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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경쾌한 붓놀림 정겨운 산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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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쾌한 붓놀림 정겨운 산하


화폭 그득히 피어나는 아! 내고향



그는 붓을 사랑한다. 새까만
먹물을 가슴 그득히 품은 붓을 하얀 종이 위에 물흐르듯 놀리노라면, 화폭에는 어느샌가 꿈처럼 정겨운 고향 산하의 모습이 점이되고 선이되어
나타나곤 했다.

이럴 즈음이면 자신이 그린 그림에 스스로 취해 그의 얼굴 가득히 미소가 피어 오른다. 늘 그랬다. 화폭 하나 가득 때로는 경쾌하게 더러는
섬세하게 터치된 붓놀림 뒤로는 늘 유현한 먹물의 농담이 배경으로 깔렸고, 무심한 촌부 한두명은 나름대로의 역할로 등장하곤 했다.

원륜 이중환(元崙 李中煥, 67)의 산수화를 두고보면 보는 이 자신이 그림 속으로 들어가 점이되고 선이되고 산수가 되면서 그림속의 주인공으로
동화되어 버린다. 그만큼 40여년동안 붓 한자루에 삶을 맡겨온 원륜 이화백의 산수화는 그 자체만으로 우리네 삶과 자연을 그대로 승화시켜
왔다.


○ 원륜 이중환 화백은○

한국의 대표적 재야작가로 지금까지 한곳에서 살아온 이 화백. 그가 본격적으로 붓을 잡고 전라남도 광주에서 평생 터를 닦아온 스승 의제 허백련화백
밑으로 들어간 것은 군에서 갓 제대한 그의나이 26세 무렵이었다.

한국의 서정적 산수와 향토색 짙은 삶을 화폭에 담아 내고 있는 그의 화풍은 바로 스승인 의제 허백련 화백으로부터 물려받은 유산이라 해도
틀림이 없으리라. 남농 허건화백과 함께 우리나라 남종화의 큰 맥을 이루고 있는 스승의 남도적 체취를 그의 역동하는 붓질로 화폭에 옮겨 놓음으로써
그만의 한국적 향토색을 또 다르게 표현하고 있는 것이 오늘의 이 화백인 것이다. 비록 한국의 자연을 서정적 풍광으로 간결하게 그려냈다 하더라도
그의 그림 가운데 흐르고 있는 생명력과 한국인만이 느낄수 있는 본원적 감성은 결코 숨겨질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특히 무르익을대로 익은
예술적 경지에 다다른 작금, 원륜의 작품 세계는 장식적 흔적이나 설명적인 붓놀림이 크게 생략되어 있다. 그 결과 그의 화풍은 더욱 함축적이고
명료해져 이제는 우리네 산수의 아름다움을 있는 그대로 표현해 내는 한국화 본연의 역할로 돌아갔다 하겠다.

“크게 생각하면 우리가 몸담고 있는 우주적 세계의 혼돈 속에서 이제는 내가 살고있는 현실세계의 질서 속으로 눈을 돌리고 가장 한국적인 풍광을
있는 그대로 담아 내고자 합니다. 오직 우리한국인만의 정서를 가지고 많은 사람들과 작품을 통해 교감을 나누고 싶기 때문이지요.”

젊은 시절의 활달하고 즉흥적인 붓터치에서 이제는 고향으로 돌아와 보는 이의 감성을 자극하는 부드러운 붓질, 그로부터 오는 선의 흐름과 극히
향토색 짙은 근간의 작품속에서 이제는 원숙의 경지에 다다른 작가의 기량을 한껏 느낄수 있음이다.

한국미술대전 · 제2회 신미술대전·아시아미술문화초대전(일본)·한국미술대상전 초대작가·범태평양 미술 서울대전(10개국 여의도 63빌딩)·롯데호텔
개관기념 개인전 등 20여년 전의 수상경력으로부터 최근 제2회 민족문화예술대상까지 100여회의 입상과 40여년간 한국화·산수화·문인화 등을
그려온 그의 작품활동은 가히 그 누구도 흉내낼 수 없는 자신만의 독특한 경지를 이루고 있다.



○ 이제는 자신만의 세계로○

최근 10여년동안 그는 화두로 추구해온 우리의 토속적 산천을 그렸으나 어느 구체적 풍광을 담아내지는 않고 있다.

가장 한국적이면서도 한국의 실경이 아닐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지극히 관념적 표현은 더욱 아니며 한국사람이면 누구나 한번쯤 본듯한 우리의
정겨운 산하임에 틀림이 없다. 바로 우리가 두고 온 고향이며 어딘가에 있음직한 우리의 산하인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의 그림은 우리에게
친근하면서도 너무나 익숙하게 다가오고 있으며, 한국인만이 느낄수 있는 감흥과 여운이 있다.

이제 지나온 모든 세월을 안으로 갈무리하고 젊은 시절 붓끝으로 튀어 오르는 거칠음과 대담함은 생략한채 좀더 유현함과 부드러움으로 남은 시공을
메꾸어야 함이 그에게 남은 과제이리라.

조용하고 담백하면서도 화폭 가득히 스멀스멀 피어오르는 먹의 농담과 선의 흐름이 새벽 안개처럼 그윽한 분위기로 자연스레 표출되어야 할 것이다.


불광동 허름한 산아래 동네의 한켠에서 오늘도 붓을 잡고 있는 그는 결코 칠순 노인이 아니었다. 돌아보면 굽이굽이 지나쳐온 세월의 흔적들,
이들을 붙잡고 있지 않고 머지 않은 시기에 그 밟아온 발자취를 모아 또다른 비상을 꿈꾸는 그의 동안은 영원한 20대의 청년이었다.


강원지역본부/ 김승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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