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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한·일·중, 협력 ‘공감’…과거사 ‘시각차’ 여전[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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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국 협력체제 복원필요성 강조…아베 70년 담화 거론에 朴·리커 ‘묵묵부답’

[시사뉴스 김부삼 기자]박근혜 대통령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 리커창(李克强) 중국 국무원 총리 등 한·일·중 정상은 1일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정상회의에서 한 목소리로 3국 협력체제의 복원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러나 3국 정상은 일본 정부의 역사인식 문제와 관련해 여전한 시각차를 드러냈다. 한·중 정상이 3국 협력 복원의 전제로 분명한 역사 인식을 거론한 반면 일본은 역사와 관련한 언급 자체를 피했다.

3국 정상회의는 ▲2008년 12월 일본 후쿠오카 ▲2009년 10월 중국 베이징 ▲2010년 5월 한국 제주도 ▲2011년 5월 일본 도쿄 ▲2012년 5월 중국 베이징 등 매년 개최지를 번갈아 가며 다섯 차례 열렸다.

하지만 일본과 중국이 센카쿠(중국명 댜오위다오) 열도를 둘러싸고 영토분쟁을 벌이면서 2013년 서울 회의가 무산된 이후 개최되지 않다가 3년6개월 만에 다시 열렸다. 따라서 이날 회의는 동북아 3국 협력체제의 복원 여부를 판가름할 시험대로 평가됐다.

각국 정상은 일단 모두발언에서 하나 같이 3국 협력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한·일·중 정상회의의 복원을 환영했다.

박 대통령은 "오늘 정상회의를 계기로 3국 협력을 정상화해서 협력의 장애물과 도전요소를 함께 극복하고, 진정한 동반자 관계를 구축해 동북아에서 평화와 협력의 질서를 세워나가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동안 동북아 역내 국가 간 교류가 늘면서 경제적 상호의존도는 높아졌지만 영토분쟁이나 역사 문제 등으로 정치·안보 분야의 긴장감은 오히려 커지는 '아시아 패러독스(Asia's paradox)'로 3국 간 협력 잠재력이 제대로 발휘되지 못하고 있었다는 게 박 대통령의 설명이다.

박 대통령은 "지난 3년여 간의 3국 협력의 정체를 교훈으로 삼아서 앞으로 3국이 서로 공존과 협력의 길을 걸어나가기를 기대한다"며 "3국 정상회의가 3국 협력의 새로운 도약과 동북아 평화협력의 새 시대를 열면서 상호 신뢰를 강화하는 중요한 이정표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아베 총리도 "지리적 근접성과 문화적인 연관성을 갖는 우리 3국은 지금까지 재난방지, 환경, 청소년 교류 등 폭넓은 분야에서 꾸준한 협력을 계속해 왔다"며 "지금까지의 협력을 총괄하면서 박 대통령, 리 총리와 함께 우리 세 정상부터 정치적인 모멘텀과 추진력을 부여하면서 3국 협력의 새로운 걸음을 내딛고자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지역 국제정세에 관해서도 솔직하게 의견교환을 하며 3국의 공조를 더욱 더 심화시킬 수 있는 기회로 삼고자 한다"면서 "이번 정상회의 개최로 일·한·중 프로세스는 정상적인 상태로 돌아갔다. 정상회의가 정례적 개최로 회귀된 것을 일본으로서 지지하겠다"고 강조했다.

아베 총리는 "일본은 일·한·중 정상회의의 조기개최를 일관되게 주장해왔다"면서 일본 정부가 그동안 한·일·중 정상회의 재개에 적극적 입장을 보여왔다는 설명도 빼놓지 않았다.

리 총리 역시 "3국은 글로벌 경제 발전과 지역 안전에 있어서 중요한 영향력을 갖고 있는데 3국이 잘 협력하면 더 큰 역할을 발휘할 것이라고 믿고 있다"며 한·일·중 3각 협력체제 복원에 기대감을 나타냈다.

그는 이어 "중·한·일 3국은 한 마음, 한 뜻으로 손을 잡고 함께 전진해 나가서 동북아 경제 통합을 같이 추진하고, 동북아 경제를 함께 활성화시키는 데 있어서 더 큰 리더 역할을 발휘할 수 있다"며 "아시아 지역의 평화와 안정, 나아가 세계평화 안정을 유지하는 데 있어서 더 큰 기여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리 총리는 그러면서도 "(3국) 협력은 역사를 비롯한 민감한 문제를 타당하게 처리하는 토대 위에서, 동아시아 지역이 서로 이해 증진하는 토대 위에서 이루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일본 정부의 올바른 역사 인식이 3국 협력체제 복원의 열쇠라는 점을 에둘러 강조한 것으로 풀이됐다.

역사 문제를 둘러싼 3국의 시각차는 3국 정상회의에 이어 열린 공동기자회견을 통해 본격적으로 드러났다.

박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정상회의 결과와 관련해 "유동적인 역내외 정세 속에서도 지난 3년 여 동안 다양한 분야에서 3국 간 실질 협력이 진전돼 온 점을 평가했다"며 "역사를 직시하고 미래를 지향해 나간다는 정신을 바탕으로 지역의 평화·안정의 실현을 위해 노력해 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날 채택한 '동북아 평화협력을 위한 공동선언'의 핵심은 '역사직시·미래지향' 정신에 입각해 한·일·중 간 양자관계의 개선과 3국 협력 복원을 추진키로 한 데 있다는 언급이다.

박 대통령은 또 "이번 정상회의는 2012년 5월 이후 3년 반 만에 개최된 것으로 동북아 역내 평화와 번영의 중요한 틀인 우리 3국 간에 협력 체제가 복원되었다는 점에서 역사적 의미가 크다"며 "그간 많은 어려움이 있었지만 정상회의 재개를 위한 외교적 노력 끝에 3국 협력 복원이 이뤄지게 돼 의장국으로 뜻 깊게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박 대통령이 의장국으로서 역사 문제를 공동선언문에 입각해 다소 원론적인 수준에서 제기했다면 리 총리는 보다 직접적으로 일본을 겨냥했다.

리 총리는 "정치적 상호 신뢰는 협력을 심화하는 중요한 기초이고 역사문제를 비롯한 중대한 사무에 대한 공동인식은 상호 신뢰의 전제조건"이라며 올바른 역사인식이 3국 간 상호신뢰의 기본 바탕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이날 회의 결과와 관련해 "우리는 역사를 직시하고 미래를 지향하며 역사를 비롯한 민감한 문제를 타당하게 처리하는 데 대하여 합의를 했다"고 못박기도 했다.

특히 그는 "3국 협력프로세스는 지난 3년 동안 방해를 받았다"며 "우리는 3국 협력체제, 3국 정상회의 체제가 다시 파장이 생기는 일을 원하지 않고, 양자관계와 3자 관계에 있어서 우여곡절이 생기는 것을 바라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같은 언급은 3국 협력 체제 중단의 책임이 일본 정부에 있다는 점을 지적한 것으로 풀이된다. 3국 정상회의는 2008년부터 매년 개최되다가 일본과 중국이 센카쿠(중국명 댜오위다오) 열도를 둘러싸고 영토분쟁을 벌이면서 2012년 5월 베이징 회의를 끝으로 중단됐다.

그러면서 일본 정부가 올바른 역사 인식을 보여주지 않으면 어렵게 복원된 3국 협력 체제에 다시 파열음이 생길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한 것으로 보인다.

반면 아베 총리는 "박 대통령, 그리고 리 총리와 흉금을 터놓고 이 지역의 평화와 번영을 위해 상당히 솔직한 의견교환을 이번에 할 수가 있었다"면서도 역사 문제는 입에 전혀 올리지 않았다.

대신 그는 일본내 여론을 의식한 듯 "북한에 대해서 일본에게는 최중요 과제인 납치 문제에 대한 해결을 위해 양 정상에게 강하게 호소를 했다"고 말했다.

또 자국이 주도적으로 참여한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협상의 잠정 합의 소식을 언급하면서 "저는 일·한·중 FTA(자유무역협정)에 관해서도 포괄적이고 하이레벨(high-level)의 협정을 조기에 타결해야 된다고 호소했다"고 전했다.

아울러 그는 "우리로서는 처음부터 정상 차원의 회담을 개최하고 추진해야 된다고 누차 말씀드려 왔다"며 한·일·중 정상회의가 3년 6개월 만에 재개된 배경에 일본의 적극적 의지가 있었다는 점을 '홍보'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아베 총리는 "내년에는 일본이 의장국으로서 일·한·중 정상회의를 주최하게 되는데 오늘 전향적인 논의를 출발점으로 해서 내년 일본에서 개최되는 정상회의를 결실이 많은 것으로 하고자 한다"며 2016년 일본이 의장국으로 개최할 다음 3국 정상회의에 대한 기대감도 내비쳤다.

그러나 아베 총리가 이날 역사 문제를 일절 언급하지 않았듯이 일본 정부가 과거사 문제에 있어 진정성 있는 입장을 보여주지 못한다면 내년 3국 정상회의 성공적 개최는 장담하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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