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이종근 기자]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에게 제시할 금호산업의 매각 가격을 두고 고심을 거듭하는 채권단이 긴급회의에서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금호산업 채권단은 27일 오후 여의도 산업은행 본점에서 금호산업 매각가 산정을 위한 회의를 열고 7935억원을 기준으로 매각 여부를 논의했다. 채권단은 인수자에게 이 가격을 최종가격으로 제시할 방침이었지만 이견으로 합의를 이루지 못했다. '7935억원에 매각해야 한다'는 쪽과 '가격을 낮춰 연내 팔아야 한다'는 의견이 충돌했기 때문이다.
일부 채권단은 연내 매각을 위해 가격을 낮춰야 한다는 입장이다. 우선협상권자인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7935억원을 마련하지 못할 것이 분명하다는 판단에서다.
이 그룹은 한번 위기를 맞았던 기업이며 아시아나항공의 수익성이 떨어진 만큼 또 다른 문제가 불거지기 전에 팔아야 한다는 것이다. 또 금호산업에 대한 충당금을 쌓아야 하는 점도 부담으로 작용했을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뚜렷한 인수자가 살 수 있는 가격을 제시해 투자금을 회수하자는 주장이다.
하지만 반대하는 쪽은 국적항공사의 경영권을 갖고 있는 만큼 충분히 인수가격을 더 받을 수 있다고 맞섰다. 또 투자가 이뤄진 만큼 그 이상은 못가도 근처에서는 매각해야 한다는 것이다.
산은 관계자는 "대부분의 채권단이 명확한 의견을 제시하지 않았다"며 "7935억원에 팔자는 쪽과 더 낮춰야 한다는 쪽의 채권비율을 더해보니 비슷했다"고 밝혔다.
채권비율 7.6%를 가진 산은 역시 의견을 내지 않았다.
산은은 이번주말까지 채권단의 의견을 다시 받아 다음주 회의를 개최할 방침이다.
산은 관계자는 "의견을 피력하지 않은 채권자와 재무적투자자(FI)의 의견을 조속히 취합하겠다"며 "의견이 많이 모이는 쪽으로 우선협상권자에게 제시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