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김부삼 기자]박근혜 대통령이 1일 8·25 남북합의 이행을 전제로 한반도 평화·통일의 길을 언급한 것은‘말보다 실천’이 중요하다는 정부 입장을 재확인한 동시에 이번 약속이 제대로 지켜진다면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 적극 노력하겠다는 메시지를 북한에 던진 것으로 풀이된다. 당장 추석을 계기로 추진하고 있는 이산가족 상봉작업이 북한의 신뢰성을 확인하는 첫 단추가 될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은 이날 오전 청와대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지난주 국가안보와 국민안위가 위기에 처한 상황에서 남북 고위 당국자 간 오랜 마라톤협상 끝에 합의가 이뤄졌다”며 “어렵게 이뤄낸 이번 합의를 잘 지켜나간다면 분단 70년간 계속된 긴장의 악순환을 끊고 한반도 평화와 통일을 위한 협력의 길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박 대통령은 남북 고위급 접촉을 통한 합의가 도출된 당일인 지난달 25일에도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을 통해 “이제부터 중요한 것은 남북이 합의한 구체적인 사업들이 후속회담 등을 통해 원활하게 추진돼 남북 간 긴장이 해소되고 한반도 평화와 발전을 위한 전기가 마련되도록 하는 것”이라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박 대통령의 이같은 언급은 8·25 합의로 남북관계의 청사진을 그리기 전에 북한의 진정성을 확인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정부의 신중론과 일맥상통한다.
정부는 남북합의 이후 북한 고위인사들로부터 관계개선 의지 표명 발언이 계속해서 나오고 있지만 성실한 합의 이행을 통한 신뢰구축이 우선이라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청와대도“남북 협상은 끝난 게 아니라 지금부터 시작”이라는 입장이다.
이는 북한이 그동안 말로는 남북 관계개선을 주장하는 것과는 달리 기습적으로 도발을 감행하는 등 '말 따로 행동 따로'식의 신뢰할 수 없는 행보를 보여왔기 때문이다. 따라서 북한이 이번만큼은 진정성있는 모습을 보여준다면 우리 정부도 그에 상응, 적극적은 관계개선에 나설 것이라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박 대통령의 이날 발언도 신중론의 연장선에 있지만 남북합의의 실천을 가정으로 교류·협력의 길에 보다 무게를 실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박 대통령은 “국가안보와 국민안위가 위기에 처한 상황”이라고 언급했을 뿐 '도발'이나 '단호한 대응' 등은 언급하지 않았다.
이를 두고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지난달 28일 “우리는 운명적인 시각에 화를 복으로 전환시킨 이번 합의를 소중히 여기고 풍성한 결실로 가꿔가야 한다”며 남북합의를 높이 평가하는 이례적인 발언을 하는 등 북한이 관계개선 의지를 적극 드러내고 있는 데 대한 화답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특히 박 대통령은 '한반도 평화·통일을 위한 협력의 길'을 언급한 뒤 곧바로 “무엇보다 이산가족 상봉이 차질 없이 추진돼 고령의 이산가족들의 한이 풀어질 수 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이는 남북합의 6개항 가운데 하나인 올해 추석 계기 이산가족 상봉의 성사 여부를 북한의 진정성을 가늠할 바로미터로 삼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이산가족 상봉은 인도적 차원의 문제인 만큼 정치적 이해관계나 이념의 차이를 떠나 신뢰를 쌓아가기에 무엇보다 좋은 의제라는 게 박 대통령의 생각이다. 따라서 오는 7일 예정된 남북 적십자 실무접촉을 통해 이산가족 상봉을 위한 작업이 순조롭게 진행돼 성과를 거둔다면 8·25 합의 이행의 첫 단추가 끼워지는 것인 만큼 남북관계 개선 작업은 급진전 될 가능성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