코스닥시장에서 사이드카(매매호가 효력정지)와 서킷브레이커(매매정지)를 연이어 발동했다. 코스닥시장에서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된 것은 4년6개월 만이다.
문제는 글로벌 증시가 고점 대비 20% 이상 떨어진 베어마켓(약세장)에 진입하면 한국 시장에서의 자금 이탈 속도가 더욱 빨라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는 것이다.
이종우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미국, 일본 등 선진국 주식시장이 대세 하락으로 들어가기 시작하면 글로벌 약세 장세로 갈 가능성이 상당히 커서 한국 시장도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글로벌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고조된 상황에서 전 세계적인 환율경쟁으로 수출경쟁력까지 나빠지면 한국이 시장에 대응할 여력은 더욱 떨어질 가능성도 존재한다.
유럽과 일본이 경쟁적으로 마이너스 금리 조치를 단행하는 가운데 중국 경제의 성장 둔화로 추가적인 위안화 절하 가능성도 커졌다.
한국과 경쟁 관계에 있는 일본, 중국의 화폐 가치가 떨어지게 되면 수출 기업들은 상대적으로 불리한 위치에 놓이게 되는 셈이다. 시장에서 자금은 빠져나가고, 들어오는 돈은 줄어드는 상황에 이르는 것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여러 불확실한 요소들이 있어 당분간 증시는 반등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안전 자산 선호 현상이 전 세계적으로 나타나면서 시장 전체가 흔들리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