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2025.11.05 (수)

  • 맑음동두천 17.2℃
  • 맑음강릉 15.7℃
  • 맑음서울 18.7℃
  • 구름많음대전 18.4℃
  • 맑음대구 20.1℃
  • 구름조금울산 18.4℃
  • 맑음광주 20.4℃
  • 구름조금부산 20.5℃
  • 맑음고창 19.9℃
  • 맑음제주 21.0℃
  • 맑음강화 16.6℃
  • 구름조금보은 17.6℃
  • 구름조금금산 18.0℃
  • 구름조금강진군 20.5℃
  • 맑음경주시 20.2℃
  • 구름조금거제 18.7℃
기상청 제공

특집

“명절만 되면 가슴에 묻어둔 가족이 그리워”

URL복사

“명절만 되면 가슴에 묻어둔 가족이 그리워”


남한 생활 9년째에 접어든 탈북자 김태범 씨


“명절만
돌아오면 가족생각이 나요. 좋지 않은 기억들이 자꾸 나를 괴롭힙니다. 그 기억을 떨쳐 내려고 노력하지만 힘겹네요.”

탈북자 김태범(41) 씨가 추석을 맞는 소감이다. 시베리아 벌목장을 탈출한 김씨가 자유를 찾아 남한으로 내려온 것은 1994년 2월. 혈혈단신이었다.
2남 3녀 중 차남인 그는 결혼을 한 상태로 아내와 아이가 있었다. 그는 자꾸만 가족이 눈에 밟힌다. 특히 자신 때문에 목매달아 자살한
아버지와 정신이상이 된 어머니, 굶어죽은 딸아이를 생각하면 가슴이 아파 잠을 이룰 수가 없다.


알코올 중독자가 된 김

김씨는 마음의 병외에도 몸에 큰 병이 있다. 그는 위와 소장 상태가 좋지 않아 올 초에 큰 수술을 받았다. 지금도 한 달마다 통원하며 약물치료하고
있다. 사업을 실패하고 술에 찌들어 살 때 얻은 병들이다.

한 때는 그도 잘나가던 사업가였다. 공사판 막일, 주차관리원 등을 하며 억척스럽게 번 돈으로 1996년에는 여의도에 쌈밥집을 차릴 수 있었다.
장사가 썩 잘 돼 일산에 분점도 낼 정도가 됐다. 그러나 1997년말 느닷없이 찾아 온 IMF가 그의 꿈을 앗아가 버렸다. 너무 절망적이었다.
그때 설상가상으로 북한의 가족소식도 접하게 됐다.

“죽을 것만 같았어요. 사업도 가족도 산산조각이 나버렸어요. 의지할 데라고는 술밖에 없었습니다.”

그는 술병을 끼고 살며 알코올 중독자가 됐다. 그를 살린 것은 강원도 양주에서 만난 김태수 목사.

“김목사님께서 ‘너는 자유를 찾아 내려온 선택받은 사람이다. 이런 것보다 더한 시련도 겪지 않았느냐’며 용기를 북돋아 주셨어요. 그 후
김목사님의 도움을 받아 기도원에서 알코올 중독을 치료했습니다.”


“우린 같은 동폰데”

김씨는 작년 9월 탈북자들의 여러 작은 모임을 한 데 묶어 탈북인연합회(현 자유이주민연합회)를 결성하는 데 큰 힘을 보탰다. 그는 현재
이 단체의 사무국장을 맡으면서 탈북동포 한마당 체육대회, 수련회, 사회복지시설 자원봉사, 탈북자 홀로서기 지원 등의 사업을 주도하고 있다.
그는 자신이 경제적 어려움을 겪어봤던 사람으로서 “탈북자들의 자활이 가장 시급한 문제”라고 말했다.

“탈북자의 삼분의 일 가량은 경제적 자활능력이 없습니다. 몸이 허약하고 병들었기 때문입니다. 이들을 위해 중고가구수리, 재봉틀 교육 등으로
힘들지 않으면서 기술을 배울 수 있는 홀로서기 지원사업을 하고 있는데 적극 참여하고 있어 희망이 보입니다.”

그는 “남한 사람들이 조금만 더 따뜻한 마음을 줬으면”하고 바랐다.

“잠수함 사건이나 서해교전이 일어났을 때는 탈북자라는 말을 꺼낼 수가 없었어요. ‘때려죽인다’고 해서 일을 그만 둔 사람도 많았어요. 그런
편견을 견디다 못해 탈남을 하는 사람도 여럿 봤습니다. 안타까워요. 우린 같은 동폰데….”

그는 이번 추석 때, 가족 없는 탈북자들과 소주잔을 기울일 일 외에는 특별한 계획이 없다. “평소에는 웃으며 생활하다가도 명절만 되면 가슴에
묻어둔 가족을 그리는 사람들끼리 아픔을 달래야죠.”

아마도 그의 쓸쓸한 추석은 올해가 마지막일 것도 같다. 그는 인터뷰 말미에 교제중인 여성이 있다고 쑥쓰러워하며 털어놨다.


김동옥 기자 aeiou@sisa-news.com

저작권자 Ⓒ시사뉴스
제보가 세상을 바꿉니다.
sisa3228@hanmail.net





커버&이슈

더보기

정치

더보기
진보당, 2026년도 예산안 심의에 “안보·관세 협상이 미국 퍼주기 되지 않도록 국회가 검증하겠다”
[시사뉴스 이광효 기자] 국회의 ‘2026년도 예산안’ 심의가 시작된 가운데 진보당이 미국과의 안보·관세 협상으로 ‘미국 퍼주기’ 예산이 편성되는 것을 철저히 막을 것임을 밝혔다. 진보당 전종덕 의원은 5일 국회에서 예산안 관련 기자회견을 해 “안보·관세 협상이 ‘미국 퍼주기 예산’이 되지 않도록 국회가 검증하겠다”며 “정부는 미국의 압력에 따라 국방비 인상과 무기 도입 확대를 검토하고 있다. 무리한 국방비 인상은 민생경제와 서민복지에 악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단순한 국방비 증가가 이재명 정부가 말하는 ‘자주국방’일 수 없다”며 “그 시작은 ‘전시 작전통제권 환수’여야 한다”고 촉구했다. 전종덕 의원은 “현재 방위비분담금 미집행금이 2조원이 넘는다. 신규 예산 편성은 필요 없다. 동북아시아 긴장을 높이는 F-35A 추가 도입도 철저히 검증하겠다”며 “한미 관세협상과 관련한 재정지출은 국민경제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만큼 국회에서 제대로 따져보겠다”고 말했다. 전 의원은 “적폐 예산을 과감히 정리하겠다”며 “매년 반복되는 이북5도지사 예산, 되살아난 검찰 특수활동비, 극우와 내란옹호단체로 전락한 관변단체 보조금 예산도 철저히 검증하고 삭감


사회

더보기
희망친구 기아대책, LG전자와 함께한 ‘LG앰배서더 챌린지’ 성료
[시사뉴스 홍경의 기자] 국내 최초의 국제구호개발 NGO 희망친구 기아대책이 저소득 국가의 취약계층 지원을 위한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 기아대책은 LG전자와 함께 올 3월부터 10월까지 진행한 제3세계 주민들을 위한 지원활동의 일환인 ‘LG앰배서더 챌린지’를 성황리에 마무리했다고 5일 밝혔다. 이는 해외 취약 지역의 주민들이 스스로 공동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아이디어를 발굴하고 주도적으로 실행할 수 있도록 돕는 지역밀착형 사회공헌 프로젝트로, 지난 2018년 방글라데시를 시작으로 올해까지 총 9개국에서 진행됐다. 올해는 베트남이 새롭게 지원국가로 선정됨에 따라 기존의 방글라데시, 페루, 케냐, 필리핀 등과 함께 총 5개국에 13개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 기아대책의 ‘LG앰배서더 챌린지’는 일회성 지원에 그치는 것이 아닌 장기적으로 지역 주민들의 역량 강화와 자립심 향상에 초점을 맞춘 프로젝트로, 지역 공동체에 실질적인 도움을 주기 위해 집중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기아대책은 올해 베트남에서 소수민족을 대상으로 양봉사업을 진행해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로 하여금 단기간 내 수익을 창출할 수 있도록 도왔다. 여기에 3핵타르 부지에 나무를 심고

문화

더보기

오피니언

더보기
【박성태 칼럼】 진짜 부동산 대책은 ‘가만 놔두는 것’이다
정부가 또다시 부동산 대책을 내놓았다. 표면적인 이유는 언제나처럼 ‘부동산 시장 안정’과 ‘투기 근절’이다. 하지만 이번 10‧15 부동산 대책의 내용을 들여다보면, 과연 이것이 시장 안정을 위한 것인지, 아니면 그저 시장 자체를 마비시키려는 것인지 의구심을 금할 수 없다. 이번 대책의 핵심 논리는 ‘풍선 효과’를 원천 차단하겠다는 것이다. 강남 3구 집값이 오르니, 그 불길이 번진 마포·용산·성동구를 잡고, 나아가 서울 전역을 조정대상지역이라는 족쇄로 묶어버렸다. 과천과 분당이 들썩이자, 그와는 무관한 인근 경기도 12개 지역까지 모조리 규제지역으로 편입시켰다. 이는 문제의 본질을 완전히 잘못 짚은 ‘연좌제식 규제’이자 ‘과잉 대응’이다. 첫째, 특정 지역의 가격 상승은 그 지역 나름의 복합적인 수요 공급 논리에 따라 발생한다. 강남의 가격 상승 논리와 서울 외곽 지역의 논리는 엄연히 다르다. 단지 행정구역이 ‘서울’ ‘수도권’이라는 이유만으로 모든 지역에 동일한 대출 규제(LTV, DTI), 세금 중과, 청약 제한을 가하는 것은, 빈대 몇 마리를 잡겠다며 초가삼간을 태우는 격이다. 둘째, 이러한 전방위적 규제는 ‘현금 부자’가 아닌 평범한 실수요자와 선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