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강철규 기자] 28일(현지시각) 밤 늦게부터 강하게 몰아친 폭풍우로 이라크 수도 바그다드에 물난리가 났다고 AP통신과 미들이스트아이 등 외신들이 보도했다. 이라크 정부는 사태를 수습하기 위해 29일을 임시 공휴일로 선포했다. 또 군대를 바그다드 도심에 배치해 현장을 수습하고 있다.
이라크 기상당국에 따르면 지난 24시간 동안 바그다드에 내린 비의 양은 54㎜에 불과했다. 바그다드 시민들은 부패한 정부가 배수로 등 기반 시설에 제대로 투자하지 않아 홍수가 발생했다며 강한 불만을 표하고 있다.
이번 홍수로 바그다드에서 220㎞ 떨어진 난민촌에서는 3살 배기 갓난아기가 물에 휩쓸려 숨지는 등 인명 피해도 발생했다. 수백만명의 바그다드 거주민들은 무릎까지 차오른 물을 헤치며 걷고 있고, 도심 일부는 마비됐다.
상점 가판대에서 팔던 얼음 조각들은 물이 찬 거리를 떠다니고, 사람들은 진흙탕 길을 걸으며 가재도구 등을 치우고 있다. 자동차를 떠다니는 모습도 보였다. 일부는 더러운 물을 통해 전염병이 확산될까봐 걱정하고 있다.
바그다드 시민들은 낙후된 기반 시설을 정부가 제대로 관리하지 않아 이번 사태를 초래했다고 비판했다. 인구 800만여명이 살고 있는 바그다드 도심의 배수로는 제대로 설치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오랫동안 방치돼 시민들의 불만을 샀다. 최근 일부 시민들은 더 나은 기반 시설을 제공하라며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기반 시설 개선을 촉구하며 시위를 벌인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8월 50도까지 치솟은 폭염으로 전기 공급에 계속 문제가 생기자 바그다드 시민들은 기반 시설을 정비해 문제를 해결하라며 대규모 시위를 벌였다. 시민들은 이번에도 정부의 부패와 무능 탓에 재난이 발생했다며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지난 여름 시위가 거세지자 하이데르 알 아바디 이라크 총리가 부통령 3명과 부총리 3명을 없애고 개인 경호원들에 들이는 예산을 삭감하는 등 기득권을 없애는 내용의 개혁안을 내놓기도 했다. 그러나 시민들은 개혁을 명분으로 정부가 상대 정파를 없애려 하고, 효과가 없는 방안을 내놨다며 질타했다.
바그다드 시민 무야드 알리는 "제대로 된 인프라도 없고 개·보수도 없다"며 "정부는 기반 시설을 개선해주겠다고 약속해놓고 아무 것도 하지 않았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또 다른 시민은 "정부는 바위가 배수로로 흘러들어가 막혔다고 하지만 모두 거짓말이다. 이 사태는 100% 정부의 부패로 인해 발생한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번 폭우로 바그다드 인근 지역에서도 피해가 속출했다. 특히 극단 이슬람 무장조직 '이슬람 국가(IS)'와 교전을 벌이고 있는 안바르의 난민 캠프에서 텐트 2천여개가 침수되는 등 난리가 났다. 안바르 주지사는 당국에 지원을 요청했다.
폭풍우는 지난 28일 밤 늦게 시작돼 29일까지 이어졌다. 기상예보에 따르면 폭풍우는 다음주까지 이어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