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김부삼 기자]제1차 남북당국회담이 11일 개성공단 종합지원센터에서 열린 첫 회담에서 남북은 회담에 앞서 나눈 수석대표의 환담에서부터 입장 차이를 드러냈다.
남측은 “처음부터 온전한 길을 내자”고 주장한 반면, 북측은 “장벽을 허물고 골을 메워서 대통로를 열어 나가자”고 말했다.
그동안 님북당국회담에서 첫날 양측 수석대표의 모두 발언은 그 회담에 임하는 각자의 입장을 대변해 왔다. 그래서 발언 내용으로 회담이 쉽게 풀릴지 아니면, 난항을 겪을지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었다.
남측 수석대표인 황부기 통일부 차관은 서산대사의 한시 ‘답설야중거(踏雪野中去)’의 일부를 인용해 “우리가 처음 길을 걸어갈 때 온전하게 잘 걸어가는게 중요하다. 우리가 첫 길을 잘 내어서 통일로 가는 큰 길을 열자”고 말했다.
이는 당국회담의 틀을 처음부터 제대로 갖추겠다는 의미다. 합의만을 위해 따질 것을 제대로 따지지 않고 넘어간다든가 성과를 내기 위해 절차를 간과하지 않겠다는 현 정부의 입장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홍용표 통일부 장관도 이날 아침 남측 대표단과 환담하는 자리에서 “중요한 것은 국민의 신뢰와 지지를 받을 수 있는 회담을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북측 전종수 단장은 “거의 8년 만에 본격적인 북남관계를 푸는 회담은 이제부터 시작”이라면서 “그간 불신과 대립으로 골은 깊어지고 장벽은 더 높아졌는데, 우리가 장벽을 허물어서 골수를 메우고 길을 열고 대통로를 열어 나가자”고 말했다.
전 단장은 또 “북남관계도 새해를 맞아 전망이 더 밝아지고 좋아지지 않겠는가”라든가 “회담 테이블이 가까워야지 멀게 해놓으니까...”라고 말해 이번 회담에서 뭔가 ‘큰 결실’을 이루자는 뜻을 내비치기도 했다.
전 단장의 발언은 남측에 기존의 입장을 고집하면서 따지기보다 합의를 위해 양보를 하라는 무언의 압박으로 풀이된다.
결국, 이날 회담은 의제 논의에 앞서 기본적인 입장 차이를 보임에 따라 시작부터 험난함을 예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