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은 한국경제가 기로에 서는 시점이다. 위기에 빠진 한국경제가 불황에서 탈출할 것인지 저성장의 장기 침체에 빠질 것인지 더욱 확실해지는 시기가 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진단하고 있다. 한국경제연구원은 올해 경제성장률을 기존(2015년 6월) 2.7%에서 2.4%로 0.3%포인트 낮췄다. 2016년 경제성장률은 2.6%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고령화, 부채부담, 중국 성장 둔화
한국경제연구원은 ‘KERI 경제전망과 정책과제’ 보고서를 통해 올해와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발표했다. 경제성장률이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2%대 중반에 그칠 것으로 전망되는 이유로는 △고령화·부채부담 등 구조적인 소비부진 요인 지속 △중국 성장 둔화·위안화 절하 지속 등 중국경제 불안에 따른 수출환경 악화를 꼽았다. 2016년에도 민간소비와 수출(국제수지 기준)이 각각 1.9%, 3.8%에 그치는 등 부진이 지속될 것이란 전망이다.
한편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올해와 내년 각각 0.8%, 1.5%로 제시했다. 국제유가 하락세 진정과 원/달러 환율 상승 전망에도 불구하고, 국내 총수요부진이 해소되지 않아 저물가 현상이 지속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또 경상수지는 수출입 동반 부진에 따른 소위 불황형 흑자가 이어지면서 올해와 내년 각각 1054억 달러, 1022억 달러의 큰 폭 흑자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원·달러 환율은 글로벌 달러강세가 지속되는 가운데 위안화 절하가능성이 추가되면서, 올해와 내년 각각 연평균 1136원, 1158원까지 상승할 것으로 예상했다.
경기 회복의 모멘텀은 약할 것
서울 세종대로 대한상공회의소회관에서 열린 ‘제6회 대한상의 경영콘서트’에서 신민영 LG경제연구원 경제연구부문장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세계경제 성장률이 3%대 초반의 터널에 갇혀 있는 유례없는 모습을 나타내고 있다”며 “미국경제는 장기 평균치 정도의 성장세로 순항하고 있지만 유럽과 일본은 1% 수준의 낮은 성장세도 이어나가기 힘든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신 부문장은 “세계경제 성장률이 3% 초반 수준에서 더 낮아질 가능성이 높아지고 교역 부진도 이어질 전망이어서 우리 경제의 성장을 주도했던 수출의 경기 견인력 약화는 불가피하다”고 말했다.현대경제연구원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2016년 국내 경제는 외수를 중심으로 내 외수 동반 회복세를 보이나, 2015년 기 둔화에 대한 기저효과 측면이 강해 경기 회복의 모멘텀은 약할 것으로 전망했다.
민간소비는 임금 상승률 둔화 및 가계부채 누증 등의 제약 요인이 있지만, 저유가 지속에 따르는 구매력 상승과 4년 연속(2012~2015년) 1%대의 낮은 증가율에 대한 기저 효과 등으로 2% 초반의 증가율을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건설투자는 건설수주 회복으로 2015년에 확대된 회복세가 2016년에도 이어져 완만한 증가세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설비투자와 지식재산생산물투자는 수출 회복에도 불구하고 세계 및 국내 경기 리스크 요인에 따르는 투자 심리 위축 등으로 회복세가 약할 전망이다. 수출은 대중국 수출 둔화에도 불구하고 기저효과 및 세계 경기의 완만한 회복세 등으로 증가세로 반등할 전망이다. 경상수지는 2015년에는 수출보다 수입이 더 크게 감소하면서 흑자를 기록한 반면, 2016년에는 수출이 증가하면서 흑자를 보일 것으로 진단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2016년의 경상수지 흑자 규모는 전년과 비슷한 1,100억 달러 내외를 기록할 전망이라고 밝혔다.
선진국 중심의 완만한 회복세
현대경제연구원은 2016년에 세계 경기는 경기 하방 리스크가 부상할 가능성이 있지만 선진국 중심의 완만한 회복세를 전망했다. 미국과 유로존은 완만한 회복세, 일본은 미약한 회복세를 예상했다. 미국은 내수는 소비를 중심으로 개선세가 이어지나 달러화 강세로 인한 수출 여건 악화 등의 요인으로 경기 회복세는 완만한 수준을 유지할 전망이다. 일본은 임금 상승세 미약으로 소비 개선이 제약되고 중국 경기 둔화로 인한 수출 부진, 디플레 심리 지속 등으로 경기 회복세는 미약할 전망이다. 유로존은 완화적인 통화정책 지속 및 투자확대정책 시행 등으로 완만한 회복세가 전망되나 여전히 높은 실업률과 낮은 물가 상승률은 경기 확장의 장애 요인이 될 것으로 진단했다.
신흥개도국은 원자재 수출국 경기 부진, 외국인 투자자본 유출 등의 경기 하방 리스크가 부상해 성장세는 둔화될 가능성 상존하고 있다고 전망했다. 중국은 수출 부진 및 과잉 설비 등으로 투자와 생산이 위축되고 소비 부진이 지속되는 등 경기 둔화가 이어질 우려가 있다. 기타 신흥국은 중국 경기 둔화 및 국제 원자재 가격 약세 지속에 따르는 수출 부진이 예상되며, 미국 기준금리 인상 및 해외자본 이탈 등으로 인한 금융 불안 등 경기 하방 압력 확대가 전망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