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취재단]제20차 남북 이산가족 2차 상봉 행사가 26일 오전 금강산에서 호텔에서 2시간의 ‘작별상봉’을 끝으로 마무리된다.
지난 20일부터 26일까지 1·2차로 나눠 각각 2박3일간의 일정으로 열린 이번 상봉행사에서 1차 남측 가족 389명과 북측 141명, 2차 우리 측 254명과 북측 가족 188명이 60여 년간을 애타게 그리던 아버지와 어머니, 딸과 아들, 형제와 자매를 만나 혈육의 정을 나눴다.
반세기 넘게 단장의 세월을 보내온 이들 이산가족들은 단 12시간의 만남을 가진 뒤 애달픈 사연만 남기고 또 생이별을 해야만 했다.
지난 21일 1차 단체상봉에서 65년만에 딸 이정숙(68)씨를 만난 북측 리홍종(88)씨는 딸이 "이번에 돌아가면 아버지 목소리 기억 못 하잖아. 아빠 노래하실 수 있어요?"라며 노래 선물'을 부탁하자 그 자리에서 처음이자 마지막이 될 수도 있는 노래를 딸에게 선사하기도 했다.
홍종씨는 젊은 시절 즐겨 불렀던 '백마강'을 딸의 손을 꼭 잡고 말할 때보다 더 큰 목소리로 불렀으며 정숙씨는 그 모습을 평생 잊지 않겠다는 듯, 한 순간도 눈을 떼지 않고 아버지를 바라보며 함께 노래를 불렀다.
이어 홍종씨가 평소 좋아했다던 '애수의 소야곡'까지 연달아 구슬프게 부르자 주변 가족들의 두 눈은 금세 벌게졌다.
또 북측에서 온 형 리한식(87)씨는 남한에 사는 막내동생 이종인(55)씨에게 경북 예천 '옛 초가집'의 모습을 연필로 직접 그려줬다. 종인씨는 "2시간이 참 아까운 시간이지만 마지막 선물로 받아 가려고 부탁했어요. 저는 그 옛날 집을 모르니까…."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결혼한 지 7개월 만에 헤어졌던 북한의 남편 오인세(83)씨와 만난 이순규(84)씨는 22일 또 한번 긴 이별의 순간을 맞이해야만 했다.
오 씨는 아내에게 "지하공간에서 또 만나…"라고 하자 아내 이 씨는 "건강하슈, 오래 사슈" 라고 마지막 말을 남기고 이별을 고했다.
65년 전 헤어지면서 딸들에게 약속한 빨간 꽃신을 품고 방북한 남측 방문단 중 최고령자 구상연(98) 할아버지는 두 딸인 송옥(71)와 선옥(68)씨와 만나 혈육의 정을 나눴다.
구씨는 25일 외금강호텔 객실에서 진행된 개별 상봉시간에 두 딸들에게 고이고이 준비한 빨간 꽃신을 직접 신겨 주었다.
앞서 24일 이산상봉 2차 상봉 첫날에는 지난 1972년 서해상에서 납북된 ‘오대양62호’ 선원이었던 정건목 씨(64) 가 남녘의 어머니 이복순 씨(88)와 43년 만에 만났다.
이씨는 "엄마!"하고 달려들며 "아들 살아 있어…울지 마. 근심걱정 없이 살고 있는데 엄마는 왜 자꾸 울어"라고 하는 아들을 끌어안고 한없이 눈물을 흘렸다.
◆65년 만에 밥상 마주한 母子…아들은 눈물만
65년 만에 밥상에 나란히 앉은 어머니와 아들은 연일 눈물을 훔쳤다. 90대의 노모는 아들에게 "맛있다"며 쉼 없이 음식을 권하고, 70대가 된 아들은 어머니 앞 접시에 새우를 까서 올려놓았다.
25일 낮 12시30분(북한시각 낮 12시)부터 금강산호텔에 마련된 공동중식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나란히 앉은 이금석(93·여)·한송일(74) 모자(母子)는 식사 내내 말을 아꼈다.
이 할머니는 전날 환영만찬 때와 마찬가지로 아들 한씨에게 밥을 먹여줬다. 아들은 눈물을 참지 못해, 식사 내내 손수건으로 눈물을 닦아야 했다. 70대 노인이 된 아들은 이따금 "아휴…"라고 탄식할 뿐 대화를 이어가지 못했다.
아들 한씨가 어머니 접시에 고기를 잘게 쪼개 올려드리자 앞서 "기쁘다"고 말하던 93세의 노모는 결국 아들과 함께 울음을 터트리고 말았다. 이 모습을 지켜보던 북측 며느리 리미렬(70)씨는 "어머니 울지 마시라요"라며 토닥였다. 마음을 진정시킨 이들은 서로에게 팥죽과 깐 새우를 건네며 말없이 식사를 이어갔다.
이날 공동중식 행사에 참석한 남북 이산가족들은 2시간 동산 대체적으로 차분하게 식사를 이어갔다.
완두콩밥, 두부완자맑은국, 왕새우찜, 팥죽 등의 음식을 비롯해 대동강맥주, 인풍포도술, 사이다 등이 푸짐하게 차려진 테이블에 마주앉아 첫날보다는 한결 자연스러운 모습으로 이야기를 나누며 식사를 했다.
차려진 음식 이름이 다소 생소한 탓에 북측 접대원이 '고기다진구이즙'이 "고기를 다져 양념을 해서 다시 구운 음식"이라고 설명하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남북 이산가족 중 조카와 며느리 등 비교적 젊은 사람들은 서로 술을 권하며 대화를 이어가려고 노력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북측의 딸은 만나러 온 아버지 구상연(98) 할아버지와 동행한 남측 아들 강서(40)씨는 "개별상봉 때 훨씬 표정이 좋으셨다. 웃기도 많이 하셨는데, 여기(공동중식) 오니 또 경직되신 거 같네"라며 아쉬워했다.
남측 방문단 최고령자 중 한 명인 이석주(98) 할아버지와 그의 남측 아들 동진(61)씨는 피로가 쌓여 공동중식 행사에 참석하지 못했다. 이 할아버지의 남측 딸 경숙(57)씨와 북측 아들 리동욱(70)씨는 서로의 건강을 기원하며 건배를 했다.
점심이 한창 이어지는 와중에 연회장 곳곳에서 흥겨운 노래판이 벌어지기도 했다. '반갑습니다'에 맞춰 남측과 북측 가족들이 춤을 추기도 하고, 주변 테이블에 앉은 사람들은 노래에 맞춰 박수치며 즐거워했다. 이어 북측 가족들은 '고향의 봄'과 '우리의 소원' 등을 부르며 웃고 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