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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탈북자 1만명 시대, 범죄의 늪에 빠진 새터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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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4 남북정상회담 이후 남북관계에 ‘청신호’가 켜졌지만 그 이면으론 위험수위에 이르고 있는 탈북자들의 범죄가 난제로 부각되고 있다. 냉혹한 현실과 편견의 벽에 부딪쳐 일탈의 길로 빠져드는 것이다. 생계는 막막하고 의지할 데 없는 상황에서 범죄의 유혹을 뿌리치기란 쉽지 않은 것이다. 남한사회에 정착한 탈북 새터민 수는 올 들어 1만 명을 넘어서는 등 갈수록 늘어나고 있지만, ‘남한 드림’을 실현할 시민들의 온정과 이들의 정착을 지원할 시스템이 부족하다.
남한사회 부적응이 주원인
1953년 7월 한국전쟁 휴전이후 ‘귀순용사’로 시작된 탈북행렬은 1990년 중반부터 크게 늘기 시작해 2002년부터 연간 1천명을 넘어 54년 만에 탈북자 1만명 시대를 열었다. 탈북 이유는 북한에서의 생활고가 가장 큰 이유다. 하지만 ‘드림’을 안고 온 남한에서의 삶은 사회적 편견과 낯선 환경, 가중되는 생활고로 실망하게 된다. 이런 이유로 일부는 한국사회 부적응으로 낙오자나 범법자 신세로 전락하는 것이다.
북방문제연구소에 따르면 탈북자 범죄 발생건수는 2001년 54건, 2002년 89건, 2003년 90건 수준에 그쳤지만 지난해 285건으로 대폭 증가했다. 탈북자수가 늘면서 범죄율이 높아진 것은 어쩌면 자연적인 현상일 것이다. 특히 우리 사회 평균 범죄율이 약 4.3%인 반면, 새터민은 9.1% 수준으로 두 배 정도 높다.
하지만 문제는 범죄유형이 갈수록 살벌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탈북자 범죄유형이 과거 생계형 범죄에서 폭력과 마약 강도 등 강력범죄로 크게 늘고 있다. 폭력 살인 마약 강·절도 등 죄질이 나쁜 범죄율이 44.6%를 차지했고 그 중에서도 폭력이 38.9%(111건)로 가장 많은 범죄로 나타났다. 김태석 북방문제연구소 박사는 “과거 탈북자가 형사처벌을 받은 것은 단순 교통사범이나 생계형 범죄가 대부분이었지만 이제는 폭력과 마약 매춘 강도 등 범죄 유형이 점점 흉포화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아직 새터민에 대한 지원정책과 사회 프로그램은 미비한 상황이다. 게다가 올해부터는 정착지원금을 줄이는 대신 취업 장려금을 늘리기로 해, 탈북자의 생활은 더욱 빠듯해졌다. 무조건적인 정착지원금을 내놓는 대신, 노동의 조건으로 지원금을 주겠다는 것이다. 아직은 탈북자에 대한 사회적 시각이 곱지 않은 상황에서 탈북자들이 취업을 하기란 ‘하늘의 별 따기’다. 생활고 등으로 범죄의 유혹에 쉽게 빠져든다.
탈북자를 상대로 한 탈북자 사기 심각
현재 1만여명의 새터민의 정착실태는 참담한 실정이다. 김태석 신변보호담당관(법학박사)이 2000년부터 2006년 말까지 서울 소재 집단 거주지 새터민들 중 한곳의 정착 실태를 살펴본 결과 ,조사 대상자의 57.9%가 세대별 월수입이 100만원 미만이라고 응답했고 83.4%가 3천만원 미만의 재산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대상자의 46.1%가 무직이며 직업을 가지고 있어도 정규직 7.2%, 자영업 4.6%에 불과했다. 나머지는 비정규직과 단순 노무자들로 탈북자들의 고용 형태가 매우 불안한 것으로 드러났다.
실제로 대부분의 탈북자들은 안정된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채 생활고에 시달리고 있다. 2003년 탈북한 황 모씨는 “탈북자라고 하면 일을 주지 않아서 이젠 속이고 일자리를 구하는데 그나마 막노동이나 음식점 배달 일들로 근근이 생계를 이어간다”고 말했다. 얼마 전엔 탈북여성이 성매매를 하다 적발돼 적지 않은 충격을 안겨줬다. 당시 탈북 성매매 여성은 “탈북자 출신으로 일자리를 구하기가 쉽지 않았다”며 “결국 직업소개소에서 소개시켜준 곳이 이곳이었고, 받아주는 곳은 없고 생계를 위해선 어쩔 수 없었다”고 털어놓았다.
탈북자 범죄는 새로운 환경에서 성실하게 살아가려는 새터민 전체 이미지를 악화시킬 뿐 아니라 남북통일을 앞두고 민족 융합을 위해서라도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는 상황이다. 자본주의 사회 법지식에 대한 탈북민들 무지도 영향을 끼친다. 특히 법의식 부족은 탈북자들을 범죄로 내몰 뿐 아니라 역으로 범죄 피해에도 쉽게 노출시키고 있다.
탈북자 범죄는 탈북자 사이에서의 범죄로 이어져 안타까움을 준다. 한 설문조사에서도 탈북자 5명 가운데 1명꼴로 사기를 당한 적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일반 국민들의 사기 피해율보다 무려 43배나 높은 것이다. 이것은 한국형사정책연구원이 지난해 7월부터 9월까지 전국의 20세 이상 탈북자 214명의 범죄 피해 경험에 관한 설문조사를 한 결과다. 조사에서 심지어 탈북자 한명이 많게는 8건까지 범죄 피해를 당하기도 했다.
사회적 편견 없애야
특히 사기 피해자 가운데 상당수는 불법 다단계 업체에 투자했다가 돈을 잃었으며 가해자는 주로 같은 탈북자 출신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북한에 남은 가족을 데려다 주겠다며 접근해 돈을 가로채는 사기 범죄도 8건 가운데 6건이 같은 탈북자 출신이 저질렀다. 지난 8월 40대 남매가 북한에 있는 자녀를 데려오기 위한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범죄를 저질렀다가 경찰에 구속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남매는 중국과 대만, 홍콩 현지업자에게 국소마취크림과 반영구 문신시술기구를 국내에 밀반입해 병원과 피부관리실 등에 판매한 혐의다. 경찰에서 남매는 “작년에 어머니와 아내를 북한에서 데려왔는데 남겨진 두 딸도 한국에 데려오고 싶었다”며 “중국까지 와 있는 딸들을 데려오는데 필요한 2~3천만원의 자금을 마련하려 했다”고 선처를 호소했다.
탈북자 범죄 증가의 가장 큰 이유는 한국사회 부적응 때문이다. 한민족으로 받아들이지 않는 사회적 편견이 적지 않은 것이다. 북한에서 노동당 간부를 지냈던 김 모씨(50세)는 “탈북자들이 사실상 남한에서 선택할 수 있는 직업은 거의 없다. 생산직 직원을 모집하는 곳을 기웃 거려 봐도 늘 퇴짜를 맞기 일쑤”라고 불평했다. 북한 사투리만 들어도 등을 돌리는 경우가 많다는 것.
탈북자 출신 한국산업은행 경제연구소 김영희 연구원은 “우리 사회의 편견과 취업과정에서 발생하는 정신적, 육체적 건강문제가 심각하다”며 “새터민들의 한국 사회 적응에 있어 무조건적 적응이 아닌 통합의 관점에서 인식하는 것이 필요하며 이를 위해 새터민들에 대한 인식의 전환이 근본적으로 필요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탈북자 상당수가 재북 또는 제3국 체류 때 범죄 경력이 있음에도 정부가 확실한 입국 검층 체계와 교화개선 시스템을 갖추지 못한 영향도 있다. 이에 대해 형사정책연구원 관계자는 “정부가 탈북자 국내 입국 및 보호결정 기준을 강화하고 입국 전 범죄경력 정보를 데이터베이스화해 관련기관이 공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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