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김부삼 기자]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를 향한 친박(親박근혜)계의 견제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현 시점에서 비박(非박근혜)계의 대표 주자로 여겨지는 김 대표를 흔드는 듯한 기류가 지난달부터 지속적으로 감지되고 있다. 특히 박근혜 대통령의 정무 특보이면서 친박계 핵심인 윤상현 의원이 “김무성 대표만으로는 대선에서 승리하기 어렵다”며 사실상 ‘김무성 불가론’을 주장하고 나섰다. 김 대표가 최근 사위 마약 투약 사건으로 위기에 처한 상황에서, 친박들의 노골적인 ‘김무성 흔들기’가 시작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윤상현 특보 “김무성 말고도 친박 대선 후보 많다”
청와대 정무특보를 겸임하고 있는 친박 핵심 윤상현 의원은 지난 15일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김무성 대표에 대해 “우리 당의 소중한 자산”이라면서도 “당 지지율이 40%대인데 김 대표 지지율은 20%대에 머물고 있어 아쉽다”고 평가했다.
윤 의원은“야권(野圈)의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와 안철수 의원, 박원순 서울시장 등의 지지율을 다 합치면 김 대표보다 훨씬 많다”며 “야권이 단일 후보를 낼 텐데 여권이 현재 상태로는 어렵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지금 여권(與圈)의 대선주자를 말하는 것은 의미가 별로 없다”며 “내년 총선으로 4선(選)이 될 친박 의원들 중에 차기 대선에 도전할 분들이 있다. 영남에도 있고 충청에도 있다”고 말했다. 윤 의원이 비록 실명으로 거론하지 않았지만, 3선에서 4선으로 가는 친박 중 대권 후보군으로 쳐 줄 수 있는 인사는 영남의 최경환 경제부총리, 충남의 정우택 정무위원장 뿐이라는 게 당 안팎의 관측이다.
윤 의원은 더 나아가 “새누리당의 대선 후보를 다원화(多元化)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또 김 대표가 “정치생명을 걸겠다”고 한 국민공천제에 대해서도, “야당과 합의를 통한 오픈프라이머리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하루 빨리 국민공천제를 위한 새로운 안(案)을 내야 한다”고 회의론을 폈다.
그는 여기서 멈추지 않고 TK(대구경북) 의원들에 대해 “내년 총선 공천은 청와대가 주는 게 아니라 지역주민이 주는 것”이라며 “현지 분위기는 매우 힘든 것으로 듣고 있다”고 물갈이 가능성을 제기했다.
◆김무성측 “윤상현, 권력놀음이나 하고 있나?”
윤 의원의 발언 내용이 알려지자 여권 내부는 그야말로 발칵 뒤집어졌다.
김 대표측은 격앙된 반응을 감추지 못했다. 김 대표측 핵심 의원은 16일“윤 의원이 마치 청와대를 대표하는 양 대권 문제는 물론 공천 문제까지 거론했다”며 “명백한 월권으로 신중하지 못한 발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윤 의원 발언 내용 자체도 청와대의 뜻과도 거리가 멀다”며“대통령은 노동개혁 등 4대 분야 개혁에 매진하고 있는데 대통령 특보라는 사람이 권력 놀음에 빠져서야 되겠느냐”고 비판했다.
또다른 비주류 의원은“지금 김 대표 둘째 사위 문제로 힘들때 하필 이런 발언을 한 것은 누가봐도 저의가 있는 것 아니냐”며 윤 의원의 발언을 ‘김무성 흔들기’로 규정했다. 논란이 커지자 윤 의원은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해외 국감 도중 출입기자들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내 파문 진화에 나섰다.
◆윤상현 “김무성 사위 사건, 연좌제 안돼”
윤 의원은 자신의 발언에 대해 “친박의 정치적 입지 강화를 위해 했다는 정치공학적 해석은 결코 아니다”라며 “저는 지금까지 특정계파보다 당과 대한민국의 미래를 우선적으로 생각하며 정치현장을 뛰어왔다”고 해명했다.
그는 “지금 대선주자가 별 의미 없다는 말은 적어도 내년 총선이 지나야 구체적인 후보윤곽이 드러나기 때문이고, 더군다나 링 위에 오른 대선후보군들이 새누리당은 김 대표 혼자이다시피한 반면 야당은 문재인 박원순 안철수 등으로 지지도가 분산돼 있어 이에 만족해서는 안된다는 의미”라며 “야당이 후보단일화될 경우 지금의 상황에서 보면 김 대표의 지지도를 훨씬 능가한다는 위기의식을 설명한 것으로 내년 총선이후 쯤이면 새누리당도 대선후보 다원화가 가능해 경쟁력을 갖출 수 있어 지금의 단일화 구도는 무의미하다는 얘기”라고 설명했다.
윤 의원은“이런측면에서 상식적으로 우리로 하여금 후보군을 다원화시켜야하고 김대표는 현상황에 안주하지말고 더욱더 노력해야한다는 것을 강조한 것”이라며 “김무성 대표 대선후보 불가론은 절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더 나아가 ‘김무성 흔들기’ 지적에 대해 “김무성 대표의 사위 마약사건에 대해 김 대표에게 책임을 물어선 안된다. 그것은 현대판 연좌제의 비열한 정치로 우리가 지향하는 개혁적보수의길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윤 의원은 그러나 오픈프라이머리에 대해서는 강한 회의론을 거두지 않았다.
그는“오픈프라이머리와 관련해서는 야당의 합의가 전제되어야하나 현재로서는 실현이 거의 불가능한 만큼 대안을 찾아야 하고, 플랜B(여론조사 방식의 국민공천제)를 ‘오픈프라이머리’라고 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이 방식은 당 정체성, 정책능력, 역량보다는 인기나 인지도만으로 후보가 선정될 우려가 매우 큼. 총선이 연예인이나 히딩크 같은 대중 인기인을 뽑는 것이 아니지 않는가. 그렇다면 대통령 후보도 여론조사로 뽑는다는게 말이 되는가”라고 반문했다.
그러나 이같은 해명에도 불구하고 여권 내부에서는 내년 총선 공천이 다가오면서 당권을 쥐고 있는 비주류에 대한 친박 주류 진영의 공격이 개시된 것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돌고 있는 등 여권 내부가 흔들리고 있는 분위기다.
◆어제는 특보 오늘은 맏형…'친박' 김무성 흔들기?
새누리당 친박계의 ‘김무성 공세’가 본격화 되는 양상이다. 그동안 김 대표에 대한 압박을 자제해왔던 친박 맏형 서청원 최고위원이 오프프라이머리에 대해 부정적 견해를 피력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이는 전날 윤상현 대통령 특보가 김 대표의 대권 불가론 발언에 이어 나온 것으로 사실상 친박의 조직적 '김무성 공세'가 시작된 것이 아니냐는 관측을 낳고 있다.
서 최고위원은 17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에서 “새정치연합의 혁신안이 어제 통과됨으로써 그동안 우리가 야당하고 같이 오픈프라이머리를 하려 했던 문제가 굉장히, 끝까지 해봐야겠지만 어려움에 봉착한 것 같다”고 사실상 오픈프라이머리 도입이 불가능 함을 시사했다.
그는 이어 “김 대표가 정치 생명을 걸고 감수하겠다고 말한 것을 포함해 이 문제가 어려워졌을 때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해 떳떳한 얘기가 전개돼야 한다”며 “잘못하면 반 개혁적, 오픈프라이머리를 안하는 것처럼 보이는 사태가 일어서는 안된다. 김 대표의 입장을 분명히 할 때가 왔다”고 김 대표에게 공천 대안을 제시할 것을 요구했다.
서 최고위원은 “총선도 얼마 안 남은 가운데 여러 혼선을 빚을 수 있다는 말을 분명하게 드린다”며“새로운 시대정신과 국민정신에 맞는 그런 방향으로 여야가 합의해 오픈프라이머리의 어려운 상황에서 연구가 필요하다”고 거듭 김 대표의 입장 표명을 촉구했다.
그는 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서도“(김 대표가) 얘기안하고 어물쩍 넘어가면 안된다”며“시간도 없잖아”라고 김 대표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였다.
그간 서 최고위원은 친박 핵심 의원들이 오픈프라이머리 회의론을 제기하는 와중에도 “그건 김 대표가 알아서 할 문제”라고 공천 문제에 일정한 선을 그어왔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