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강철규 기자] 지난 5일 타결된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으로 일본의 수입 품목 9018개 중 95%의 관세가 철폐된다 일본이 TPP역내에 수출하는 공산품 경우 99% 이상이 관세가 철폐되는 것으로 나타나, 아시아 태평양 지역에서의 일본 경제 활동에 크게 탄력이 붙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일본 정부가 20일 공개한 TPP협상에 따른 일본의 관세 철폐율은 품목 수 기준, 교역액 기준 동시에 95%에 이른다. 이는 그 동안 일본이 맺은 경제연계협정(EPA) 중 가장 높은 관세 철폐율이다. 그 동안 일본이 호주와 필리핀을 상대로 맺은 EPA는 품목 수 기준으로 88.4%의 관세가 철폐됐었다.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 도쿄(東京)신문 등 일본 언론 보도에 따르면, 일본 이외의 TPP회원국 11개국의 관세 철폐율은 99%에서 100%로 일본이 12개국에서 가장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만큼 관세 철폐로 인한 자국의 산업을 지킬 수 있다는 뜻이다. 특히 농림 수산품 철폐율은 81%에 머물렀으며 일본 이외의 11개국 평균의 98.5%를 크게 밑돌았다.
아마리 아키라(甘利明) TPP담당상은 20일 기자 회견에서 TPP협상 결과에 대해 "전체적으로 균형이 잡혔다"라고 평가했다. 그는 "농산물의 주요 5개 항목의 핵심 부분은 잘 지킬 수 있었다"며 "일본은 TPP의 의미를 제대로 받아들이면서도 지킬 것은 지켰다는 것을 숫자가 나타내고 있다"라며 성과를 강조했다
TPP협상에 따라 농산품 2328개 중 81%의 관세는 최종적으로 철폐키로 했다. 일본 정부는 2328개의 농수산품 중 쌀, 쇠고기, 돼지 고기, 유제품 등을 주요 5항목으로 지정해, 관세를 철폐하지 않는 '성역'으로 보호했다. 주요 5개 농산품 관련 품목 536개 중 약 30%에 해당하는 174품목만 관세가 없어진다.
소시지, 가루 치즈 등의 관세는 최종적으로 철폐된다. 파인애플과 바나나 등 과일의 관세는 대부분 철폐된다. 브로콜리, 양배추, 아스파라거스 등 야채 100개 품목의 관세도 철폐된다.
주요 5개 항목 이외의 팥 등의 콩류, 곤약, 표고 버섯, 톳, 미역 등 31개 품목은 관세가 철폐되지 않는다.
모리야마 히로시(森山裕) 농림수산부 장관은 TPP협상에도 불구하고 일본 농수산품 2328개 품목 중 19%인 443개 품목의 관세가 철폐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는 "TPP참가국들이 일제히 거의 모든 농산품에서 관세 철폐를 약속했지만, 우리나라는 관세를 철폐하지 않는 비율이 19%로 단연 높다"며 성과를 강조했다.
아베 신조(安倍晉三) 일본 총리는 TPP협정을 대략 합의한 뒤 "국민과의 약속을 지켰다"고 주장했으나 정부가 각지에서 벌이고 있는 설명회에서는 참석자들로부터 국회 결의 위반이라는 비판이 잇따르고 있다고 도쿄신문은 지적했다.
일본 언론들은 해외에서 다양한 식품이 저가로 들어오기 때문에 일본 소비자들에게는 장점으로 작용하겠지만, 일부 품목의 일본 국내 생산자들은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일본 정부도 이를 우려하고 있어, 농산품을 중심으로 관세 철폐 등의 영향을 평가한 뒤 11월 중에 TPP대책을 마련할 방침이다. 쌀, 쇠고기, 돼지고기 등 중요 5항목에 영향을 줄이는 대책 외에도 농지 집약 등 경쟁력 강화로 이어지는 대책도 검토할 예정이다.
한편 일본이 수출하는 공산품 87%의 관세는 TPP협정 발효 즉시 철폐된다. 협정 발효 후 30년째에는 99.9%의 품목에서 관세가 철폐된다.
미국 경우, 수입 승용차에 부과하는 2.5%의 관세를 협정 발효 후 25년이 되는 해에 철폐한다. 버스에 부과되는 2.5%의 관세는 10년 후, 트럭은 25%의 관세를 30년 후에 폐지한다. 화학 제품에는 최대 6.5%의 관세를 부과됐지만, 일부 품목을 제외하고 협정 발효 즉시 거의 철폐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