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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겁 먹은 '돈' 갈 곳 없다...정작 '실물경제'는 돈가뭄 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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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뉴스 우동석 기자] 단기부동 자금이 본격적으로 늘어나기 시작한 건 지난 2013년부터다. 저금리 기조가 본격화되면서 적당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자금들이 단기 시장으로 몰려들었다. 특히 지난해 하반기부터 올 상반기까지 이어진 네 차례의 금리 인하는 이같은 흐름을 더욱 가속화했다.

단기 부동자금 규모는 6월말 기준 약 893조원. 현금·요구불예금·수시입출식 예금을 포괄하는 M1(협의통화·원계열 말잔) 648조원, 머니마켓펀드(MMF) 75조원, 단기 정기예금(6개월 이내) 72조원, 종합자산관리계좌(CMA) 49조원, 양도성예금증서(CD)와 환매조건부채권(RP) 등 27조원, 증권사 투자자 예탁금 22조원 등이다.

최근 중국 경제 둔화와 연내 미국 금리 인상, 여기에 북한의 포격 등으로 불안심리가 더해지면서 더욱 증가해 연말에는 부동자금 규모가 1,000조원에 달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자금의 단기동화는 우리 경제를 더욱 불안케하는 요소다. 금융시장의 변동성을 높인다는 차원만이 아니다. 정부 당국이 저금리를 앞세워 돈을 풀고 있는데도, 정작 시중의 자금은 투자위험이 적은 단기 상품에만 머물면서 실물 경제로 환류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돈이 돌지 않아, 한쪽에선 돈이 넘치는데 다른 쪽에선 돈가뭄에 시달리는 어처구니 없는 현상이 지속되면서 우리 경제 상황을 암물하고 만들고 있는 것이다.

◇투자 악재 중복되면 불어난다

 단기자금 대부분은 적당한 투자처를 기다리는 '대기성 자금'이다. 저금리로 투자할 곳이 없는 상황에서 늘어나기도 하지만 기본적으로 시장 불안이 커져 투자를 망설이는 경우 큰 폭으로 불어난다.

오온수 현대증권 연구원은 "투자심리가 불안할 때 단기자금이 늘어나는 모양새"라며 "한가지 악재가 발생했을 때가 아니고 악재가 중복·결합돼서 발생했을 때 자금이 쉬어가는 차원에서 단기 금융상품으로 몰리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과거 글로벌 금융위기에도 단기 자금이 급증했다. 글로벌 시장 전반이 침체되면서 기존에 장기 채권투자로 향하던 자금이 단기시장으로 급격하게 쏠렸다. 2008년 539조6000억원이던 단기자금은 2009년 말 646조7000억원으로 19.8% 급증했다.

최근에는 미국 금리인상이나 그리스 사태 등 글로벌 금융시장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는 이슈가 연달아 나타나면서 투자 심리가 가라앉은 게 단기부동화의 주요 원인으로 꼽혔다.

김후정 유안타 증권 연구원은 "보통 금리가 낮아지면 위험자산으로 자금이 움직이는 게 일반적"이라며 "하지만 최근에는 글로벌 금융시장 변동성이 커지면서 국내주식펀드로는 자금 유입이 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미선 하나대투 연구원은 "최근에는 중국 경제 불안으로 중국 관련된 상품에 투자됐던 자금이 단기시장으로 몰리고 있다"며 "중국 펀드가 환매되거나 예금에 들어갔던 자금이 인출 됐다"고 설명했다.

오온수 연구원은 "최근에는 주식이 오르면 자동으로 투자되고 주식이 내려가면 빠지는 프로그램이 등장해 이런 수단을 단기자금 관리에 이용하기도 한다"며 "단기자금 내에 '저가매수'를 기다리는 스마트 자금이 많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이 자동 환매·투자 프로그램이 주식 투자를 하는 기간에는 단기 자금을 이용해 다른 데 투자하고, 자금을 회수할 때는 단기자금도 같이 회수하는 방식으로 투자자들도 자금을 관리하고 있다.

하지만 단기자금은 자금 수요에 특히 취약하다. 자금 수요가 많아지는 시점이 오면 수시입출금이 가능한 쪽에서 현금을 찾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단기 자금도 자금 수요가 많은 많은 월말이나 분기 말에는 줄어드는 특징을 보인다.

◇은행에서 증권으로, 금리형에서 실적형으로

 최근 단기 부동자금은 은행에서 증권쪽으로 이동하는 추세를 나타낸다. 워낙 저금리인 탓에 은행 예금보다는 실적형 단기상품으로 자금이 이동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박덕배 현대경제연구원은 "올해 들어 단기자금이 주가연계증권(ELS)이나 파생결합증권(DLS)로 몰라고 있다"며 "금리가 너무 낮아 실적형 상품을 따르다 보니 증권 쪽의 비중이 커질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단기상품 중 가장 규모가 큰 MMF는 하루만 맡겨둬도 연 2% 정도의 수익률을 올릴 수 있는 상품이다.

증권사 종합자산관리계좌(CMA) 통장의 잔액은 지난달 말 48조2800억원이었지만 지난 20일 기준 50조9911억원으로 집계됐다. 전자단기사채 잔액도 같은 기간 10조142억원에서 16조4769억원으로 급증했다.

김명실 KB투자증권 연구원은 "금리가 낮다보니 돈을 묶어두는 기간에는 수익률 차이가 별로 없다"며 “결과적으로 투자자들이 금리보다 입출금제한이 없는 상품을 선택해 안전을 유지하려고 하다보니 증권사의 영역이 넓어졌다"고 설명했다.

◇ 돈은 많은데 자금 회전속도는 갈수록 둔화

 최근 부동자금의 가장 큰 특징 가운데 하나는 자금 회전 속도가 갈수록 느려지고 있다는 점이다. 한은에 따르면 시중자금 회전속도를 나타내는 지표인 통화승수는 지난해 1월 20.0배에서 올해 6월 말 18.2배로 사상 최저치를 보였다. 사상 최고였던 2010년 4월(25.0배)에 비해 27.2%나 떨어진 셈이다.

은행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단기부동화는 실물경제로 돈이 이어지지 않는다는 뜻"이라며 "최근에는 증권으로 자금이 급격하게 쏠리면서 은행의 자금 중개 기능도 많이 역해졌다"고 밝혔다.

돈이 현금 및 단기예금에만 머물면서 정작 필요한 곳으로 흘러가지 못하는 돈맥경화 현상을 서둘러 치유하는 것이 우리 경제의 시급한 과제가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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