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70년대 산업전반에 걸쳐 무분별하게 사용된 석면에 대해 최근 경종이 울리기 시작했다. 이는 석면에 노출돼 숨진 근로자의 유가족이 회사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법원이 석면피해 배상 판결을 내렸기 때문이다.
대구지법 민사 52단독 김세종 판사는 4일 2년여간 석면제조 회사에 근무하면서 석면에 노출돼 암의 일종인 악성 중피종이 발병, 악화돼 숨진 원모(사망 당시 46세.여)씨의 유가족이 부산 소재 석면원단 제조업체인 J사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피고는 원고에게 1억6천여만원을 배상하라"고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김 판사는 판결문에서 "피고 회사는 석면 관련 전문회사로서 작업장에 방진 및 집진시설을 충분히 설치하지 않거나 제대로 가동하지 않아 현장의 석면 분진을 그대로 방치하고 방진에 필수적인 방진마스크의 필터도 제대로 교체해 주지 않아 피해자로 하여금 석면 분진을 흡입하게 함으로써 석면에 노출되도록 한 잘못이 있다"고 밝혔다.
또한 "석면 노출로 인해 유발될 수 있는 질병의 내용이나 그에 대한 예방방법 등에 대해 구체적인 교육을 시행하지 않은 점도 인정된다"고 덧붙였다.
다만 김 판사는 "피해자도 작업장 석면 분진 제거 등을 적극적으로 요구하지 않은 잘못이 일부 인정된다"면서 회사 측의 과실 범위를 90%로 제한했다.
원씨의 유가족들은 원씨가 지난 76년 2월부터 2년 동안 석면을 원료로 석면원단 등을 만드는 J사 방적부에서 근무하다 퇴직한 뒤 30년이 지난 2004년 7월 삼성서울병원에서 석면 노출에 의한 악성 중피종 진단을 받자 회사 측을 상대로 2억 1천여만원의 손해배상을 요구하는 소송을 냈다. 원씨는 투병 끝에 소송이 진행되던 2006년 10월 숨졌다.
이번 소송의 주범인 석면은 섬유형태를 띤 광물질로 흡음, 단열, 내부식성, 내약품성이 뛰어난 것이 특징. 건축자재, 방화재, 전기절연재 등에 주로 사용되며, 현재는 자동차 브레이크, 클러치판 등을 포함 3천여종 이상의 제품에 사용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그러나 석면 분진을 장기간에 걸쳐 호흡기로 흡입하는 경우 폐암이나 악성 중피종, 석면폐(폐선유증) 등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석면 피해는 일반적으로 20~40년의 잠복기간을 거쳐 증상이 나타난다.
이번 판결은 석면 관련 회사의 안전의무 소홀 책임을 물어 손해배상을 명한 국내 첫 판결인 점을 들어 향후 유사 소송이 잇따를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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