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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잃어버린 추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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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추석…


조선족, 코시안, 탈북자, 수재민… 삶이 막막한 사람들의 추석나기



해의 수확을 감사하며 온가족이 모여 앉아 그동안 못다 한 이야기로
웃음꽃을 피우는 한가위. 하지만 돌아갈 곳이 있어도 가지 못하는 이들에게 추석은 평일보다 못한 날이다. 내년 3월이면 중국으로 전원 출국해야
하는 조선족. 이들 앞에 놓인 현실은 올 추석을 더욱 고통스럽게 한다. 아시아계 외국인노동자와 결혼해 가정을 이루고 사는 코시안(KOSIAN)
한국인 여성들은 명절이 되면 서러움이 북받쳐 오른다. 외국인노동자와의 결혼을 탐탁지 않게 여긴 부모, 형제들로부터 외면당한 채, 가까운
곳에 가족이 있어도 찾아갈 수가 없기 때문이다. 북쪽에 가족을 두고 떠나온 탈북자들에게도 추석은 괴롭기만 하다. 이번 추석은 특히 태풍의
피해로 집을 잃은 수재민들에게는 전혀 풍요롭지 못한 명절이다.


“나도 한국인 입니다” 조선족들의 눈물겨운 추석

중국 하얼빈에서 병원장을 지낸 오종일(가명·60)씨. 고향이 충남 연기군인 그는 두 살 때 독립운동을 하던 부모를 따라 하얼빈으로 이주했다.
고향을 그리워하던 그가 한국에 들어온 것은 1년 반 전. 그러나 한국사람들은 조선족을 그리 달가워하지 않았다. “일제시대 때 도주하다시피
미국으로 망명하거나 친일파로 일본에 살다가 돌아온 사람들은 귀빈 대접을 받더군요. 그런데 독립운동을 하기 위해 중국으로 건너간 교포들은
괄시만 받게 되죠. 이게 말이 됩니까.” 고향이 그리워 한국을 찾아왔지만 이곳에서 생활하고 있는 조선족들의 형편과 한국인들이 조선족을 대하는
태도를 보고 배신감이 들었다고 한다.

“지난 추석 때는 고향인 연기군에 갔었어요. 하지만 올해는 고향도 가고 싶지 않아요. 그냥 같은 조선족 동포들과 소주 한잔 기울이는 것이
나을 것 같군요.” 하루빨리 하얼빈으로 돌아가고 싶다고 말하는 노씨의 얼굴에는 씁쓸함이 가득하다.

한국에 온 지 5년이 지났다는 조선족 김순영(가명·55)씨는 한가위를 맞아 마련되는 ‘한중친선 한가위대잔치’가 조선족들의 가슴 아픈 잔치가
될 것이라고 말한다. “이번 한가위 잔치는 눈물의 잔치가 될 겁니다. 내년 3월이면 모두 돌아가야 하지만, 돈을 벌기는 고사하고 대부분이
한국에 오면서 진 빚을 채 갚지 못하고 있으니까요.”

불법체류자로 분류된 조선족들은 내년 3월이면 중국으로 강제출국해야 하기 때문에 이들에게는 한국에서의 마지막 추석이 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한국에 들어온 많은 조선족들이 임금체불, 사기 등으로 인해 1,000만원 이상의 빚을 진 형편이다.


빚을 진 채 강제출국 앞둔 조선족

용정 출신인 송미숙(가명·57)씨도 사정은 마찬가지. 보고 싶은 남편은 중국에 있지만 갈 수가 없어 이번 추석은 더 외로일 것이라는 허씨.
“말이 통하고 고향 같은 곳이라 빚을 지고 한국에 왔는데, 추방이라니 말이 됩니까. 우리 조선족 중에 송출브로커나 한국 사람들에게 사기
당해보지 않은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불법체류자가 되어 숨어 산 생활도 하루 이틀이 아니에요.”

조선족들은 불법체류자 자진신고를 통해 체류허가를 받았지만 이들에 대한 규제는 여전하다. 지난 9월2일에는 집회·시위에 적극 참여했다는 이유로
조선족 4명이 법무부에 연행돼 강제추방 명령이 내려졌다. 서울조선족교회는 인권위원회에 진정서를 내고 “이들이 단식, 삭발을 하게 된 이유는
정부가 지난 3월 모든 불법체류자들을 내년 3월이전에 전원출국시키겠다는 방침을 발표했기 때문”이라며 “중국동포의 권리를 옹호하기 위한 활동에
적극 참가했다는 이유만으로 이들을 연행해 강제추방하려는 것은 인권유린 행위”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지난 9월 2일 출입국관리사무소측에 연행돼 화성 외국인보호소에 수용됐으며 곧 강제추방될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조선족교회 최황규 목사는
“빚이 1천만원씩이나 되는 상태에서 이를 갚지 못한 채로는 도저히 귀국할 수 없는 조선족 동포들이 자신들의 처지를 교회에 와서 호소한 것이
뭐가 문제냐”고 반문했다. 최목사는 “더구나 국무조정실이 최근 이러한 동포들의 호소를 받아들여 내년 3월 전원출국방침을 재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는 상태에서 발생한 사건이기 때문에 더욱더 어리둥절하다”고 말했다.



쓸쓸한 추석 보내는 코시안

안산에 있는 코시안 가정들에게도 추석은 쓸쓸하다. 코시안(KOSIAN)이란 말은 한국인(KOREAN)과 아시아인(ASIAN)의 합성어로
한국인과 아시안의 결혼으로 태어난 자녀를 가리키는 용어다. 그러나 실제로는 한국에서 결혼을 하고 살아가는 아시아 국적의 사람들이란 의미로
쓰인다. 코시안은 현재 2만여 가정쯤으로 추정되고 있다. 코시안 가정의 한국여성들은 부모 형제를 잊은 채 살아가고 있는 경우가 많았다.


“할아버지는 제가 결혼한다고 했을 때, 반대를 참 많이 하셨습니다. 하지만 저는 뜻을 굽히지 않았고, 사랑하기 때문에 결혼하는 것이라고
이야기했습니다. 그랬더니 할아버지께서는 저희 부모님에게 딸 하나 잃어버렸다고 생각하라고 말씀하셨습니다.”

1999년에 스리랑카 노동자와 결혼해 살고 있는 지모(27)씨는 결혼에 이르기까지 가족들의 반대가 얼마나 심했는지 모른다며 떠올리기 싫은
기억이라고 했다. 지씨는 18개월 된 아들과 남편, 이렇게 셋이서 외국인 노동자들이 몰려있는 안산 원곡동에 살고 있다.

그녀는 이번 추석에는 충북제천에 있는 친정에 내려가 볼 용기를 냈다. 하지만 남편은 함께 가지 못한다고 그녀는 전했다. 왜 함께 가지 못하냐는
물음에 그녀는 대답을 흐렸다. “그냥 일이 바빠서….” 정말로 일이 바빠서는 아닌 듯 했다.


친정도 못 가고 시댁도 못 가고

대부분의 코시안 가족은 명절에도 집에 가지 못 한다. 가족과의 관계가 회복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심지어 외국인, 그것도 동남아인과 결혼한
것을 두고 집안 망신이라며 아예 받아주지 않는 가족도 있다.

장모(여·30)씨는 필리핀 노동자와 결혼했다. 장씨는 아이를 낳았을 때 그녀의 부모가 거들떠보지도 않은 것이 아직도 가슴에 상처로 남았다.
“당신의 딸 다섯이 모두 자녀를 낳았을 때 부모님이 직접 산후조리를 해주시고 모든 것을 도와주셨는데, 제가 딸을 낳았을 때는 연락도 없으셨습니다.
제 얼굴을 보려고 하지도 않는 걸요”

코시안 가정의 한국여성들은 아이를 낳아도 호적에 올릴 수 없다. 외국인 여자는 한국 남자와 결혼하면 바로 장기체류비자(F-2비자)가 발급된다.
하지만 외국인 남자는 한국 여자와 결혼을 했을 경우 길어봐야 1년 혹은 6개월 정도 체류가 허용되는 한시방문동거비자(F-1비자)가 발급된다.
사실 한국 여성의 국제 결혼도 4년 전인 1998년에야 허용됐다. 그 이전에는 한국 여성이 외국인 남자와 결혼했을 경우 여성은 남편의 나라에
가서 살아야만 했다. 남편이 귀화를 하지 않으면 2세에게는 한국국적이 부여되지 않는다. 이 때문에 아이들이 아팠을 때도 의료보험이 안 돼
병원가기가 어려웠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올 초부터 불법체류자 자녀들에게 학교입학의 기회가 주어졌다는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 비자허용기간을
넘긴 남편들이 언제 붙잡혀 강제출국 될지 모르는 불안한 현실에서 이들은 가슴 졸이며 살아가고 있다.

안산에 있는 많은 코시안 가정은 이번 추석 때 안산외국인노동자센터가 마련하는 행사에 참가하는 것으로 쓸쓸함을 달래려 하고 있다. 친정에
가도 환영받지 못하고 그렇다고 비행기를 타고 필리핀이나 말레이시아 등지의 시댁으로 갈 수도 없는 노릇이기 때문이다.


정수영 기자 cutejsy@sisa-news.com

김동옥 기자 aeiou@sisa-news.com

저작권자 Ⓒ시사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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