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2025.12.21 (일)

  • 맑음동두천 1.1℃
  • 구름조금강릉 6.6℃
  • 맑음서울 1.5℃
  • 맑음대전 3.9℃
  • 구름많음대구 3.4℃
  • 흐림울산 5.0℃
  • 구름조금광주 4.3℃
  • 흐림부산 5.4℃
  • 구름조금고창 3.7℃
  • 구름많음제주 6.8℃
  • 맑음강화 0.0℃
  • 맑음보은 2.9℃
  • 구름조금금산 3.3℃
  • 구름조금강진군 4.8℃
  • 흐림경주시 3.3℃
  • 구름많음거제 5.3℃
기상청 제공

커버스토리

김정일 최후의 살아남기 전략

URL복사

김정일 최후의 살아남기 전략


‘고난의 행군’하던 김정일, 경제개혁과 대외개방으로 살길 모색


정일이
최대의 승부수를 던지고 있다. 지난 7월 1일부로 대단위 경제개혁을 단행하고 있는 것. 북한이 경제 되살리기에 나선 것은 경제개혁이라기보다는
차라리 생존을 위한 몸부림에 가깝다. 식량난과 경제위기로 하루에도 수십명씩 탈북자들이 속출하고 있는 상황에서 개혁을 연기한다면 체제의 붕괴로
이어질 수도 있기 때문에 김정일로서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이제 관심의 초점은 과연 북한이 이런 경제개혁을 지속적으로 이어갈 수 있느냐이다. 만약 어설픈 개혁에 머무르다 흐지부지 된다면 김정일 체제는
붕괴하게 된다고 지난 8월 31일 홍콩의 사우스차이나 모닝포스트지는 지적한 바 있다. 50년 넘게 이어온 부자세습의 역사가 종말을 고할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여러모로 김정일에게 위기의 시기다.


물가도 임금도 오르고, 인센티브제까지

북한의 돈 가치가 크게 변했다. 각종 물가와 노동자들의 임금이 현실적인 수준으로 조정된 것이다. 가장 두르러진 것은 쌀값. 쌀의 국가 수매가는
종전 80전에서 40원으로 50배 인상됐고, 판매가는 8전에서 44원으로 550배나 인상됐다. 싸게 사서 거의 무상으로 제공하던 것을 비싸게
사는 대신 국가가 어느 정도의 이윤을 남기겠다는 것이다. 쌀 가격의 조정과 더불어 다른 물가도 평균 10배 정도가 뛰었다.

일본 아사히 신문 기자는 평양방문기(8월 26일)에서 4.5원에 팔리던 카스텔라가 45원, 3원에 팔리던 크림빵이 30원으로 평균 10배
올랐다고 전했다. 또 옥류관 냉면도 15원에서 150원으로 인상됐다고 말했다.

환율도 조정됐다. 북일 적십자회담 취재를 위해 북한을 방문한 도쿄 신문 기자는 평양 고려호텔의 환전코너에 미국 달러화, 일본 엔화 등 외화의
환율을 표시하는 전광판이 설치됐다고 기사(8월 18일)에서 밝혔다. 기사에 따르면 1달러=150원, 1엔=1.24원으로 변동됐다. 7월말까지만
해도 북한의 환율은 1달러당 2.15원이었다.

임금도 가격 현실화에 따른 생활비 보전을 위해 대폭 인상됐다. 특히 ‘생산자 우대 원칙’을 적용해 사무직보다는 생산직 근로자들의 임금 오름
폭이 더 컸다. 사무직 종사자는 평균 140원에서 1,200원으로 8.6배, 생산직 종사자는 110원에서 2,000원으로 18배 올랐다.
생산직 중에서도 일이 고될수록 임금이 많았다. 탄부들의 임금은 평균 240원에서 6,000원으로 25배 넘게 책정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게다가 인센티브제도 도입했다. 생산량 초과 달성분만큼을 생산자들이 나눠갖게 된 것. 조총련계 신문인 조선신보(8월 2일)의 북한농업과학원
콤퓨터중심소장 리용구씨 인터뷰 기사에 따르면 이 여파로 “최고 수확고를 내겠다며 농민들의 기세가 대단”하다. “나라에서 농민들을 우대해준
데 대해 구체적인 실적으로 보답하겠다는 뜻”이라는 것이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의 김삼식 북한실 과장에 따르면 북한주민들은 이런 경제개혁에 그다지 크게 당황하지 않았다고 한다. 김 과장은 “국가공급
서비스 분야의 가격폐지에 대해 북한 지도부가 주민들에게 이미 지난 5월 20일에 공표했다고 중국의 대북한 중개상으로부터 들었다”면서 “이
때문에 북한주민들이 마음의 준비를 충분히 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말의 의미는 곧 북한 지도부가 경제개혁을 오랫동안 준비해왔음을
뜻한다.


이미 지난해 10월
김정일 지시 있었다


북한의 경제개혁은 올해 7월 1일부로 시작됐지만, 이미 작년 가을 김정일의 직접적인 지시가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도쿄신문은 지난 8월
18일 김정일이 작년 10월 당과 내각의 경제담당자들에게 노동자 보수제도 변경과 배급제 일부 폐지 등을 공식 지시한 문서를 단독 입수했다고
전했다. 이 문서는 ‘강성대국 건설의 요구에 따라 사회주의 경제의 관리를 개선, 강화하는 것에 대하여’라는 제목이었다.

문서에서 김정일은 “북한의 경제상태가 정상궤도에 오르지 못하고 사회주의 경제관리체계와 질서도 크게 흐트러져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경제생활에
너무 무상이 많다”며 배급제의 근본적인 개선을 촉구하는 한편, 상품가격과 생활비의 전면 수정을 지시했다.

김정일의 지시는 2001년 1월 중국방문시 상하이의 변화상에서 받은 충격과 그해 7월 러시아 방문에서 얻은 실패의 교훈에서 비롯됐다는 것이
우리 정보당국의 분석이다.

김용술 북한 무역성 부상도 지난 9월 2일 동경 국제포럼 중 ‘북한경제 세미나’에서 이 같은 개혁을 오래전부터 준비해왔음을 밝혔다. 그는
세미나에서 “2년 전부터 각기관과 기업에 자료를 배포했고 그곳의 노동자를 통해서 일반으로 알려지도록 했다”며 앞으로 예상되는 혼선과 혼란에
대해서도 그는 “특별팀을 편성해서 문제의 해결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지속적인 개혁과
대외개방의 확대만이 살길”


그러나 국내의 개혁만으로 북한의 자력갱생이 완성되지는 못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지난 8월 19일 ‘최근 북한의
경제개혁, 평가와 과제’라는 보고서를 통해 “빈곤의 악순환에서 탈피하지 못하고 중단 상태의 성장엔진이 정상가동되지 않을 경우, 공급 부족에
따른 높은 물가 불안과 사회 혼란이 예상된다”고 지적했다.

이 보고서는 “대내적으로 지속적인 개혁을 추진해야 하고, 대외적으로는 개방확대와 국제사회 일원으로서의 충실한 역할 이행을 통해, 국제사회로부터
더 많은 경제 지원을 받아내는 것이 과제”라고 주장하고 있다.

한국은행도 지난 8월 22일 ‘북한 경제조치의 의미와 전망’이라는 보고서에서 “북한이 가격제정 권한을 고수하는 한 자원배분의 효율화를 기대하기는
곤란할 것”이라며 “만성적인 물자부족과 사재기, 수요초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보고서 역시 “경제개혁과 대외개방의 확대”만이
살길이라고 충고하고 있다.

김정일의 연해주 방문, 일본과의 정상회담, 남한과 미국에 대한 화해제스처 등은 이런 이유 때문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북한은 서해교전에 대한 유감표명과 함께 중단됐던 남북 장관급 회담 개최를 제안해 남북 교류의 물꼬를 텄다. 또 미국에 대해서도 대북특사
파견을 촉구하고 있다. 일본과의 외무장관 회담을 2년만에 재개했고, 고이즈미 일본 총리의 방북을 허락하는 등 대외관계에 있어 발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러시아에도 구 소련시절 건설된 산업시설의 복구와 경제지원을 약속 받았다.

안팎으로 변화를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는 김정일. 전문가들은 그가 이번의 개혁조치를 성공으로 이끌어낼지는 더 지켜봐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해프닝으로 끝날지, 죽의 장막을 걷어 낸 중국처럼 얼어붙은 동토에 따뜻한 햇살이 스며들게 될지, 그 추이와 결과가 주목되고 있다.


김동옥 기자 aeiou@sisa-news.com

저작권자 Ⓒ시사뉴스
제보가 세상을 바꿉니다.
sisa3228@hanmail.net





커버&이슈

더보기
비만학회·한국릴리 미디어 세션...올바른 비만·2형당뇨병 관리 방안 모색'
[시사뉴스 홍경의 기자] 비만을 질환으로 인식하고, 정부가 적극적인 치료를 지원해야 한다는 의견견이 나왔다. 17일 대한비만학회와 한국릴리가 17일 비만과 2형 당뇨병을 사회적 건강 과제로 규정하고, 치료 중심의 관리 전략 필요성을 강조했다. 한국릴리와 대한비만학회는 이날 서울 플라자호텔에서 사회적 건강 과제 해결을 위한 올바른 비만·2형당뇨병 관리 방안 모색'을 주제로 미디어 세션을 공동 개최했다. 이번 세션은 국내 비만·당뇨병 치료 환경의 현주소를 점검하고, 인크레틴 기반 주사 치료제를 포함한 최신 치료 옵션이 적절히 활용될 수 있는 환경 조성을 논의하고 미충족 수요를 조명하기 위해 마련됐다. 제2형 당뇨병 및 비만 치료에 사용되고 있는 GLP-1 수용체 작용제 계열의 약물들이 사용되고 있으며, 최근 일라이릴리의 ‘마운자로’등 여러 비만치료제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큰 주목을 받고 있다. 첫 번째 연사로 나선 대한비만학회 총무이사인 이재혁 명지병원 내분비내과 교수는 '왜 비만 치료가 중요한가?: 국민 건강 증진을 위한 대한비만학회의 노력'을 주제로 학회의 활동을 소개하면서 "비만은 단순한 체중증가 상태가 아닌 치료가 필요한 질병이지만, 여전히 법정비급여 질환

정치

더보기
대법원 예규 제정에도 여야 내란전담재판부 정면충돌...“연내 설치법 처리”vs“명분 없다...중단하라”
[시사뉴스 이광효 기자] 대법원이 내란전담재판부 설치 예규 제정 방침을 밝혔지만 여야는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를 위한 법률안의 국회 통과를 놓고 정면충돌했다. 더불어민주당은 관련 법률안을 올해 안에 국회에서 통과시킬 것임을 밝힌 반면 국민의힘은 이제 명분이 없음을 강조하며 관련 법률안의 국회 통과 추진 중단을 촉구했다. 더불어민주당 백승아 원내대변인은 20일 국회에서 브리핑을 해 “계엄군에 맞서 민주주의를 지켜낸 위대한 국민은 내란이 아직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신속하고 엄정한 내란재판과 내란청산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며 “더불어민주당은 국민의 명령을 받들겠다. 신속한 내란 종식과 제2의 지귀연 같은 재판부 원천 차단을 위해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법을 반드시 연내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백승아 원내대변인은 “조희대 사법부는 12·3 내란 이후 1년이 넘도록 국민적 요구이자 시대적 책무인 내란청산을 외면해 왔다. 지귀연 재판부의 노골적인 늑장 재판을 방치한 결과 사법부에 대한 국민적 신뢰는 바닥까지 추락했다”며 “예규 하나로 내란재판 지연과 사법불신을 해결할 수 없다”고 말했다. 백 원내대변인은 “사법부가 해야 할 일은 분명하다. 국회가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법을 통과시

경제

더보기


문화

더보기
고립돼 가는 현대인의 내면... 연극 ‘동물원 이야기’ 공연
[시사뉴스 정춘옥 기자] 에드워드 올비의 대표작 ‘동물원 이야기(The Zoo Story)’가 12월 20일(토) 오후 2시 밀양아리나 꿈꾸는 극장에서 관객과 만난다. 이번 공연은 밀양시가 주최하고 대경대학교 공연예술ICC가 주관하며, 극단 가변과 극단 예빛나래가 공동 제작했다. 작품은 뉴욕 센트럴파크의 한 벤치에서 우연히 마주친 두 인물 제리와 페트라(원작의 피터를 여성으로 트랜스한 설정)의 대화를 통해 현대 사회의 고립과 소통의 부재를 날카롭게 드러내는 심리극이다. 사회의 주변인에 가까운 제리와 평범한 중산층 페트라의 만남은 인간 존재의 본질과 관계의 의미를 드러내며, 예상치 못한 결말로 관객에게 깊은 질문을 던진다. 이번 무대는 ‘1960년대 초연 이후 지금 시대에도 공감할 수밖에 없는 에드워드 올비의 대표작을 새롭게 해석한 공연’을 표방하며, 도시의 소음 속에서 점점 고립돼 가는 현대인의 내면을 섬세하게 포착한다. 작품은 단 두 명의 인물과 최소한의 공간만으로도 강렬한 긴장과 몰입을 만들어 내며, 관객에게 나와 타인 간의 거리와 소통의 의미를 되묻는다. 대경대학교 연극영화과 교수이자 연출을 맡은 배우진은 “‘동물원 이야기’는 시대가 바뀌어도 여전히 유

오피니언

더보기
【박성태 칼럼】 마음이 전하는 따뜻한 이야기: 아직 살 만한 세상이다
일상생활과 매스컴 등을 통해 우리가 마주하는 세상은 때로는 냉혹하고, 험악하고, 때로는 복잡하게 얽혀 있어 사람들의 마음을 삭막하게 만든다. 하지만 문득 고개를 돌렸을 때, 혹은 예상치 못한 순간에 마주하는 작고 따뜻한 선행들은 여전히 이 세상이 살 만한 가치가 있다는 것을 깨닫게 해준다. 마치 어둠 속에서 빛나는 별들처럼, 우리 주변에는 서로를 향한 배려와 이해로 가득 찬 아름다운 이야기들이 끊임없이 펼쳐지고 있다. 최근 필자가 경험하거나 접한 세 가지 사례는 ‘아직 세상은 살 만하다’는 느낌을 주기에 충분해 소개할까 한다. 첫 번째 이야기: ‘쪽지 편지’가 부른 감동적인 배려 누구나 한 번쯤은 실수를 저지른다. 아무도 없는 어느 야심한 밤. 주차장에서 타인의 차량에 접촉 사고를 냈는데 아무도 못 봤으니까 그냥 갈까 잠시 망설이다가 양심에 따라 연락처와 함께 피해 보상을 약속하는 간단한 쪽지 편지를 써서 차량 와이퍼에 끼워놓았다. 며칠 후 피해 차량의 차주로부터 뜻밖의 연락을 받았다. 보통 이런 상황에서는 손해배상 절차에 대한 이야기부터 오가기 마련이지만, 차주분은 “요즘 같은 세상에 이렇게 쪽지까지 남겨주셔서 오히려 고맙다”며, 본인이 차량수리를 하겠다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