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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이 사라진 자리, 남은 것은 공방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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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이 사라진 자리, 남은 것은 공방 뿐


의혹 밝혀도 소용없게 된 ‘병풍’




1997년 대선에서 이회창 후보를 낙마시키는데 결정적 역할을 했던
‘병역비리 의혹’이 2002년 대선을 불과 3달여 앞둔 상황에 다시 기승을 부리고 있다. 이른바 ‘신병풍’은 1997년 보다 한층 구체적인
증언들과 사례들로 몇 단계 업그레이드됐다.

각종 게이트와 비리로 수세에 몰린 민주당은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공세를 펼치고 있으며, 한나라당은 공작설을 제기하며 역공을 취하고 있다.
진실 규명 단계까지 다다랐던 병역비리 공방은 이해찬 의원의 병풍유도 발언으로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됐다. 신병풍도 결국 공방속에 결론내리지
못한 1997년의 전철을 밟게 될까?



새롭게 나타나는 의혹들

1997년도와 2002년의 병풍은 차원이 틀리다. 1997년은 이회창 후보의 장남 정연 씨가 체중미달(179㎝에 45㎏)로 면제 판정을
받은 것에 대한 의문제기 수준이었다. 지금의 신병풍은 고의감량에 의한 병역기피 의혹을 포함해 병적기록부 위ㆍ변조 의혹, 병역비리 은폐대책회의
여부, 한인옥 씨 개입여부 등이 핵심으로 1997년과 비교한다면 가히 메가톤급이다.

이 후보의 아들 병역비리 의혹이 다시 세간에 관심을 받게 된 것은 <오마이뉴스>가 1997년 대선 당시 은폐대책회의가 있었다는
보도를 내보내면서부터다. 오마이뉴스는 지난 5월 21일 “97년 대선 직전 이 후보 아들의 병역문제 은폐를 위해 한나라당 일부 의원들과
병무청 고위 간부가 대책회의를 했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또 대책회의 이후 춘천에 남아 있던 병역판정부표가 사라진 것에 대해서도 의혹을
제기했다. 만일 대책회의가 존재했다면 공소시효(7년)가 남아있어 공문서 파기와 변조 등의 혐의로 처벌이 가능하다. 한나라당은 대책회의 자체를
전면부정하고 있으며, 신검부표는 규정에 따라 이미 1996년에 파기됐다고 주장했다.

특히 병적기록표에 나타난 많은 위ㆍ변조 의혹은 병역비리에 대한 국민적 의심을 증폭시켰다. 정연 씨 병적기록표에 이름이 ‘정연’이 아닌 ‘정윤’으로,
주민번호는 ‘1010610’이 아닌 ‘1016610’으로 잘못 기재됐고, 사진과 철인, 그리고 지방병무청장의 대조확인이 없다. 또 병적기록표에
최초 작성자로 돼 있는 구청 직원이 실제 기록표를 작성하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으며, 유학에 따른 연기 처분란에 도장이 찍힌 병무청 직원도
검찰에서 “내가 기록한 것이 아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져 병적기록표 위ㆍ변조 의혹을 뒷받침했다.

또 차남 수연 씨의 병적기록부 부모란엔 백부와 백모 이름이 적혀 있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은 “행정직원의 오기”며 “병적기록부의 기록ㆍ관리는
정부의 책임으로, 정부가 그 경위를 설명해야한다”는 입장이다.


“정계 은퇴하겠다”

또한 의무부사관 출신인 김대업 씨는 이회창 후보 부인 한인옥 씨의 병역청탁 금품제공설을 제기하고 나섰다. 병역비리 의혹의 범위가 이 후보와
아들에서 부인까지 확대된 것이다. 그가 검찰에 제출한 6분 분량의 녹음테이프 녹취록엔 ‘한인옥 씨가 1990년 병무관계자들에게 병역청탁을
하며 1,000만 원을 건넸던 것’으로 기록돼 있다. 그러나 한인옥 씨는 “법관 집의 딸로 태어나 엄한 교육을 받고 자랐고, 법관의 아내로서
엄격하게 살아왔다”며 “누구에게 청탁하며 돈을 건내는 행위는 발상이나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라며 김대업 씨의 금전제공설을 일체 인정하지
않았다.

한편, 이회창 후보는 병풍이 다시 일어나려는 움직임을 보인 지난 5월 “대책회의가 있었다면 후보를 안 할 것”이라며 초기 진화에 나섰으며,
지난 8월 7일에는 기자회견을 열어 “병역과 관련 불법이나 비리가 있었다면 정계 은퇴하겠다”고 병풍에 정치생명을 걸었다. 이는 배수의 진을
치는 것이 의혹을 불식시키는데 효과적이라는 판단과 5년 전 이미 검증 받았다는 확신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한나라당의 변신

한나라당도 이회창 후보와 마찬가지로 병풍에 대해 강경한 입장을 취했다. 민주당이 병풍에 대한 공세수위를 높여 ‘병역근절을 위한 1000만인
서명운동’을 전개하자, 한나라당도 ‘민주당 6대 의혹’과 ‘공적자금 국정조사’ 등을 제기하는 맞불작전으로 병풍에 대해 정면돌파를 시도했다.
1997년 병풍으로 ‘후보부적격론’과 ‘후보교체론’이 대두되면서 내분을 겪던 당시와는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병풍의 핵으로 대두되고 있는 김대업 씨에 대해 한나라당은 “민주당 천용택 의원이 김 대업 씨의 양심선언을 사주하고 검찰수사도 유도했다”는
정치공작설을 제기했으며, 김대업 씨 개인에 대해서도 과거 병역비리 전과를 들며 파렴치한으로 몰아 붙이고 있다.

또한 한나라당은 현재 이 사건 담당검사인 박영관 서울지검 특수1부장이 과거 김대업 씨가 수감중일때 수사에 참여시킨 사실을 들어 직권남용
혐의로 고발했다. 특히 이런 ‘특수관계’ 때문에 박 부장이 사건을 담당해선 안 된다며 검찰수사의 중립성에 시비를 걸었다.


앞뒤가 바꿨다

여야는 이회창 후보 아들 정연 씨의 병역비리 의혹에 극한의 대립을 보이고 있다. 여야 모두 한치 물러섬 없이 치열한 공방을 벌이고 있어
수많은 의혹과 음모론이 난무하고 있다. 그러나 본질은 ‘병역비리가 있느냐 없느냐’였다.

이에 대해 국민의 70%는 이정연 병역비리 의혹을 사실로 받아들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한국갤럽이 지난 8월 22일
전국의 성인남녀 1,036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전화 여론조사 결과 이정연 병역비리 의혹과 관련, ‘비리가 있었을 것’이란 대답이 69.6%로
나타났다.

그러나 ‘대선 전에 검찰 수사가 결론을 낼 수 있을 것 같은가’라는 질문에 대해서는 ‘정치공방 속에 결론내지 못할 것’(60.8%)이란
부정적 전망이 다수를 차지했다. ‘공방속에 결론내리지 못할 것’이라는 국민적 우려가 이해찬 의원의 병풍유도 발언으로 인해 현실화될 가능성이
커졌다.

이 의원의 발언은 “검찰 쪽에서 먼저 병풍을 유도해 달라는 요청이 있었다”는 것이 주요 골자다. 이로 인해 병역비리 의혹의 진실이 무엇인가를
밝히는 것이 핵심이 아니라, 진실을 밝히는 과정의 투명성 즉, 진실 규명 과정에 청와대나 검찰의 의지가 개입했느냐 여부로 핵심이 뒤바꿨다는
것이 정치평론가들의 분석이다. 즉 검찰이 법률적 진실을 밝혀본들, 국민들이 검찰이 발표한 진실을 믿을 것인가, 믿지 않을 것인가 하는 문제로
바뀌었다는 얘기다.





최악의 시나리오

결국 ‘검찰 단서포착-정치권 쟁점화 요청-검찰 수사착수’라는 이해찬 의원의 발언은 한나라당의 ‘청와대-민주당-검찰-김대업 정치공작설’을
입증하는 결과를 낳았다. 한나라당은 기다렸다는 듯이 김정길 법무장관과 박지원 청와대 비서실장의 해임, 박영관 특수1부장과 김대업 씨의 구속수사를
요구했으며, 원내외 지구당 위원장들은 서울지검을 항의 방문했다.

현재 검찰수사가 진행중이며 그 결과를 예단하기는 힘들다. 하지만 지금까지 밝혀진 관련자들의 증언과 검찰 수사결과를 검토해 보면, 전혀 사실무근인
것으로 판명될 가능성은 매우 낮을 것으로 보인다. 어떤 식으로든지 병역비리 의혹은 단순히 의혹만은 아니었다는 것으로 드러날 개연성이 현재로서는
더 높다는 얘기다.

그러나 검찰이 병역비리가 참인지 거짓인지를 판명해 100% 객관적인 진실을 밝혀낸다고 하더라도 문제는 발표 전후의 국민여론이나 분위기다.
검찰수사의 중립성과 투명성이 타격을 받아 국민들의 의심을 산다면 검찰의 수사는 무용지물이라는 것이 정치권의 시각이다.

한나라당 분위기는 검찰 수사를 불신하는 것으로 결론을 내고 있는 상태이고, 따라서 검찰이 어떤 발표를 하든 정치공작으로 밀어붙일 태세다.
한나라당 의원들이 국회 내외에서 병풍공작설과 검찰 중립성에 대해 강력히 공격하는 것도 이와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몰염치한 정치

이렇듯 혼탁한 국면이 연말 대선까지 이어진다면 엄청난 국력낭비와 국론분열은 불 보듯 뻔한 현실. 때문에 특검제 도입하자는 주장이 벌써부터
제기되고 있다.

민주노동당 권영길 대표도 “이회창 후보는 자신의 아들과 관련된 병역비리 의혹이 갈수록 확산되고 있는 상황에서 ‘특별검사제’의 도입을 통해
한 점도 남김없이 의혹을 해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극렬한 공방을 벌이며 장외로 나선 여야가 국회 내에서 특검제 합의를 이뤄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때문에 지금의 병역비리 의혹도 1997년처럼
공방만 있고 진실 규명없이 사라질 것이라는 국민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최근 밝혀진 허원근 씨의 군의문사 사건이 자식을 군대에 보낸 모든 부모들의 가슴을 천근만근 짓누르고 있는 상황에서도 여야는 자신들의 이해관계에
얽혀 정치공방만 벌이고 있다고 지적됐다. 국민은 안중에 없는 정치권의 몰염치가 그대로 드러나고 있다.




고병현 기자 sama1000@sisa-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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