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김부삼 기자]'민주화 거목'이자 정치권의 '큰 별'이었던 김영삼 전 대통령이 세상을 떠난 22일. 빈소가 마련된 서울대학병원 장례식장은 국화꽃 향기로 가득했다.
정치권 선·후배들은 고인의 이승에서의 마지막 길을 배웅하고자 앞다퉈 빈소를 찾았다. 때로는 고인을 보낸다는 슬픔에 오열이, 때로는 오랜만에 보는 동지 사이에 반가움의 큰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김영삼 전 대통령의 정치적 아들을 자임한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이날 오전 8시37분께 빈소를 찾아 김 전 대통령의 아들 김현철씨 등과 함께 조문객을 맞았다. 김 대표는 김영우 당 수석대변인과 함께 현직 의원가 운데 가장 먼저와 늦도록 고인의 곁을 지켰다.
떨리는 손으로 국화 한 송이를 헌화한 김 대표는 절을 하면서 흐느꼈다. 한동안 일어서지 못한 김 대표는 상주인 김현철씨를 붙잡고도 슬픔을 더 나눴다.
준비한 손수건으로 눈물을 찍어내던 김 대표는 김수한 전 국회의장과 함께 별도의 내실에서 소리 내어 울었다. '상도동계(上道洞系)의 막내'로 김 전 대통령과 각별했던 김 대표는 고인의 마지막 길에서 슬픔을 감추지 않았다.
상도동계 1세대로 김 전 대통령과 동고동락을 같이한 최형우 전 의원은 고인의 영정 앞에서 감정에 북받쳐 오열했다.
주변의 부축을 받으며 힘겹게 발걸음을 떼던 최 전 의원은 김 전 대통령의 영정을 바라보자마자 주저 앉았다. 꺼이꺼이 울음을 삼키던 그는 격앙된 감정을 추스르지 못하고 격한 말들을 토해내기도 했다.
'3김 시대'의 마지막 인물인 김종필 전 총리는 오전 8시52분께 빈소를 찾아 동료의 가는 길에 국화꽃 한 송이를 바쳤다.
김무성 대표, 서청원 최고위원들과 담소를 나누던 김 전 총리는 YS의 '영원한 비서실장'인 김기수 전 실장을 찾아 옛 생각에 눈물을 흘렸다.
김 전 총리는 김 전 실장이 나타나자 "둘도 없는 충신에게 말씀하신 거 있지, 강물에 빠져 죽으라고…"라며 말끝을 흐렸다. 김 전 총리는 "잘 모셨어. 긴 세월 일편단심으로 잘 모셨어"라며 울음을 터뜨렸다.
새정치민주연합 정대철 상임고문은 빈소를 찾자마자 "아이고 형님"이라며 최 전 의원을 향한 반가움을 표현하기도 했다.
오랜만에 보는 정치권 선후배들은 과거 김 전 대통령과의 추억을 공유하며 담소를 나눴다. 서로의 근황도 나누며 해후했다.
문민정부에서 국무총리를 지낸 이수성 전 국무총리는 서청원·황진하 현 새누리당 의원들의 테이블에 앉아 오래 담소를 나눴다.
최 전 의원 자리로 옮긴 이 전 총리는 "1996년 11월쯤 총리를 하고 있는데 (YS가 나한테)'나보고 대통령에 나가보라'고 했다"며 "(나는 최형우 더러) 대통령에 출마하라고 권유했다"며 최 전 의원의 손을 꼭 잡기도 했다.
새정치연합 정세균 의원은 최 전 의원과 커피를 나눠주며 "뜨거우니 조심하라"고 당부, 훈훈한 장면을 연출하기도 했다.
한편 이날 빈소가 마련된 서울대 병원에는 오후 6시 기준으로 약 2500여명의 조문객이 다녀가는 등 뜨거운 추모 열기를 보였다. 새정치연합 문재인 대표를 비롯한 여야 정치인들을 비롯 전·현직 의원이 빈소를 찾았다.
박근혜 대통령, 반기문 국제연합(UN) 사무총장 등은 화환을 보내 조의를 표했다. 수백 개의 조화가 분향소 안팎을 빼곡히 메웠다.
김 전 대통령의 고향인 경남 거제에도 분향소가 마련, 추모의 발길이 이어졌다. 거제 장목면 외포리 대계마을 YS기록전시관과 생가에 분향소가 꾸려졌다.
첫 조문을 마친 권민호 거제시장은 "김 전 대통령의 서거를 26만 시민과 함께 애도를 표한다"며 "하늘에서도 대한민국 민주화를 위해 지켜주옵소서"라고 고인을 추모했다.
새누리당 김한표 의원도 "지나온 큰 업적 새기며 나라사랑, 국민사랑, 거제사랑에 온 몸을 바치겠다"며 "부디 영면하시길 바란다"고 애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